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의 파업이 심상치 않다. MBC노조는, MBC 기자회가 지난 달 25일 ‘편파 보도를 한 보도본부장 등 보도국 일부 간부들의 퇴진’을 요구하며 재작거부에 들어간 지 닷새만인 1월 30일 총파업에 들어간 바 있다. 그 이후 2월하고도 셋째 주가 흐른 오늘 현재 MBC노조의 파업은 열흘을 훌쩍 넘기면서 장기화되고 있다. “이제 MBC가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이것이 파업의 슬로건이다.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 부임 이후  지난 2년간 MBC가 주인인 국민을 섬기지 못하고 관영방송이 되어버린데 대해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회사 측은 “현재의 노조 파업은 정치파업, 불법파업”이라며, “노조 간부들을 처벌하고, 파업에 대해서는 무노동 무임금과 대체인력 투입으로 맞서겠다”고 엄포만 놓고 있다. ‘공영방송 MBC’의 꼴이 말이 아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방송계에서 언론의 자유를 위해 가장 앞장선 방송”이라던 MBC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

시민사회는 이번 MBC노조의 총파업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일찍이 ‘자유론’을 저술한 영국의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밀은 “자유란(누군가가 제 멋대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제한을 의미 한다“라고 설파한 바 있다. 이를 미국 독립전쟁 당시의 독립 운동가이자 언론인이었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더욱 쉽게 풀이했다. “언론이 누구를 화나게 한다는 이유로 보도를 하지 않는다면, 언론에 보도할 내용은 거의 없을 것이다”라고. “김재철 사장이 현 집권세력의 낙하산을 타고 사장에 임명되었다”는 말은 MBC 사장 임명권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의 당시 김우룡 이사장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 김우룡 씨는 “자신이 그 총대를 졌다”고 스스로 자랑했고, 그리하여 만천하가 알게 되었다.(그는 그 비밀을 실토한 것이 문제가 되어 이사장직을 사퇴했다.)

MBC노조가 성토하고 있듯이 그 김재철 사장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2년간 “MBC에서 현 정권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실종시켰다.” “MBC는 MB의 인사와 현 정권의 정책에 대한 비판은 삼가하고 권력의 홍보기관으로 변해버렸다.”

<뉴스 후> 등 시사 프로그램 다수를 폐지하고, 드라마, 연예 프로에 집중하였다. MBC 기자들과 PD들은 “더 이상 뉴스데스크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진실은 전할 수가 없었으며, 더 이상 ‘PD수첩’을 통해 우리 시대의 진정한 목격자로 역할 할 수 없었다”라고 부끄러워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진짜로 청와대로부터 쪼인트를 까였는지(?)”, ‘살아있는 권력을 화나게 하는 일을 너무나 기피하면서, 연예, 오락, 드라마 프로에만 열을 올려 “차라리 MBC를 연예방송 MBC로 바꾸라”는 비아냥을 샀지만 본인은 이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듯 했다. 오늘날 한국 언론계에서 “살아 있는 권력을 화나게 하는 뉴스 보도를 기피하는 현상”이 어디 MBC뿐이었을까? 대다수 언론이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대형 언론사일수록 살아 있는 권력을 화나게 하는 것을  더욱 기피할 뿐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치켜세우거나 변호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럴수록 시민 민주주의 사회에서 진짜 주인으로 섬겨야 할 주권자인 국민들은 가볍게, 우습게 보게 된다. 그들은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의 시각으로 사물을 보지 않고, 권력자나 권세있는 자, 가진 자들의 편에 서서 사물을 보게 된다.

87년 ‘6월 항쟁’ 이후 한국의 정치적 민주화는 상당히 진전되었다고들 보았는데, 그에 도취한 국민들이 방심한 사이에 한국의 정치와 언론은 권세 있는 자, 가진 자들 편으로 돌아섰고, 그 결과 경제적 민주화의 문제는 내동댕이쳐졌다. 그 4반세기동안 한국 사회가 점점 더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사회로 치달았고 이러한 현상은 정치적 민주화조차 위기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MBC노조가 파업으로 제기하고 있는 이슈들은 MBC 노사 간의 갈등만이 아니라 한국 언론계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이다. 나아가 한국의 시민 민주주의, 한국 사회 전체의 표현의 자유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남의 일이 아니라 시민사회 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MBC노조는 이번 총파업을 통해서 21세기 초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 문제에 심각한 숙제를 던지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더 이상 수십 년을 함께한 그의 직장 후배들에게 칼질하지 말고 이제라도 사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차제에 한국의 시민사회는 정치권력을 견제하고 균형감각을 취하게 함에 있어서, 또 시민사회와 정치권력이 함께 돈을 앞세워 권세를 남용하는 자들을 감시 비판함에 있어서, 방송언론이라는 사회적 광장을 어떻게 위치지을 것인가에 대해 새로운 대안들을 마련하고 그러한 시스템을 조속히 갖추도록 정치권에 과감히 요구하고 나서야 할 것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듯이,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사회적 기여로 삶의 보람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이른바 ‘2013 체제’는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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