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 무원마을 주민들 배우되다
정발산동에서 미국 회상씬…지식정보진흥원 지원

 

▲ 무원마을에서 주민들과. 왼쪽부터 윤용균 동대표님, 전명숙 부녀회장님, 안성기씨, 김전옥 관리소장님

▲ 고양시에서 촬영한 주요장면.
100만찍고, 200만까지. 영화 ‘부러진 화살’이 무서운 기세로 흥행몰이중이다. 고작 5억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영화라는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정지영 감독의 영화 ‘부러진 화살’은 고양시 화정동 브로멕스 건물 8층에 둥지를 튼 영화사 ‘아우라픽쳐스’가 만들었다.

“웃다가 분노하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봤다” “간만에 만나는 사회성 짙은 반가운 영화다” 등. 뜨거운 반응들 속에 영화에 대한 애정은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있다. 하물며 영화 곳곳에서 고양시를 만나게 되는 고양시민들의 반가움은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거기에다 직접 출연까지 했던 고양시민들이면 영화는 이미 ‘내가 출연한 나의 영화’인 것이다. 석궁사건 발생장소로 촬영된 무원마을 기산 아파트는 영화의 첫 장면이자 첫 촬영지이다. 이후 영화 후반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의미있는 곳이기도 하다.

▲ 행신동 무원마을 기산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 앞 장면 리허설
장항동 주민이자 영화 공동제작자로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담당한 한현근 작가는 “리얼리티가 중요한 영화이다 보니 실제와 흡사한 장소를 찾아야했다. 기산아파트를 보는 순간 ‘여기다’라고 생각했다. 실제 사건이 벌어진 잠실 우성아파트와 똑같았다”고.

촬영기간 내내 추운날씨의 밤샘작업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내일처럼 나서서 도와주었다고 한다. 이들은 영화촬영 현장을 볼수 있어 즐거워했고, 조용하게 주민들을 배려하며 촬영하는 스텝들에게 놀라기도 했다고 한다. 한 작가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 감동하고 행복했던 촬영이었다. 좋은 출발로 후반 작업 또한 잘 마무리 된 것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처음부터 아파트 섭외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주민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관리사무소에서 허락받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은 영화인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한다. 거기에다가 가난한 제작사이다보니 무료촬영을 부탁하기가 난감했었다고 한다. 한 작가가 처음 관리사무소를 찾아갔을 때 김전옥 관리소장과 전명숙 부녀회장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정지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이야기에 두 사람의 반응이 달라졌다. 결정적인 반전은 주연인 안성기씨였다.

▲ 김지호씨의 호프집 장면. 밤가시 사거리 함흥냉면.
한 작가는 “안성기씨 주연 이야기를 들으신 두분이 그때부터 화색을 띄며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겠다고 나섰다. 대기실 걱정을 시작으로 급기야 대접할 차를 정하는 고민까지. 점점 영화 제작자가 되어가시더라”며 “국민배우 안성기씨의 좋은 이미지 덕을 봤다”고 말했다.

영화같은 놀라운 이야기도 있다. 영화 촬영 중 통상 제작부원들이 해야 하는 주차관리를 도와주시는 어르신을 보고 감사인사를 하던 중 그분이 바로 영화 속 실제 주인공 김명호 교수의 손윗 동서임을 알게 됐다고. 그것도 촬영하던 동의 동대표 윤용균씨였다니 영화는 또 다른 운명을 만난 것이다.

윤용균씨는 자신의 거주사실을 알고 촬영팀이 온 것으로 생각했다며, ‘석궁사건’을 영화로 만든다는 사실을 고마워했다. 윤씨는 한 작가에게 그간 겪었던 가족들의 마음고생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고양시가 등장하는 다른장면에는 김명호 교수(안성기분)의 미국 자택이 있다. 이 집은 장항동 단독 주택 단지의 문성근씨 집이라고 한다. 집을 선뜻 내줄 만큼 문성근씨가 이 영화에 대해 가지는 애정이 엿보인다.

▲ 안성기씨 호프집 장면. 화정 싱싱카페.
문성근씨는 이 영화에서 동료배우 이경영씨로부터 “형, 못보던 사이에 연기 많이 늘었수”라는 평을 들었을만큼, 비열한 판사 연기를 훌륭히 해냈다. 문성근씨는 촬영 당시 ‘국민의 명령’으로 한참 바쁜 활동 중임에도 단 이틀만에 연기 신공을 내뿜으며 정 감독을 비롯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또 극중 여기자(김지호분)가 사는 오피스텔은 장항동에 있는 한 작가 지인의 오피스텔이며, 이밖에 탄현부근의 실내포장마차는 영화 속 술먹는 장면이 모두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고. 촬영후 이곳에서 스텝들을 비롯해 지인들과 식사는 물론 뒤풀이 자리까지 가졌다고 하니 지역 경제에도 이바지한 셈이다.

고양시를 주 촬영지로 한 덕분에 부러진화살은 고양시지식정보산업진흥원에서 일부 비용을 환급받기도 했다. 한 작가는 “진형근 차장 등 관계자들이 애를 많이 써주었다. 진흥원 김인환 이사장과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고양시가 인심좋은 곳으로 알고 살아왔지만 이번 영화를 만들며 새삼 이웃들의 따뜻함과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며 “이 영화 한편에 많은 고양시민들과 지인들의 땀과 정성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대박흥행의 열쇠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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