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학교폭력 교육현장 “안타깝다”

세 번째 교육기획에서는 학부모들이 바라보는 교육현장의 문제에 대해 다뤄보았다. 작년부터 이슈화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학부모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일산지역 ㄱ초등학교에서 도서도우미를 하고 있는 중학생 학부모 3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뉴스를 보면 걱정이 많이 되죠. 혹시 내 아이도 피해자는 아닌지 신경도 쓰이고. 그나마 초등학교 때는 학교에 자주 방문해서 이것저것 신경을 쓰지만 중학교부터는 그게 많이 힘들더라구요”
힘든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사춘기시절이라 우선 아이들이 부모님의 방문을 꺼려하기도 하고 학부모들도 왠지 중학교때까지 신경쓰는 건 지나친 간섭으로 생각한다고. 학교가 올라갈수록 선생님과의 대화가 부족해진다는 것도 큰 이유라고 말한다.
“교사와 학부모가 공생을 해야 하는 관계인데 아무래도 학부모들은 아이를 맡기는 입장이고 선생님들은 직업으로서 애들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니 둘의 관계가 가까우면서도 참 부담스러운 관계인 것 같아요. 애들 문제로 담임선생님을 만나서 뭔가를 이야기하려고 해도 혹시 부담을 느끼실까봐 걱정이 들기도 하고.”

학교 “참여가 어려운 공간”
학부모들은 학교라는 공간이 학부모들이 참여하기 힘든 공간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운영위원회 같은 일로 불러도 가도되는 자리인지 망설여진다고 토로한다. 그나마 인터뷰한 학부모들의 경우 도서도우미 활동을 통해 학교와 관계를 맺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에게 학교는 어렵고 낯선 공간이다. 소통이 부족하다보니 교사들과의 신뢰도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학부모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교사들의 문제해결 방식에 불만을 나타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식으로 덮는 경우가 대다수며 문제를 알게 되더라도 학부모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한다는 것.

한 학부모는 교사들의 사명감이 예전에 비해 부족하다고 꼬집어 말했다. 일부 교사들이 이 아이를 내가 책임져야겠다는 마음가짐보다는 1년 담임기간만 무사히 잘 넘어가자는 식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긴 안목으로 제자들을 바라보는 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렇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하다 보니 애들도 배우는 것 같아요. 그러니깐 사고가 일어나도 가해학생이 성의없이 사과하고 끝나는 경우들이 생기는 거죠. 옛날에 비해 애들이 선생님과 대화는 많이 하는 것 같지만 깊이는 부족하더라구요.”

또한 학부모들은 사회가치관의 변화도 학교폭력문제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모들이 평소에 자식들에게 돈 되는 것만 추구하는 모습들을 보이고 공부 외에는 다른 것들은 보지도 못하게 하다가 막상 자살사건이 발생하자 다들 난리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돈빼앗으며 ‘정당한 거래’라니
어른들이 이런 모습들을 보이게 되니 아이들 또한 이를 닮아가는 게 당연지사. 한 학부모는 요즘 아이들이 존경하는 인물상이 부도덕하더라도 돈이나 권력이 많은 사람들이라며 씁쓸해했다. 그러다보니 학교폭력의 방식들도 훨씬 더 지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한다.
“옆동네 중학교에서 싱가폴에서 전학온 애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반 반장이 일진이어서 상납을 요구했다고 하더군요. 애가 부모님과 상의 끝에 상납을 했는데 일진애가 돈을 받으면서 한 대 때리라고 한 다음에 ‘네가 때린 값을 낸거다’, ‘정당한 거래다’ 이렇게 이야기했나 봐요. 그 일진학생은 어른들이 나중에 추궁할 것까지 계산을 해서 돈을 뜯은 거죠.”
대구 왕따학생자살사건 이후 경찰과 교육당국에서는 처벌의 수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학교폭력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인터뷰 학부모들 역시 가해학생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뉘우칠 수 있도록 일정정도의 처벌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처벌을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지 보복하는 식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가혹한 처벌을 내리는 건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먼저 아이들을 존중하고 책임감을 부여한 상태에서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중학교쯤 되면 자기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행동을 함부로 하지 않거든요.”
결국 존중과 배려를 통해 아이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방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이런 부분이 현재 학교폭력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학교폭력 문제에서 가정문제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주위를 살펴봐도 집에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신경 쓰는 친구들은 그런 문제들이 없는 것 같아요.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들도 보면 대부분 가정문제로 인해 마음의 상처들을 지닌 경우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아이에 “투자한 게 얼마인데”
고양동에 사는 학부모 A씨는 학교폭력이 심각해진 한 요인으로 가정문제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예전에 비해 가정의 분위기도 바뀌고 사람들의 가치관도 너무 바뀌었다는 것. 특히 가치관이 너무 돈으로만 집중되다보니깐 부모들이 애들 학원 보내는 것도 투자개념으로만 바라본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성적이 안 나오면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투자한 게 얼만데 성적이 이 모양이냐”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이와 반대로 부모들에게 공부에 대한 보상을 받아가며 학원을 말 그대로 ‘다녀주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억지로 하는 공부에 욕구불만이 잔뜩 쌓인 아이들은 결국 스트레스를 풀기위한 방편으로서 친구 한명을 타겟으로 삼아 왕따와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심지어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 외면하는 부모들도 많다고 이야기했다. “주변에 극단적인 사례도 많아요. 한 아이가 친구를 때려서 아버지를 불렀는데 자기는 걔한테 손을 땠으니 콩밥을 먹이던지 처벌하던지 알아서 하라는 반응을 보였데요. 피해학생에게 치료비도 못 대주겠다고 하고. 같은 학부모가 봐도 문제 있는 부모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지역공동체 나서서 대안찾아야
학부모들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가해학생만을 처벌하는 것으로는 문제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A씨.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 안에서도 해결이 힘든 상황이라면 지역사회가 나서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으로 되지 않을까하고 이야기했다. 지역공동체 등을 통해 서로가 서로의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생각으로 노력한다면 일탈을 조금이나마 방지할 수 있다는 것.

A씨는 “많은 학부모들이 자식에 대해 선생님들이 지적하면 당신이 잘못 가르쳐서 이렇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동네사람들이 지적하면 당신이 우리 아이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러느냐고 화를 내는 등 편협한 시각을 지니고 있다”면서 “지역공동체가 함께 나선다면 학부모들도 좀 더 다각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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