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마을 전위예술가 이은우 선생

▲ 이은우 선생은 "서로의 마음을 읽어주고, 배려해주는 아내와의 불꽃같은 사랑이 즉흥연주를 터트리게 하는 힘"이라고 한다

“남들이 개척하지 않는 분야를 먼저하고 있습니다.”

생각과 행동이 남보다 앞선 사람을 선구자라 한다. 많은 생각과 고뇌를 통해 예술적 선구자의 길을 걷고 있는 이은우(52세)선생. 지난해 11월 12일 ‘북한산~호수공원 고양바람누리길걷기 축제(25km)’에서 스텝으로 활동했고, 올해 1월 19일 어울림 파티하우스에서 열린 ‘고양시걷기연맹 창립식’에서 축하연주를 했다. 그는 창립식에서 지난해 걷기축제 현장의 느낌을 그대로 생생하게 살린 연주를 했고,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를 보내며 브라보를 외쳤다.

취재기자가 ‘고양사람들’ 연재를 위해 고봉산 자락에 위치한 자택을 방문했을 때도 그는 아내와 기자 앞에서 즉흥연주를 했다. 양쪽 엄지발톱이 시커멓게 피멍이 들어서 발톱이 빠져나가는 고통을 참아내며 취재현장을 뛰었던 기자의 모습과 ‘고양사람들’ 이번 취재에서 열정을 담는 모습을 상큼발랄하게 나타냈다. 악보 없이 하는 연주라서 더 신비롭고 환상적인 느낌 그 자체였다.

이렇게 즉흥연주를 하는 이은우 선생은 피아니스트가 아니고 “피아노가 도구이며, 음악과 소리가 무엇으로 바뀔지 모르고, 아직도 그 과정 중에 있을 뿐이다”고 한다. 그는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싱크대 세일즈맨, 피아노 조율사, 화랑 대표 등 10가지 직업과 20개 직장을 가졌던 적이 있다.

2003년 무렵엔 피아노를 구입하러온 운명적인 여인인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피아노 조율을 하면서 숭고한 사랑을 시작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방향을 못 잡고 있던 이은우 선생은 “아내랑 사랑에 빠지면서 음악에 심취해 즉흥연주가 시작됐다”고. 이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영화 같은 즉흥연주가 쏟아졌다.

그의 아내조차도 그가 원래 피아니스트인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깜짝 놀랐고, 주변에서도 피아니스트인줄 알고 초청연주가 종종 들어왔다. 아내와 만난 그 해에 북한산 부근에서 있었던 꽃 축제에서 자연스럽게 즉흥연주를 했고, 2004년 실험예술제에서도 어김없이 연주를 했다. 2007년 청주스튜디오 오픈 때도 초청받았고, 국악과 함께 어울려 현장의 느낌으로 즉흥연주가 터져 나왔다. 그는 모든 음악에서 공교육을 받은 적 없고, 스스로 연마 했으며, 잠재된 것과 끊임없는 노력의 과정을 겪었다.

즉흥연주가 터져 나올 정도로 그가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는 영어강사로 있으며, 세상과 소통하는 예술혼을 실험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한결같은 사랑과 배려로 남편인 이은우 선생을 힘차게 응원하고 있다. 그의 손에 잡히는 것 모두가 예술로 승화된다. 쓸모없는 나무 조각 3개만으로도 근사한 냅킨꽂이가 되고, 붉은 벽돌 몇 장과 나무판자 몇 조각만 있어도 멋진 책꽂이가 된다. 매일 남이 해놓은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생각하며, 창의력을 쏟아내고 때론 우쿨렐레, 기타, 바이올린으로도 즉흥연주를 하며 전위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즉흥연주는 과정일 뿐이고 아직도 진행 중이며 종착역이 아니다”라고 아리송하게 말을 흘렸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의 창작세계를 아직도 쌓는 중이며, 외모에 신경 쓸 틈이 없어서 1997년 무렵부터 머리를 길렀다. 긴 머리카락은 깎을 이유를 발견하지 못해서 그대로 기른다고 하는 이은우 선생은 “서로의 마음을 읽어주고, 배려해주는 아내와의 불꽃 같은 사랑이 즉흥연주를 터트리게 하는 힘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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