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행정 시장에게 달렸다

민선 단체장이라는 자리는 지역의 모든 정보가 모아지는 곳이다. 시장의 권한은 정보에서 나온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사실 매일 아침 쏟아지는 결재서류 속에 수많은 고양시 정보들이 담겨 있다. 시장실을 닳도록 넘다드는 민원인들과의 대화속에도 정보가 있다. 주요인사들과의 만남에서도 정보가 교류된다.

98년 행정기관에 대한 정보공개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자체와 민선 단체장에게 많은 정보를 공개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고 시민이 직접 시정에 참여하고 감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지자체의 정보공개 여부는 행자부의 지침이 규정돼 있지만 복잡한 행정구조와 복잡한 절차 때문에 사실상 단체장의 의지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양시민회 신기철 사무국장은 “고양시의 문제 중 하나는 주민과 단체장과의 안정적인 의사통로가 없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내용을 시장이 정확히 알지 못하고 고양시 살림살이에 대해 시민들이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해 황교선 시장은 ‘시민과의 대화’를 통해 각 동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주민들의 이야기를 묶어 자료집도 만들었다. 그러나 시민단체에서는 “시민과의 대화에서 나온 건의내용이란 것이 지역적으로 협소한 문제가 대부분이어서 행사 자체가 선거를 대비한 선심행정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도로를 넓혀달라’ ‘골목길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 달라’ ‘다리를 놔 달라’ 등. 동민과의 대화에서 고양시의 교통, 교육, 환경 같은 굵직한 고양시 현안문제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지적.

고양시 시민단체들은 고봉산 생태계의 파괴라며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는 ‘일산 2지구 택지개발사업’도 사업계획이 발표된 직후에야 알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토지주를 대상으로 한 몇 차례의 사업설명회로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알 수 없었다는 것. 시민단체들은 도시계획 과정에 주민들도 참여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실행위원인 하승수 변호사는 “도시계획수립의 기본 목표를 ‘시민의 참여를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에 두어야 한다. 단체장은 시작 단계부터 주민과 함께 하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지역의 시민단체를 연구진에 포함시켜 도시 미래상 제시와 계획목표수립, 주민공동체조성방안, 친환경정책프로그램 등 계획의 큰 흐름을 주민들로 하여금 설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올해 2월 고양시장은 외자유치 내역과 시장의 판공비를 공개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거절했다. 경실련 예산감시팀의 김건호씨는 “판공비는 지방자치단체가 공개를 가장 꺼려하는 영역이다. 판공비 사용에 대한 공개가 투명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기타 다른 예산집행과 관련된 정보에 대해서도 쉽게 공개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열린 행정을 통한 주민의 참여가 확대될 수 있는 계기”라고 전했다.

고양시는 최근 행자부 지침에 따라 각 지자체에 확대되고 있는 인터넷을 통한 예산공개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공개 요구는 가능하다)

최근 고양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양여성민우회의 여론조사 결과 민선단체장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을 묻는 질문에 시민들은 ‘투명한 절차와 폭넓은 의견수렴’을 첫 번째로 요구했다.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수년간 지방자치를 경험하면서 민선단체장의 시정운영에서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절차와 의견수렴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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