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숙 중산동 주민자치위원장

하루 종일 봄비가 내리던 날 중산동 주민자치센터를 찾아갔다. 겨우내 쌓인 먼지들은 빗줄기에 씻겨나갔는지 고봉산 아래 중산마을은 투명할 정도로 깨끗하고 조용했다.

주정숙 주민자치위원장은 “이 동네는 작은 공원들이 많고, 고봉산이 있어서 그런지 공기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라며 마을 칭찬을 한다. 오랫동안 분당에 살면서 유명한 ‘봉사쟁이’였던 주정숙 위원장.
이 곳 중산마을로 6년 전 이사 왔을 때는 여기서 ‘마지막 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지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같은 층에 살던 주민자치위원장님의 권유로 주민자치위원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도 남편의 이해가 없으면 어려웠을 것이다. 주 위원장은 “집에만 있는 것보다 봉사활동하는 것이 더 낫다”는 남편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 한 해 중산동 주민자치위원들은 안곡습지의 꽃을 가꾸고 감자와 고구마, 배추 등의 농작물 재배해 관내 노인정이나 어려운 이웃들을 도왔다. 상추와 고추가 실하게 열리면 따서 노인정에서 점심 드시는 어르신들께 대접하기도 했다.

시민자원봉사자 252명이 참여해 아파트 담장에 벽화를 그려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만들어냈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이불과 라면을 전달해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형편이 어려운 분들은 이불을 바꾸기 어려워요”라는 주 위원장의 말처럼 어느 집에나 이불은 있지만 없는 형편에 새 이불 구입하기 어렵다. 그래서 중산동 주민자치위원들은 한 겨울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극세사 이불을 선물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잡초가 무성했던 안곡습지에 꽃가꾸기 사업을 펼쳤고, 올해에는 안곡습지로 올라가는 길에 꽃터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작은 공원을 활용해서 음악회 개최도 염두에 두고 있다. 또한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과 주민자치위원들이 함께 영화관람을 할 계획이다. 학생들 8명과 위원 2명이 함께 영화를 보며 학생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멘토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일회적으로 하는 불우이웃돕기, 장학금 전달 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물질이 부족한 곳에는 늘 정서적인 궁핍함이 함께 따라다닌다. 중산동 주민자치위원들의 ‘청소년들과의 영화관람’을 통해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학생들의 빈 자리가 채워지길 기대한다.

많은 이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있는 중산동 주민자치센터 신청사. 2008년 준공될 때까지 상가 건물 등을 이용한 비좁은 임시청사에서도 서로들 협조하며 잘 이끌어온터라 신청사로 이전하고 나니 주민자치센터의 활동은 날개단 듯 더 활발해질 수 있었으리라.

분기별로 300~350여 명이 수강하는 문화강좌는 주로 건강과 취미 관련한 내용이 인기있다. 주 위원장은 “유명 백화점 문화강좌 다 들어봤지만 큰 차이 없어요”라며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문화강좌가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결코 수준이 낮은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가까운 곳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고, 마을을 위한 봉사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이 주 위원장을 비롯한 중산동 주민자치위원들의 소박한 바람일 것이다.

주 위원장은 “중산동은 동장님, 팀장님들 모두 협조를 잘해주십니다”라며, 절대 과장이 아니라고 덧붙인다. 마을이름처럼 마을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의 마음도 중심이 서 있기 때문이리라. 중산동주민자치센터 사무장은 “남자 위원장보다 훨씬 낫다”며 주정숙 위원장을 칭찬한다.

고양시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중산동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저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오랜 봉사 이력과 더불어, 자신을 내세우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치센터의 원활한 운영에 힘쓰는 주 위원장과 그를 조용하게 내조하는 위원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