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재래시장 어려운 경기에 조심스런 장보기

“재작년까지만 해도 설대목엔 시장골목을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작년 상반기부터 매출이 줄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매출이 2~30%로 줄어든 것 같다.”

3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원당시장 터줏대감 동해수산 강성호 사장의 이야기다. 강 사장은 경기가 어려워졌다면서도 손님들에게 한웅쿰 덤을 잊지않았다.

경기는 얼어붙고 서민들의 한숨소리는 깊어가는 가운데 설 전후 재래시장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한산했다. 지난달 20일 기자는 원당시장을 찾았다.

시장입구에서부터 위풍당당 들려오는 ‘그리운 내고향.’ 노래가사는 설분위기를 한껏 부풀게 하고, “어머님들 빨리 오세요. 딸기 한상자 6000원. 안사가면 손해요”를 외치는 상인의 목소리는 지나치던 ‘어머니’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동해수산에는 금방이라도 바다로 헤엄쳐 돌아갈 것같은 싱싱한 생선들이 눈을 반짝였다. 원당닭집에는 털없는 머리를 꽂꽂이 세운 닭들이 차례상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빛고운 과일, 통통한 고사리, 여기저기 먹음직스럽게 쌓여져 있는 떡과 한과들, 색동저고리 치마를 대신한 아이들 설빔을 파는 옷가게와 신발가게.

박수를 치며 손님을 모으던 건어물 가게 아저씨와 북어포 가격을 놓고 흥정하던 할머니는 북어포를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며 내내 결정을 망설였다. 장을 보다 허기진 배는 토실토실 아기 엉덩이 닮은 찐빵으로 채우고 찐빵으로도 부족한 아쉬움은 옆가게 호박죽 한그릇으로 달랬다.

코를 벌름거리게 만드는 국민간식 호떡은 굽기 바쁘게 팔려나가 기다리는 이들을 내내 서운하게 만든다.
호떡가게 앞에서 기다리던 주부는 “올해 야채 값이 너무 비싸다. 호박이 2000원, 어떤곳은 2300원도 하더라. 식구가 4명밖에 안되는데 작년보다 7~8만원 더 쓴 것같다”며 “내돈을 도둑맞은 기분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가벼워진 주머니탓에 홀쭉해진 장바구니를 든 이들은 시름을 잠시 놓아두고 오랫만에 만날 그리운 얼굴을 떠올리며 음식 준비 생각에 집으로 고향으로 설레는 발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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