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같은 쓰레기”위험수위 넘은 교사 언어폭력

ㄱ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이미나양(가명)은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힌 학생이다. 학교 가는 것도 싫고 학교생활에 별로 관심도 없다. 같이 몰려다니는 친한 친구들이 몇 명 이외에는 말도 잘 섞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부류에 속하지만 학교폭력이나 따돌림에 직접 가담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가끔 애들끼리 때리는 걸 보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서서 말린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어짜피 다른 애들은 자기들 인생을 살 거고 나도 내 인생을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경 쓰고 싶지도 않고.”

학교폭력 문제에 담임교사도 무관심
학교폭력에 대한 무관심은 비단 이양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교육현장에서 문제해결의 중심이 되어야할 교사들이 이 상황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 학년부장급이 아닌 대부분의 교사들이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는 자못 충격적이었다. 이양은 심지어 담임교사조차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일단 알게 되더라도 깐깐한 교사들이 아닌 이상 대부분 깜지(반성문)를 쓰게 시키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대부분이라고. 크게 문제가 터지더라도 대부분 처벌이 사회봉사수준이며 강제전학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양은 교사들이 학교폭력을 방관할 뿐만 아니라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언어폭력의 문제는 심각했다. 부모님을 들먹거리는 건 예사고 성희롱적 발언도 종종 듣는다고 말했다. 한번은 학생부 교사가 “너 같은 쓰레기 애들은 학교에 나오면 안된다”는 폭언을 해서 큰 상처를 받았다.

“저희 담임선생님이 기간제선생님인데 한번은 자기는 어짜피 계약직이기 때문에 너희들 한 대 때리고 관두면 그만이라고 한 적이 있어요. 학부모들이랑 싸우고 그냥 학교 짤리겠다는 이야기도 들었구요.”

문제아로 찍히면 무관심 언어폭력
학교에서 문제아로 인식된 탓에 이양은 다른 학생들보다 훨씬 더 교사들의 언어폭력에 시달렸다. 이러다보니 무슨 말을 해도 무시당할 거라는 생각에 이양은 교사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자기 고민을 털어놓고 싶어도 담임이나 주변 선생님들을 보면 도저히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게 그녀의 솔직한 심정이다. 돌아오는 답도 뻔해서 차라리 부모님에게 말하는 게 더 속편하다고 이야기한다. 고민이 무엇인지 슬쩍 물어봤다.

“학교가 너무 재미없어요. 사회생활은 어떻게든 배우는 건데 굳이 학교에서 배울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학교는 교육을 넘어서 사회생활을 배우는 곳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대학을 가기위한 수단이잖아요. 정말 배우는 재미에 공부를 해야 하는데 애들 보면 다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것 같아요.”

미나의 꿈은 실내디자인이다. 하지만 학교는 여기에 대해 전혀 가르쳐주지 않는다. 미술수업이 있지만 그마저도 수업시간표에서 빠지기 일쑤다. 하고 싶은 공부는 따로 있지만 교과과정은 국영수 위주라 학교 다니는 게 늘 힘들다고. 이양은 “학교에서 이렇게 싸잡아서 공부시키고 또 그걸 가지고 시험보고 성적으로 서열을 매기는 게 정말 싫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입시위주의 제도교육은 이처럼 평범한 한 아이를 학교시스템에 적응 못하는 ‘문제 학생’으로 둔갑시켜 버렸다. 

“선생님들이 좀 진심으로 저희를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들이 나를 진심으로 보살펴주는구나’하는 걸 느꼈는데 중학교부터는 그런 것 같지 않아요. 담임선생님인데도 그냥 공부만 가르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정말 학생들을 사랑한다면 해결책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시지 않을까요?”

학생 상담을 피하는 교사들
한 도서관에서 만난 ㄴ중학교 여학생들. 학교폭력에 대해 물어보자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담임교사가 학생들을 무서워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부터, 학교폭력에 대한 조치들이 너무 형식적이라는 지적까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폭력 처방에 있어 교사들의 대응이 많이 미흡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생활이 힘들어서 상담을 좀 받으려고 해도 교무실에 찾아가는 게 좀 무섭고 꺼려져요. 게다가 선생님들이 조용히 말씀하시는 법이 없어요. 한번은 상담신청을 했는데 수업 끝나고 큰소리로 제 이름을 부르면서 상담해야 하니 남으라고 했어요. 주변 애들이 무슨 상담이냐고 다들 물어보고 정말 곤욕스러웠죠.”

피해학생들의 제보에 대한 대처도 미흡하지만 가해학생들에 대한 조치 또한 문제가 많았다. 가장 강력한 조치가 강제전학이지만 학생들은 별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전학을 보낸다고 한들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될 수 없을뿐더러 가해학생이 예전학교로 다시 찾아와서 피해학생을 해코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드문 경우로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뒤바뀐 경우나 혹은 동등한 잘못이 있는데도 교사가 피해학생만을 두둔해서 앙금이 더 깊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생각하는 학교폭력의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학생들은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건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방법이라고 단언한다. 걱정시킬까봐 말을 하기도 꺼려질 뿐만 아니라 부모들이 나서면 문제가 더 꼬여버린다는 게 그 이유다. 한 학생은 “작년 운동회 때 피해학생 부모님이 찾아와 가해학생을 다짜고짜 마구 때려서 난리가 났다. 그 후에 피해학생은 더 심한 따돌림을 당했다”며 답답해했다.

뉴스에서 연일 보도되는 가해학생에 대한 법적처벌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학생은 “평소에는 이야기를 해도 들어주지도 않으면서 꼭 뉴스에서 이렇게 몇 명이 희생되고 나서야 대책을 논하는 게 원망스럽다”고 말했으며 다른 학생 또한 지금은 이슈가 되지만 몇 달 뒤면 다시 잠잠해 질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가해 피해자 구분 문제해결안돼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가해자와 피해자만 찾지만 실제로 저희 같은 방관자들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중간에 있는 입장도 마음이 편하진 않아요. 하지만 가해학생이 되기도 싫고 피해학생은 더더욱 되고 싶지 않으니깐 그냥 가만히 있게 되더라고요”

이들은 차라리 학교에 사회복지사들이 파견되거나 외부에 제대로 된 상담센터가 운영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학교 밖 상담센터의 경우 학교안의 상담실을 이용하기 부담스러운 학생들을 위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제대로 운영된다면 여가시간에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의 놀이터로서의 역할도 수행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교사들도 할 말 있다.

현재 교육현장의 실상을 일선의 교사들은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현직 중학교 교사들을 찾아가 보았다.

“지금 현장의 선생님들의 무력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일진 모르겠지만 지금 입시에서 비롯된 교육현장의 무한경쟁 때문에 선생님이건 학생들이건 살아남는데 급급한 상황이에요. 근본적으로 입시경쟁교육이 해결되어야 하는데 당장 닥친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업도 입시위주로 할 수 밖에 없고 전시행정도 해야 하고.”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과의 대화가 거의 단절된 교육현실이었다. 대구 자살사건의 경우에도 제때 상담만 했었더라도 그 아이를 살릴 수 있었다는 게 인터뷰 교사들의 의견이었다. 교사들은 오늘날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학교에 학생들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 또한 문제로 제기했다.

“수업부터 시작해서 각종 업무, 생활지도까지 맡으면 학생상담에 힘을 쏟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렇게 교사들에게 모든 걸 맡겨놓고 사고가 터지니깐 사람들이 그동안 뭐했냐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하기에는 학교의 케어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40명되는 아이들을 한명이 떠안으면서 업무에다가 상담까지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학생들의 문제해결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교사들은 학교폭력을 사전에 인지하더라도 조치가 쉽지 않다고 항변한다. 가해학생 쪽에서는 일단 자기들 잘못이 아니라고 발뺌하기 일쑤라고 한다. 이렇게 가해측과 피해측이 대립하면 학교에서는 도무지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서로 길길이 날뛰다가 합의에 실패하면 그 잘못은 고스란히 교사들의 몫이 된다.

“사실 교사들도 학부모들에게 불만이 많습니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자기자식 중요하다는 생각밖에는 없어요. 어떤 경우에도 자식들을 잘못을 인정하려고 하시질 않아요. 지금 보면 사회가 다들 서로에게 으르렁대고 이빨을 세우고 있는 상황인데 그 속에서 아이들만 점점 죽어가고 있는 셈이죠”

입시경쟁이라는 교육체계에서 낙오된 학생들은 학업에서 상실한 자존감을 다른 방식으로 되찾기 위해 힘으로 친구들을 괴롭히는 방법을 선택한다. 멋있어 보이기 위해 힘 있는 놈이 되거나 힘 있는 놈에게 붙거나 잘나가는 친구들에게 빵셔틀을 자청하면서 그 속에서 다시 자기 빵셔틀을 만들고. 따돌림이 만연하다보니 중학교 학생들을 보면 성적보다는 내가 혹시 왕따 당할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

결국 교사들은 당장의 해결책을 위해서는 공감할 수 있는 교육, 인성교육, 상담시스템의 정착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각 학교마다 상담선생님들을 배치하는 것은 물론 학부모와 교사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마련도 시급하다고. 가해학생에 대한 징계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처벌이 아닌 재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일부 학교들은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개별적으로 운영하기에는 많이 버겁다는 것.

교사들은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이런 역할들을 맡아줘야 하는데 매번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일관한다며 큰 불만을 나타냈다. 그들은 이번만큼은 교육당국에게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해결해라”가 아니라 “시간이 좀 더 걸려도 좋으니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야할 시점이라고 강변한다. 

“고민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인을 정확하게 짚지 않으면 또 몇 달 반짝하다가 그냥 끝나버릴 위험이 있어요. 학교폭력도 교육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