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우리에게 참으로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4월에 총선이 있고 그 총선 결과에 따라 대선이 결정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 간 지도자가 어떤 철학을 가지느냐에 따라 국가의 명운이 바뀌고 국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절감한 사람들이라면  국민들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것이다.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다고 여겼던 경제적 풍요가 정치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것 또한 뼈저리게 깨달은 5년이 되었을 것이다.

지도자를 뽑는 데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역시 도덕성이다. 그런 이유로 교수신문에서는 2012년의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뽑았다고 한다. 파사현정은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불교용어다. 바르지 못한 사람들은 떨어뜨리고 바른 이들을 뽑아 정치가 바로 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한 거라고 설명도 했다. 예전부터 정치는 바르지 못한 사람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라 했다. 올바른 지도자가 어리석은 백성들을 지도해 나가는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그 반대다.

우리는 지금껏 권력을 이용해 비리를 저지르고 오로지 축재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국민의 안위를 돌아보지 않는 자들을 지도자로 받들어야 하는 고단한 국민 노릇을 해왔다. 도덕적 지도자를 기다리는 것은 일반 백성이 간절히 바라는 일이지만 요순시대라는 전설적인 시절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지금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교육 현장은 누구도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고 가정 경제 또한  붕괴 직전이라고 한다. 다들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도  재산이 수백억이 늘었다는 얘기, 돈 봉투를 돌렸다는 얘기들이 들린다. 그 많은 부는 어디서 난 것일까. 누군가 가지게 되면 누군가는 잃게 되는 게 세상 이치다.

대구중학생 자살사건이 있은 이후에 교육현장에서 상상치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친구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될 일들을 양심에 거리낌 없이 가하는 아이들의 심리에 놀랍고 무서울 따름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까지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게 된다. 인권을 무시한 경쟁적 교육방식과 과도한 업무로 인해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담임의 한계, 친구들 간의 우정을 쌓아가는 데 필요한 체육활동의 부족 등 이유는 너무나 많을 것이다.

아이들이 잘못 되는 데는 대부분 어른들에게 그 이유가 있다. 잘못된 어른이 아이를 바르게 이끌 수 없다. 국민의 가장 위에 있는 사람들이 도덕적이고 양심적이지 못한 데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바로 서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정신을 바로 차려야만 한다.

한의학에도 파사현정과 비슷한 용어로 ‘부정거사(扶正祛邪)’란 말이 있다. 치료의 대표적인 방법으로서 바른 기운은 돕고 삿된 기운은 제거한다는 뜻이다. 바른 기운은 우리 몸의 생기인 정기신(精氣神)을 말하는 것이고 삿된 기운은 잘못된 음식과 기거나 감정의 조절 장애 그리고 건강을 해치는 외기 즉 바람 차가움 습기를 말한다. 한의학의 원전인 내경에서는 부정거사의 방법으로 헛되고 사사로운 것, 도적질 유행풍속은 피해야 하고  편안하고 담담하며 비우고 없애는 마음를 유지하라고 하였다.

남과의 경쟁만을 강조하다 보니 같은 생명을 가진 귀한 존재를 알지 못하게  된다. 스승은 본래 남과 내가 하나임을 가르쳐야 참되다고 하였다. 스승도 참되고 지도자도 참되고 부모도 참되게 되면 군사부일체가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자식을 바르게 자라도록 하는 지극한 마음이나 일반 백성을 가엾게 여겨 바른 정치를 펴는 지도자나 학생을 바른 사람으로 기르려는 간절한 스승이 다 같이 있어야 할 것이다.

2012년은 우리에게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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