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공원·평화자전거 누리길, 한강시네폴리스 사업
환경단체 “개발·개방으로 철새도래지 가치 사라질 것”

▲ 장항습지
이번에 시작된 철책 제거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우리에게 안긴다. 철책 제거로 트이게 된 한강 둔치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지만, 철새 도래지인 장항습지 등 한강 하구의 생태계 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철책 제거로 가능해진 개발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시민들이 장항습지를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하는 생태공원 조성, 평화자전거 누리길 조성, 그리고 김포시에서 추진하는 한강시네폴리스사업과 연계한 공간활용 사업이다.
고양시 구간에는 장항습지 내 4개의 관찰시설과 중앙전망대, 습지 연구센터, 탐방로 등이 설치되고, 인근을 자연생태학습공간 만들어 생태공원으로 조성을 할 계획이다. 시민들이 장항습지를 가까이서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지만 훼손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고양환경운동연합의 박평수 위원장은 “장항습지를 완전 개방하기는 어렵다. 개방은 오히려 장항습지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별도 프로그램을 두어 1일 탐방객수를 철저히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분단의 상징이었던 철책은 사람의 접근을 제한하는 대신 역설적으로 멸종위기종의 주요 서식지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한 큰 요인이었다. 장항습지에는 조류가 21과 65종, 포유류가 6과 7종, 어류가 14과 26종, 갑각류 십각목 4종, 양서, 파충류 6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중 재두루미, 개리, 저어새, 흰목물떼새 등 멸종위기종이 21종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고양시 구간을 관통하는 평화자전거 누리길 조성은 장항습지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생태계를 결정적으로 혼란케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천 강화~경기~강원 고성을 동서로 잇는 총연장 565.6㎞의 평화누리 자전거길은 고양과 김포시 구간을 관통하도록 계획됐다. 환경단체 측은 장항습지를 최대한 우회하는 자전거길을 주장하고 있고, 시는 장항습지 통과방안을 주장하고 있어 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다. 습지보호지역 최대 우회방안은 철새도래지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지만, 경관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크다. 이에 반해 김포대교를 지나 일산대교까지 자전거로 이동하는 장항습지 통과방안은 경관성은 좋으나 생태계 교란을 야기한다.

박평수 위원장은 “장항습지를 통과하는 자전거길은 습지탐방객들의 대기장소, 이동장소와 겹치기 때문에 민원이 야기되고 사람들이 인기척이 미치는 순간 철새 도래지로서의 가치는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포시에서 추진하는 한강시네폴리스사업과 연계한 공간활용 사업도 장항습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김포시는 철책을 제거한 뒤 한강 둔치에 257억원을 들여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다목적 광장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한동욱 PGA 생태연구소장은 “2005년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할 당시 강물의 절반에 해당하는 김포쪽 물과 수변을 제외시켰기 때문에 김포시 개발의 여지를 준 것은 잘못”이라며 “당시에는 개발이 덜 된 김포시의 개발 압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개발이 꽤 이뤄졌기 때문에 추가 개발 대신 습지보호지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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