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센터 ‘책임없다’ 발뺌에 유가족 분노

덕양구에 있는 한 유통센터가 직접 주최한 주부노래자랑 행사에 참석한 주부의 응급조치를 소홀히 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일 행사에 참가했다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주부의 유족들은 유통센터 측이 행사진행을 계속하기 위해 단순 응급조치만 하고 구급차량을 부르지 않았다며 유통센터의 비도덕적인 처사에 항의하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원당에 사는 주부 김분갑씨는 지난 해 9월 2일 화정동에 있는 S유통센터에서 개최한 노래자랑에 참가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도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남편 임씨는 임헌정씨는 주최측이 아내 김분갑씨가 갑자기 쓰러졌는데도 20여분동안 사고현장에 방치돼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빠른 조치가 있었다면 충분히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유통센터 직원은 119에 응급조치 요령만 묻고는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다는 것.

임씨는 “근처 종합병원까지 거리가 5분밖에 되지 않는데도 사고즉시 119 구조대에 구조요청을 하거나 회사소유 차량으로라도 병원으로 즉시 후송하지 않아 아내의 상태가 악화됐다”며 “행사진행요원들의 섣부른 심폐소생술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에는 S유통센터측이 대책회의를 하고 위로의 뜻을 전달해 와 참아 왔는데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에는 사인이 뇌출혈로 밝혀져 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발뺌을 하고 있어 분통이 터진다”고 덧붙였다.

S유통센터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은 인정한다”면서도 임씨의 주장처럼 25분간 환자를 방치한 부분과 이것이 직접적인 사망원인이라는 부분에는 강하게 부인했다.

한편 환자방치에 대한 중요한 근거가 되는 고양소방서의 녹취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이 문제로 양측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인다. 고양 소방서측은 “119에 걸려오는 전화는 장난전화라도 모두 녹취되지만 기계가 낡아 10% 가량이 소실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직후 임씨가 소방서 관계자로부터 넘겨받았다고 주장하는 메모기록을 보면 행사진행요원들이 응급조치 요령만 묻고 구급차를 부르지 않않은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소방서는 사건현장에서 걸려온 전화를 단순 장난전화로 처리했다.

법원의 녹취기록 제시 요구에는 "사건의 중요한 단서여서 기계관리업체에 복구를 의뢰했지만 사실살 복구는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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