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정보, 자치도시국 신설 단계적 시행
예산계획 집행 감사까지 시민이 직접한다

▲ 자치로드맵(참여의나무)
시민들이 내는 세금이 스스로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 단지 행정을 감시하는 차원이 아니라 예산계획과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 당연한 원칙이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여전히 시민들은 ‘협력’이라는 애매한 이름으로 각종 위원회의 한 구성원으로 만족해야한다. 형식적인 공고공람, 설명회를 통한 시민들의 의견은 그저 ‘참고’될 뿐이다. 자치도시를 최우선으로 표방한 고양시. 아직은 구호만큼 시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 고양시는 지난달 22일 ‘고양시 자치 로드맵’ 최종보고회를 갖고 고양지역사회연구소가 용역결과를 발표했다.

“시민이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참여를 위한 절차를 밟아야한다. 참여 절차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들어졌는지, 행정이 시민과 상호작용을 거쳐야한다는 목표가 분명히 있는지가 중요하다. 시장의 의지 다음으로 공무원들의 확고한 마인드가 필요하다.”
자치로드맵 책임연구원 이종구 교수(성공회대)는 실제 자치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행정체계와 가장 중요한 주체라 할 수 있는 공무원들의 인식변화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자치행정 참여체계 연도별 로드맵
선거철에만 반짝 공약용 ‘자치’
자치는 선거 때마다 많은 단체장들이 공약으로 얘기하는 주제지만 실제 사례를 만들어내는 지역은 많지 않다. 고양시 역시 재작년 야권 연대를 통해 ‘거버넌스’를 전국에 알린 도시치고는 자치의 실제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 시민들은 참여를 통해 복지 문화 환경 교육 분야 이외에도 도시계획 등 행정 전반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갖지 못한다. 결국 대다수 시민들의 외면과 행정의 무관심 속에서 실제 시정 참여는 매우 제한적이다.

다른 도시 역시 마찬가지. 마을만들기(진안, 순천, 안산, 수원 등)나 참여예산(광주·울산·인천·서울의 일부 구, 부천 등)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도시가 일부 있고, 일부 도시(순천, 수원, 부천, 서울, 광역시의 일부 구 등)가 나름의 계획을 갖고서 자치도시 추진의 발동을 걸고는 있지만, 지역별, 분야별 시행정의 투 트랙에서 자치도시를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시는 아직 없다.

자치도시 로드맵 용역에서도 제1원칙으로 시민들이 직접 시 행정과 주민자치에 참여하는 ‘직접성’을 강조하고 있다. 로드맵에서는 공무원들이 책임성있게 참여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공무원의 주민자치 공부모임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온라인 동 마을별 참여기회 확대
로드맵에서는 우선 자치도시를 위한 단계별 사업을 제안했다. 과별 온라인 참여단과 정책협의회, 동별 주민총회, 자치공동체사업 등 모범사업을 만들어내고 확대한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적극 추진되는 주민참여예산은 연차적으로 반영 폭을 확대한다. 자치공동체사업 예산은 2012년 15억, 2013년 30억, 2014년 50억원 수준으로 늘린다. 주민자치위원회와 마을별 자치회, 자치공동체사업, 주민참여예산제 동별 주민총회라는 주민참여와 시정주민참여위원회와 참여예산위원회, 과별 온라인 시민참여단 등 시행정 참여의 양날개로 정책이 추진된다.  

작년 5월 조례가 공포된 시정주민참여위원. 각종 주민참여제도와 주민참여교육, 주민의견수렴을 기획, 연구조사하고 시정의 주요 정책방향을 제안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25명으로 이루어지는 위원회와 별도로 5개의 주민참여단(자치기획, 민생경제, 환경생태, 도시·교통, 여성·복지)을 구성하여 분야별 활동을 하게 된다. 1년 운영 후 평가를 거쳐 제도를 재정비, 운영한다면 ‘자치도시’ 고양시를 상징하는 기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 주요도시 참여 제도 정책 현황
내가 직접 짜는 고양시 예산
9월 만들어진 주민참여예산제에 따라 새해부터는 예산편성에 대한 시민 의견을 적극 듣게 된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100명 이내(지역회의 추천자 39명, 전문가 10명, 공모 50명 내외)로 구성되며, 동별로 열리는 지역회의에는 원하는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서 우선순위가 매겨진 주민 제안은 시장이 위원장을 맡는 참여예산조정협의회를 거쳐 조정, 반영된다. 주민참여예산제연구회를 두어 주민의견수렴 및 참여예산제의 효율적인 운영방안을 연구하며, 위원회 위원 및 희망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예산학교를 운영한다. 로드맵에서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동별로 개최되는 주민자치의원회가 주관하는 ‘지역회의’가 제대로 운영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자치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각동 주민자치위원회가 강화돼야한다.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 대표성(구역별, 연령별, 성별, 직업별)에 부합하도록 개선하고, 문호를 개방, 운영상의 민주성, 전문성도 강화해야한다. 현재 문화여가 기능에 치중, 운영되고 있는 주민자치센터를 조례에 명시된 대로 주민자치 기능, 지역복지 기능, 주민편익 기능, 시민교육 기능, 지역사회진흥 기능을 고루 수행하는 동의 명실상부한 중심 커뮤니티센터로 만든다. 주민자치위원회와 아파트단지 자치회와의 유기적 교류, 역할분담도 필요하다. 동의 마을별, 상가별, 아파트단지별 자치권을 존중하고 독자적인 사업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마을 단위의 공동체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각각의 마을 특성에 부합하는 마을만들기 사업을 권장, 지원한다. 자치공동체사업 공모 시, 동 주민자치위원회만이 아니라 단지, 상가, 마을 단위에도 응모권을 부여한다.

자치업무 총괄 추진단 구성해야
현재 여러 부서에서 나누어 추진하는 데 따른 효율 저하와 업무 혼선을 피하기 위해 관련 업무를 통괄하기 위한 시장 또는 부시장 직속으로 자치도시 추진단(TF팀)을 구성, 운영한다. 자치도시 추진단은 자치도시 추진 업무를 기획, 총괄, 협의, 지원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정책기획담당관, 시민소통담당관, 행정지원과, 주민자치과, 일자리창출과, 복지정책과, 교육지원과, 문화예술과, 환경보호과, 교통정책과, 도시계획과의 11개 부서와 시의원, 민간 전문가로 자치도시 추진단을 꾸린다. 장기적으로는 자치헌장 제정, 자치도시 선포 후 지역별 주민자치와 분야별 시행정 주민참여를 축으로 관련 행정, 경제, 복지, 교육, 문화, 환경, 교통, 도시계획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자치도시국을 신설해 주민참여자치 업무를 총괄시켜야한다는 것. 또한 자치공동체사업 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주민자치 활성화 및 공동체사업 전반을 중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게 된다. 

공무원 인센티브제 과감하게 도입
행정 의회 시민의 삼각 협력을 위해 로드맵에서는 시의회의 협조를 얻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참여의 활성화가 시의회의 위상과 역할을 침해한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시의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전제. 자치도시 추진단을 비롯한 각종 추진기구와 참여기구에 의원들을 적극 참여시키고, 상임위별, 그룹별 협의회나 전체 토론회, 워크숍을 수시로 열고, 시의회와의 공동 프로젝트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느 도시나 자치와 참여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공무원들의 협조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해야하는 공무원들의 입장에서 시민참여를 강화하는 것이 달가울리 없다. 참여자치 시대의 공무원상 정립을 위해 공무원 인센티브 제도를 과감하게 정비, 보강하여 공무원의 헌신성과 책임성, 창발성을 고양하라고 조언했다. 

자리를 만들어준다고 권한이 생기지는 않는다. 내용을 모르고서야 참여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지금까지 행정의 ‘정보공개’가 원칙이었다면 앞으로는 ‘정보 제공’이다. 정보공개는 주민의 요구에 따라 요구된 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끝난다. 반면에 정보 제공은 주민이 시 정책에 참여하고 주민의 뜻이 시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하여 시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정보제공 거버먼트2.0
로드맵에서는 ‘거버먼트 2.0’을 제안했다. 거버먼트 2.0에서는 시민이 공개된 정보를 활용하여 심사숙고한 후 자신의 의견을 제안할 수 있게 하는 기술적, 제도적 장치가 활용된다. 영국에서는 픽스마이스트릿(www.fixmystreet.com)을 통해 지도를 제공하고, 시민들은 고장 난 가로등, 불법광고, 버려진 차량 등 각종 지역문제들에 대해 시민들이 제보하고 논의하고, 정보를 교환한다. 서울시 교육청이 ‘서울교육 2.0’, 과천시의회 ‘지방의회 2.0 협약’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최종 결과보고회에서는 최성 시장은 자치로드맵을 실질적으로 시의 방향과 맞을 수 있도록 수정 보완해 적극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종구 교수는 “자치를 위한 명확한 목표가 있다면 현재에 주저앉지 말고 시민과 상호작용을 통해 적극적으로 행정을 변화시켜나가야한다”며 “이번 로드맵이 제대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공무원, 시민들의 주인의식, 책임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양지역사회연구소 김범수 부소장은 “자치로드맵 용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치관련 전문가와 각동별 주민자치위원, 다양한 입장의 단체들과 수십차례 간담회를 가졌다”며 “주민자치아카데미에 참여한 주민자치위원들이 스스로 교육받은 사람과 참여안한 위원들간의 의식차이가 분명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지만 단계적인 교육과 참여의 기회 확대를 통해 자치도시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제공 : 고양지역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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