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19일 밤, 호수공원에는 밤 운동객과 상춘객들로 북적였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11시까지 퇴장을 해달라”는 관리소 측 안내방송이 있고 곧 가로등이 꺼졌다. 주위는 깜깜함 그 자체다. 서둘러 퇴장하는 기자의 발 앞으로 갑자기 개처럼 보이는 물체가 휙 지나갔다.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너구리다.” 귀를 의심하며 뒤돌아 보았다. 불이 꺼지고 어둠이 짙어지자 움직인 녀석. 한밤중에 호수공원에서 너구리와의 만남이라니.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놀랍게도 너구리는 도망가지 않았다.

아예 배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몸 크기는 40센티미터 정도에 30킬로그램 안팎의 무게로 보였다. 오동통한 녀석이 귀여워서 눈을 맞추며 오라는 손짓을 했다. 지켜보던 시민이 “야생 너구리는 사나우니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호수공원에 너구리가 많이 있다”고 증언하는 시민도 있었다. 시민들은 신기해하며 한동안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일산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너구리는 삶터를 잃었다. 한강변 장항습지에서나 서식하고 있을 것으로 알고 있었다. 호수공원이 이제 생태공원으로 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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