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무원 희망보직 뚜껑열어보니 ‘역시나’
변화 개혁요구에…시장공격용 내부고발까지

▲ 2012년 고양시 공무원 희망보직 결과
시장이 추구하는 시정의 실현은 공무원들이 자기업무에 충실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 만약 공무원들이 무사안일에 빠져서 복지부동하고 있다면 이를 개선하지 않고는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보장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고양시 공무원 사회에서는 시장의 열정에 공감하지 않고 부정적이며 자신의 업무를 시장의 시정 목표에 맞추어야 겠다는 감정이입이 일어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 공무원의 일처리가 진정한 의미의 고객 지향적 행정창출에서 시작되었다기 보다는 정치적 의도에서 시도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열정을 가지지 않고 업무에 임하는 것이다.

일많은 일자리 주택 청소과 ‘싫어’
고양시는 지난해 4월 희망보직제에 의해 인사개편을 단행한 이후 올해도 공무원들로부터 희망부서 신청을 받았다. 지난 7일 발표된 1차 희망부서 신청접수 결과, 고양시 전체 공무원 2334명 중 98% 수준인 2310명이 희망부서를 신청했다. 신청서 작성자 중 61%인 1427명이 현부서 잔류를 희망했고 다른 부서로 옮기길 희망한 공무원은 전체의 39%인 883명으로 나타났다.

부서를 옮기길 원하는 5급 공무원 35명의 경우, 본청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과는 행정지원과, 복지정책과 2개 과로 나타났다. 한편 5급 공무원들은 6급 7급에 비해 본청보다 동사무소를 더 선호했다. 덕양구 시민봉사과, 흥도동, 화정1동, 화정2동, 화전동, 중산동, 일산2동 주민센터 등으로 나타났다. 5급 공무원은 대체적으로 동주민센터나 구청으로 옮겨가길 원하는 신청자가 많았다. 

부서를 옮기길 원하는 6급 공무원  190명의 경우, 수도행정과, 도서관센터 운영과, 의회사무국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고 본청의 부서로는 인적자원담당관, 감사담당관, 회계과, 여성가족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558명의 7급 이하 공무원의 경우, 도서관센터 운영과, 행주산성관리사업소, 인적자원담당관, 정책기획담당관, 방송영상통신과, 교육지원과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5급 공무원들이 동주민센터 신청률이 높은 반면 7급 이하 공무원들은 지난해 희망보직제의 경우처럼 행주산성관리사업소, 인적자원담당관 등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했다.

올해 상반기 희망부서 신청종합분석 결과 비교적 업무량이나 업무부담이 적고 근무환경이 쾌적한 부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선호하는 상위 4개 부서는 인적자원담당관, 행주산성관리소, 일산동구 행정지원과, 본청 행정지원과였다. 가장 기피하는 4개 부서는 일자리창출과, 주택과, 체육진흥과, 청소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피부서의 특징으로는 잦은 휴일근무, 고질적 민원 등이 많다는 점이다. 또한 동주민센터라 하더라도 직급별, 인구, 교통, 지역정서, 민원 사무량등에 따라 선호도의 차이가 발생했다.

청렴도 최하위 원인은 체전 강제동원?
최성 시장의 시정을 추구하기 위해 내려지는 지시와 이에 호응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불협화음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불협화음 저변에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공무원의 복지부동을 나타내는 한 예로 지난해 고양에서 열린 전국체전을 위한 서포터즈 동원에 대해 공무원들의 인식을 들 수 있다. 시가 서포터즈(응원단) 모집인원을 할당하고 주민동원을 했던 사안에 대해 몇몇 공무원들은 ‘강제동원’이라는 시각에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러한 불만 때문에 전국체전 당시 공무원들은 ‘하는 척만 하는’ 겉치례식 행사를 진행했다는 비판이 시민들로부터 나왔었다. 공무원은 자발성 대신 강제적으로 일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한 시민은 “고양시에서 처음으로 개폐회식이 열렸던 지난 전국체전을 잘 치러내기 위한 공무원들의 역할이 있었음에도 스스로 하지 않고 끌려갔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것 같다”며 “강제동원이라는 인식은 공무원으로서의 본분에 어긋나는 시각”이라고 말했다. 전국체전이라는 과중한 행사와 업무 때문에 공무원들이 스트레스가 컸지만 전국체전을 위해 내려지는 상사의 지시사항에 대해 부당한 지시로 인식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시장공격용 내부고발 언론플레이
이렇게 상사의 지시가 부당지시로 인식함으로써 지난 12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조사한 고양시의 내부청렴도는 최하위인 4위로 나타나기도 했다.

공무원들 자신의 직무방기임에도 불구하고 내부고발의 형태를 빌어 시장을 공격하는 공무원들의 행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 예로 지난해 12월 공무원 교육 등의 장소로 활용할 목적으로 시정연수원 리모델링 과정에서 용도변경없이 공사를 한 사실이 있었다. 원칙적으로 그린벨트 내 관리사무소 부지를 연수원으로 용도변경한 뒤에 리모델링을 했어야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작년 12월 시정질문을 통해 이상운 의원에 의해 집중 질타를 받았다. 최성 시장은 상황을 알지 못했던 듯 본회의장에서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모든 행정의 최종 책임이 시장인 것은 맞지만 절차와 시스템이 있는 행정 업무에서 책임 소재는 오히려 분명하다. 해당 시설의 용도변경 절차에 대한 권한은 관할 구청장에게 있었다. 시장이 이러한 수준의 용도변경에 대한 절차를 일일이 챙기지 못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당 구청장과 담당 공무원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시장에게 보고하고 용도변경절차를 밟아야 했다. 한 시민은 “만약 시장을 공격할 목적으로 내부고발의 형태를 빌어 공무원들이 자의적으로 시의원에게 스스로 잘못한 내용을 전했다면 공무원의 시장에 대한 반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음주접대 잦다보니 불륜 구설수도
시장과 공무원 사이 소통문제와 무관하게 공무원들의 그릇된 성의식과 나아가 불륜문제가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잦다는 점도 문제시 되고 있다. 고양시의회가 2010년 11월 ‘여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시에서는 간부공무원에 의한 여성공무원의 성추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고양시 공무원의 연이은 성추행 행위가 폭로됨에 따라 공무원 사회에서 관성화된 성도덕 불감증이 방치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술자리에서 상사에게 여성 공무원이 술을 따르는 것은 다반사이고 2차 노래방에서도 신체 접촉을 해 항의를 하더라도 마치 사회생활에 미숙한 사람으로 핀잔을 받는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
2010년 연말 고양시 일선 동장이 여직원에 대한 성추행으로 직위해제 된 사건에 대해 공무원 사회 내부에서는 동정여론이 일기도 했다. 일산서구보건소 모과장은 사무실에서 직원들에게 폭언과 성희롱 발언을 일삼아 공무원의 게시판에서 당사자들의 공방이 가열되는 사건도 일어났다.

무엇보다 성추행을 당하면 이를 고발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심적 부담감 때문에 고발을 꺼리게 만드는 공무원 사회의 억압된 분위기도 공무원들의 성도덕 불감증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한 여성 공무원은 “공무원에 대한 성추행 조사과정을 통해 해당 공무원이 처벌되지 않고 다시 복권된다면 성추행을 제기한 여성은 심적 부담감을 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공무원들의 술자리가 1차에 이어 2차 혹은 3차 등 빈번해짐에 따라 남녀간 불륜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 1년여 전 백석동에서 불륜 문제로 고소고발 사건이 발생했는데 남녀 당사자가 모두 고양시 공무원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작년 고양시청 출입기자와 여성 공무원의 폭행 고소고발 사건과 관련해서도 몇몇 남성 공무원들이 추가로 관련돼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공무원들이 좋아하는 ‘갑을관계’
공직사회에 대한 가장 오래된 불만은 ‘갑을관계’ 요구다. 공공 용역을 맡는 업체나 단체는 물론이고 지원을 받는 복지시설, NGO들까지 업무와 관련된 일부 공무원들에게 ‘접대’를 요구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갑을’이란 통상적으로 계약 관계상 갑과 을을 칭하지만 갑은 칼자루를 쥐는 강자, 을은 약자로 설명된다. 공무원들이 가장 즐겨 쓰는 표현 중 하나다.

고양시로부터 사업 지원을 받는 모 단체의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밥을 사라는 얘기를 여러번 해서 담당 직원들에게 식사와 술 대접을 했다. 우리가 하청 업체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청 업무를 맡았던 모 업체의 직원은 “업무와 관련해 여러번 지적을 당해 어려움이 많았는데 공무원 한명이 밥도 한번 안사고 일을 하냐고 말해 깜짝 놀랐다. 내가 업무를 잘 몰라 일을 어렵게 만들었나 싶어 상사에게 건의해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갑을 관계 요구는 시 산하기관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고양문화재단, 시설관리공단, 지식정보산업진흥원, 종합자원봉사센터 등 시의 예산지원과 관리를 받는 기관들은 담당 공무원들의 요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산하기관 단체장들이 담당 과장, 팀장, 주사들의 ‘지시’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관행적인 접대 문화, 갑을 관계는 공무원 사회의 변화를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고양시 공무원들은 크게 3가지 부류로 분류된다. 첫번째는 시장의 리더십에 따르려고 하는 그룹이다. 최성 시장 취임이후 승진을 거듭하는 공무원들이 여기에포함될 수 있다. 두번째는 시장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시장의 리더십 스타일에 불만을 가지고 있거나 적응을 못하는 그룹이다. 이들 중에는 전임 시장 시절 소위 ‘잘나갔던’ 공무원들이 많다. 정권이 바뀌면서 자신들이 ‘홀대’받고 있다고 여기는 공무원들은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주지만 최선을 다해 업무에 임하지 않는다.

세번째로는 현 시장에 대해 반목을 하고 있는 그룹이다. 소수지만 이들은 ‘현 정권’에서는 자신들이 승진이나 여타의 기회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무원 자신의 업무를 시장의 시정 목표에 맞추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2334명의 공무원들 중 ‘취지에는 공감하나 잘 따르지 못하는’ 중간층 그룹을 어떻게 시장의 동력자군으로 흡수시키느냐가 향후 2년여 남짓 남은 민선 5기의 성패를 가늠한다고 볼 수 있다.

최성 시장의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는 것과 함께 공직사회도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변화를 위한 자구노력을 경주해야할 것이다.  3회 기획취재에서는 공무원의 행정서비스의 고객이자 고양시정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고양시민들의 냉정한 평가를 들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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