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시장 스타일 탓은 변명일뿐”
변화의 동력 끌어내는 리더십 ‘아직은’

96만을 헤아릴 정도로 고양시가 팽창했지만 이러한 외형적 발전에 비해 공무원들의 의식이 고양군 시절과 다를 것이 없다면 문제다. 민선 5기를 떠맡은 최 시장은 공무원들의 변화를 거의 최초로, 가장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시장이다. ‘시민 제일주의’라는 민선5기의 시정 철학이 현실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변화가 필요한데, 그 변화의 요지는 시민 위에 군림하는 공무원에서 시민에게 봉사하는 공무원으로의 변화다.
민선5기 1년 8개월 동안 민의 피부에 와 닿는 공무원 변화의 정도는 어떠할까. 2년 4개월이 남은 민선5기 이 시점에서 공무원 사회 바깥에서 내리는 민의 냉정한 평가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민선5기 가장 잘한 시책이 ‘고양 원더스 유치’
고양시는 지난 1월 고양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시정평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선5기가 들어선지 1년 반이 들어선 시점에서 조사한 결과였다.

공무원들의 시민을 위한 봉사태도가 민선5기 출범 이전과 비교할 때, 개선되었다고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대해 응답자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소 개선되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59.2%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다소 나빠졌다’ 16.1%, ‘별 차이 없다’ 8.1%, ‘매우 개선되었다’ 7.4%, ‘매우 나빠졌다’ 2.6% 순이었다.

그러나 시정평가에서 대체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린 고양시민들은 시민 제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역점을 두었던 고양시 정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평가 결과를 보였다.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민선5기 들어 고양시가 추진했던 정책들 중에서 구체적으로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전국체전 개최와 고양 원더스, 고양 오리온스 유치’라는 응답이 34.6%로 가장 높게 나왔다는 점은 이를 말해준다. 고양시가 시민 제일주의를 반영하며 그동안 역점을 둔 시책인 ‘초등학교 전학년 무상급식, 2012년 중학교 2,3학년으로 무상급식 확대’ (응답자 29.3%), ‘복지나눔 1촌맺기 시행’ (응답자 18.7%), ‘서울시 기피시설 강력대응’ (응답자 16.4%)에 대해서, ‘고양 원더스 유치’ 같은 고양시를 알리는 홍보성 행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민들은 가볍게 평가했다.  

민선5기 출범 1년 되는 시점에 발표한, 고양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시정평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시정평가 부문에서 ‘잘하고 있는 편이다’로 대답한 응답자가 49.2%로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여론조사에서 시정 평가의 전제 요건이라 할 수 있는 고양시 주요 시책에 대한 시민들의 인지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에서 시민들이 고양시의 시책이나 주요행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느냐 질문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큰 행사나 시책만 안다’ 45.3%, ‘거의 알지 못한다’에 39%로  대답한 반면 ‘매우 잘 안다’에 1.9%만 대답했다.

이는 고양시가 민선5기 이후 벌인 두 차례의 여론조사가 시민들이 분명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고 전형적인 ‘중간화 경향’을 보인 여론조사라는 것을 말해준다.

공무원 여전히 과도한 요구 주인노릇      
그렇다면 여론조사와 별개로 시민들은 공무원의 변화, 나아가 대시민 행정서비스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우선 부정적인 평가다. 최성 시장 취임 이후 주민참여형 시민우선의 자치도시를 표방하지만 최 시장의 의도대로 일선 공무원들이 움직이는 않는다는 평가다. 시민우선의 자치도시는 공무원과 관계된 단체나 시민들이 원활한 소통이 전제되어야 함에도 공무원들의 완고한 자세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고양시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예전과 비교해서 시장과의 소통은 가능해졌지만 정작 일선 공무원들은 센터를 무시한다”며 “공무원들은 서류는 과도하게 요구하며 주인행세 노릇을 하지만 ‘예산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 한다”고 말한다. 고양시 모 관변단체 관계자는 “민원이 시에 전달되면 아직도 공무원들은 민원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보다 일단 ‘안된다’는 전제하에 왜 안되는지 설명하려는 태도부터 취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민원을 청하는 시민에게 감정이입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시장의 개혁적 성향에 대한 고양시 일부 공무원들에게서 나타나는 반감이 곧 ‘일을 할 수 없다’는 핑계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 관변단체 대표는 “고양 시민들이 현 시장을 뽑은 것은 시장이 내세운 공약이 실현되기를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업무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일하지 않는 것은 공무원에게는 일말의 변명도 되지 않는 핑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동 공무원들, 개혁적 시장과 갈등 당연
공무원들의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주민참여조례와 주민참여예산조례 개정, 민생탐방과 타운미팅 등 고양시가 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는 분명히 시민 제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행정적 조치였고, 이러한 행정적 조치는 공무원들의 호응을 필요로 한다. 업무나 시스템이 변화가 공무원들은 적응시간을 거쳐 결국 태도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한 시민은 “취임한지 1년 반 정도 지난 시점에서 공무원의 변화를 읽는다는 것은 어렵지만 여러 시도의 흔적들이 보인다. 예를 들어 노인 일자리 확충, 보건소 등 찾아가는 각종 행정 서비스, 초등학교 전학년 무상 급식 같은 시책은 당사자들이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 이러한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은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 시장의 시정철학과 같이 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최 시장과 공무원들의 불협화음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한 관변단체 대표는 “공무원의 변화를 유도하는 최 시장에게 박수쳐주고 싶다. 개혁적 시장과 보수적 공무원 간의 불협화음이 그동안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민선5기에 와서 당연히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민선5기 들어 지금까지 최 시장이 공무원들에게 강하게 요구하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피곤할수록 시민들은 편안해지는 이치”라고 말했다.

소신껏 일하게 할 변화와 공감의 리더십 요구
최성 시장은 ‘시민 제일주의’ 시정철학을 2300여 공무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복지부동한 일부 공무원을 제외하면, ‘시민 위에 군림하는 공무원에서 시민에게 봉사하는 공무원으로의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공무원 사이에 번지고 있다. 변화를 추구하는 공무원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고양시 공무원 사회에서 소외시키려는 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드러내놓고 충성하지는 못하지만 변화에의 공감대를 가지는 다수 공무원들을 어떻게 아군으로 편입시키느냐는 최 시장의 몫이다. 그런 맥락에서 변화를 수용하려는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했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소신껏 일하려면 최 시장의 리더십 변화도 필요하다. 복지부동한 공무원들의 부정적 영향력을 통제하려면 이들 집단에 대한 격리책을 고민하는 등 과감한 승부수도 필요하다. 

민선 5기 전반기가 최 시장의 ‘시민 제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공무원 변화 요구를 전달하는 단계였다면, 2년 4개월 남은 민선 5기 후반기에는 최 시장과 공무원의 관계가 성숙되어 이러한 전달이 현실화되고 궁극적으로 시민들이 변화의 결실을 피부로 느끼는 단계로 접어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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