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지방선거가 16일간의 공식 선거전에 들어갔다. 후보자 진영은 등록하기가 무섭게 유세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이번 6.13 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역자치가 실시된지 10여년이 넘었지만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단체장들이 각종 비리에 연류돼 좌초하는 경우를 볼 때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미 지적했듯이 월드컵 분위기에 밀려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유권자들이 무관심할수록 후보자의 명암이 엇갈린다. 이미 조직을 선점하고 있는 정당이나 지역 학연에 기댈 수 있는 후보자는 쾌재를 올리지만, 오직 정책과 능력만을 믿는 후보자는 암담하기조차 하다. 또한 후보자들은 정치 이념과 공약에 호소하기보다 조직표나 고정표를 동원하기 위해 불법 선거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매표, 향응 제공, 관권 개입, 토박이론, 지역주의가 판을 치게 된다.

이미 우리는 고양시 각 정당의 단체장 후보자 경선에서 불공정 시비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을 보았다. 한나라당 단체장 경선의 경우 이를 빌미로 불복하고 말을 갈아타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이는 유권자의 무관심과 사회적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빚은 결과다. 이번 본선에서 이같은 편법 선거의 재발을 막기위해서는 유권자의 관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나아가 유권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혼탁 불법 선거를 감시해야 한다.

선거는 하나의 축제다. 선거는 후보자 진영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직접 참여하여 승부를 가른다는 점에서 단지 대표선수들의 승부전을 관람하는 월드컵보다 더욱 재미있을 수 있다. 그런데 선거가 축제가 되기 위해서 월드컵 경기처럼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스포츠 정신이 그러하듯이 선거에서도 승부 결과에 승리하면서도 교만하지 않으며, 패하면서도 비굴하지 않는 정신이 요구된다. 이는 승부를 위해 최선을 다하되 당당하면서 의연한 자세로 임할 때 가능할 것이다. 이른바 공명선거가 되었을 때 선거는 축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를 왜곡하는 조건이 너무나 많다. 당선을 경박하게 예단하고 일등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마치 월드컵에서 4강을 기정 사실화하고 심판이 도와주겠지 하고 압력도 넣어보고 기대는 무모함처럼. 초기에는 공명선거를 다짐하고 선서도 해보지만 막바지에 이를수록 경쟁이 가속되어 그 거침성을 더하기 마련이다.

후보자 진영에 공명선거의 순진한 도덕성을 요구할 수만은 없고 현실적으로 무리한 점이 많다. 이들은 승부욕에 매몰되기 쉽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관심을 갖고 감시해야 한다. 페어 플레이에 어긋나는 행위에 가차없이 고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유권자가 대선이나 월드컵에 관심을 빼앗겨 이번 선거를 등한시한다면 지역자치의 장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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