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마감 다음날 오전에는 또 다음호를 위한 편집회의가 열린다. 지난주 수요일 편집회의 중에 자꾸 전화가 온다. “이상한 기사가 나갔는데 봤냐”고 묻는다. 이것 참.

찾아보니 모 일간지에 ‘야5당 시민단체 전리품 챙기기’를 어깨제목(본제목 위에 올리는 작은 제목)으로 하고 ‘시청 민원부서 내쫓고 시의원 개인사무실, 시민단체 대표는 시민 세금으로 해외출장’이란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기사에서 지적된 사실은 작년 6박8일 일정으로 삼송신도시에 예정돼있는 음식물쓰레기와 축산분뇨를 처리해 천연가스를 얻는 바이오매스 에너지시설 설치에 앞선 견학이었다. 시민단체 활동가 1명이 공무원, 관련 업체 관계자들과 독일, 일본을 다녀왔는데, 시민활동가의 비용 490만원을 시가 전액 부담했다. 기사는 이것이 시민단체가 야당과 연대해 시장과 시의원 다수를 당선시키고 ‘제 몫’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신문은 다음날 이 기사를 근거로 사설을 게재했다. ‘시민단체의 대표라는 사람이 시가 제공하는 돈으로 해외를 다녀온 것은 시민단체의 생명인 독립성과 투명성을 스스로 내던진 행위’라는 주장이다. 사설은  기사보다 조금 더 ‘과격’한 어조로 시민단체와 활동가, 시민단체와 ‘유착한 정치인’을 비난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협찬을 받아 해외 견학, 혹은 출장에 동행하는 것은 언론에서 자주 공격을 받는 일이다. 공무원, 시민단체, 게다가 관련 공사를 수주한 공사업체 관계자까지 견학 참석자들의 구성이 얼마든지 구설에 오를 수 있는 조합처럼 보인다.

그러나 민관 거버넌스를 표방하며 예전과 다른 행정, 적극적인 시민참여를 위해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고양시가 시민단체, 시민활동가와 적극적인 협력을 실천하는 것은 매우 당연해 보인다. 견학에 참여한 시민활동가는 음식물쓰레기처리 관련 대책위원회를 맡고 있으며 내용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해왔다. 바이오매스 시설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독일, 그 기술을 다시 국내에 소개한 일본의 현장을 돌아보는 일은 매우 의미가 있는 일이다.

중요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자문을 얻는 일은 꼭 필요하고, 자문을 위해 필요한 경비는 자문을 청하는 기관이 지불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시와 시민단체, 어느 통로에서도 사전, 사후 공개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 시민단체 내에서도 “견학을 함께 갔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더구나 바이오매스 사업은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들까지 반대 여론이 큰 사안이기에 ‘조용히’ 다녀올 견학은 아니었다 싶다. 예전 일이지만 백석동 환경에너지처리시설(소각장) 착공 이전에 환경관리공단은 시의원, 지역주민들의 이해를 돕는다며 해외견학을 다녀왔다. 그러나 견학 이후 참석자들이 시설과 관련해 어떠한 문제제기를 했다는 소식도 듣지 못했고, 별다른 공개 보고회도 열리지 않았다. 부실논란에 다이옥신 과다검출까지 된 지금에서야 “그때 제대로 지적했어야했는데”하는 후회가 든다.

68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의 바이오매스 사업. 견학을 포함한 모든 진행 과정은 고양신문도 찬찬히 살펴볼 일이다. 그런데 모 일간지가 3회에 걸쳐 기사와 사설을 반복하며 한가지 사실을 놓고 ‘전리품’ ‘시민운동의 타락’ ‘권력의 단맛’ 등 과한 표현을 거듭한 것은 거듭 읽어도 언짢다. 비판은 언론의 당연한 기능이지만 작은 기사 하나가 가져올 파장은 얼마나 큰가. 물론 기자나 언론사들의 각자의 성향에 따라, 판단에 따라 다른 논조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야 어제오늘은 아니다. 다만 우려는 이번 일로 인해 힘겹게 협력과 소통, 자치를 향해 나아가는 고양시 행정의 변화 속도가 조금이라도 더뎌질까 하는 것이다.

해외에 나가면 무조건 관광이고, 행정, 정치에 가까이 서면 ‘변절’ 혹은 ‘유착’이던 시절이 있었다. 여전히 그 시절을 향수하는 이들도 종종 만난다. 비판의 날을 세운 모 일간지도 그중의 하나가 아닐까.

이제는 공무원, 시의원, 단체장도 선진지 견학을 이유로 해외에 나가 함부로 시간을 보내면 안된다. 반드시 공공의 업무일 때에만 시민의 세금을 사용할 수 있다. 시민들은 앞으로 예산계획서부터 꼼꼼히 살펴보고, 행정에 ‘감놔라 배놔라’ 해야 한다. 잘못하면 ‘감사’도 할 수 있다. 권한이 생기면 당연히 책임도 져야할 일. 시민이든 시민단체, 관변단체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 아직 주지도 않은 권한을 놓고 때리기부터 하니 ‘권한 이양’ 하고 싶지 않은 편에서 보면 “잘됐다”싶지 않을까.

이번 참에 진짜 시민들이 자치와 소통을 위한 ‘제몫’한번 제대로 챙겨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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