유가족들 유통센터앞 상복 시위

대형 유통센터에서 개최한 행사에 참여했던 주부가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을 두고 유족들이 주최측의 응급조치가 늦어 사망했다며 상복을 입고 매장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족들은 뇌출혈로 쓰러진 환자를 구조대나 병원에 신고하지 않은 채 20여분동안이나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해 9월 2일 화정동에 있는 S유통센터가 개최한 주부노래자랑 행사도중 55번째로 나와 노래를 하던 김분갑씨는 의식을 잃고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는 도중 사망했다. 직접적 사인은 뇌출혈로 밝혀졌다. 그러나 김씨의 남편인 임헌정씨(원당)는 아내를 곧바로 병원에 옮기기만 했어도 생명은 구할 수 있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임씨의 주장대로라면 아내 김씨가 노래 도중 쓰러진 시각은 오후 5시 35분 이전. 그러나 주최측 행사진행 요원들은 35분과 45분, 51분에 각각 3차례에 걸쳐 119에 전화를 걸어 간단한 응급조치만을 문의한 채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로 해결하려 했다는 것. 환자의 상태가 악화된 55분이 되서야 인근 M병원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불렀지만 병원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씨가 사망했다.
남편 임헌정씨는 “뇌출혈은 환자가 쓰러진 직후 처음 몇 분간 어떻게 조치를 하느냐에 따라 생명을 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S유통센터측에서는 자신들의 행사를 무사히 끝내기 위해서 25분간이나 환자를 방치했다 뒤늦게 병원에 호송했다는 것. 또한 주최측 요원들이 아직 의식과 호흡이 남아있는 뇌출혈 환자를 아무런 지식도 없이 심폐소생술을 위해 가슴을 심하게 압박해 그것이 직접적인 사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라는 의혹을 재기했다.
반면 S유통센터측은 직원들이 심폐소생술을 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사건당시 정황에 대해서는 정확한 시간 등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S유통센터 관계자는 임씨의 주장처럼 주최측의 과실에 대해서는 “사실과 크게 왜곡됐다”고 잘라 말하고 “시간이 지체돼 응급환자가 사망한 부분은 재판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건의 핵심이 되고 있는 환자가 쓰러진 시각을 알 수 있는 119 통화기록에 대한 재판부의 자료 요구에 대해 고양소방서 상황실에서는 “당시 녹취 기록이 기계의 결함으로 소실됐다”고 답변했다.

한편 남편 임씨는 “처음에는 도의적인 책임을 전했던 S유통센터측이 한참이 지난 지금에는 아내의 사망과는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며 발뺌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현재 임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민사소송을 진행중이며 더불어 형사소송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달 초부터는 S유통센터 매장 입구에서 상복을 입고 지나는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임씨는 “상복시위는 억울하게 죽은 아내의 한을 풀어주자는 의도도 있지만 장삿속에만 관심이 있는 대형유통센터의 인명경시 행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S유통센터 관계자는 “유족들의 시위로 인해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쓰러진 김씨가 뇌출혈인줄 몰랐으며 경황이 없어 신고가 늦었을 수도 있지만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는 다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올해 초 임씨가 조정신청을 해와 요구사항 모두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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