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100인포럼 - 연극인 손숙씨
환경부 장관 1달만에 사표, 아름다운가게맡아

▲ 강의를 하고 있는 손숙씨

차압딱지 붙인 아파트에서

뛰어내릴까
절망의 순간

MBC 여성시대 제안받아


“재현아.” 강의를 끝낸 연극인 손숙씨가 일산동구청 대강당 입구에 대고 누군가를 부르자 탤런트 조재현씨가 등장했다. 경기문화의 전당 이사장인 조씨가 손숙씨를 만나기위해 고양을 찾은 것이다. 19일 평화누리 고양100인 포럼 강사로 나선 손숙씨와 조재현씨는 객석의 고양시민들과 허물없이 인사하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대학시절 연극을 했지만 ‘현모양처’가 꿈이었던 손숙씨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극인 남편과 결혼했다. 남편이 뒤늦게 시작한 사업이 부도나 해외로 도피했을 때 손숙씨는 마흔 초반. 아이 셋과 압류 빨간 딱지가 덕지덕지 붙은 집에서 손씨는 절망한다. 자살까지 결심했을 때 희망이 찾아온다.

“아파트 베란다에 서면 뛰어내리고 싶었어요. 그때 MBC라디오 여성시대에서 전화가 왔죠. 전 그때부터 인생에서 절망의 순간 다음에는 다시 올라올 수 있게 된다는 믿음이 생겼죠.”

엄청난 빚을 안고 세 아이를 키우던 손씨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다양한 사연에 위로받게 된다. 그렇게 빚도 갚고, 연극인, 방송인으로서 우뚝 서게 된다.

“나눔 봉사를 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됐어요. 그때 지금의 박원순 서울시장님이 제안을 햇죠. 아름다운가게를 해보자고. 헌 옷이나 물건을 기증받아 그 수익금을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저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 고양평화누리 회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손숙 조재현씨
그때부터 아름다운가게를 이끌어 올해로 10주년이 되었다. 손씨는 강의내내 봄맞이 대청소를 권하며 집에 넘쳐나는 헌옷, 물건들을 기증해달라며 아름다운가게를 홍보했다.

40일만에 하차한 환경부장관 사연도 털어놓았다. 예전부터 친분이 있던 고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직후 장관 제안을 했다. 당시 손씨는 연극 어머니 순회공연을 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고리끼 어머니 공연과 우리 공연을 교환하기 위해 모스크바 공연이 일주일 후로 예약돼있었어요. 장관 제의를 거절하며 제가 공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했죠. 대통령님은 러시아 순방 일정과 맞는다며 함께 가자고 하셨어요.”

모스크바 극장에서 손숙씨의 어머니 연극은 기립박수를 받았다. 당시 현장에 와있던 대통령 순방단의 경제인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봉투를 전달했다. 대표로 손숙씨가 받았다.

“봉투에 2만불이 들어있었죠. 극단 대표에게 바로 전달했고 배우들 식대로 사용했어요. 그리고 한달만에 신문에 ‘손숙 장관 뇌물수수’기사가 대서특필됐죠.”

▲ 손숙 조재현씨
청와대에서는 2만달러를 되돌려주면 어떻게냐고 했지만 손씨는 “뇌물이 아닌데 되돌려줄 이유가 없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당시에는 ‘너무 분해’ 화가 치밀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잘 됐다”싶다고. 손숙씨는 다시 연극과 사랑에 빠졌고 어느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남편은? “이혼은 못했죠. 남편이 다시 돌아왔을때는 이혼하려고 했지만 아이들도 있고, 지금은 그냥 따로 또 같이 살고 있어요.”

이제는 연예 프로그램에 나와서도 옛 일을 편안하게 들려주는 손숙씨. 강의가 끝나고 조재현 이사장이 부탁한 아리랑 영상을 촬영했다.  67세의 나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고운 얼굴의 손숙씨는 2년후 고양시로 돌아와 살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