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복 흥도동 주민자치위원장

한적한 시골 농촌마을이었던 흥도동. 교육시설이라고는 흥도초등학교뿐이었고, 공적인 시설이라고는 흥도동주민센터와 고양시농업기술센터가 전부였다. 40여 년을 그린벨트로 묶어 놓고 강제로 개발과 발전을 억압해왔던 곳이다. 어느날 갑자기 보금자리 주택지로 선정되어 급작스럽게 마구잡이 개발이 되기전까지는 말이다.

도시지역 동들이 3만~5만명인데 흥도동은 고작 3150여 명이다. 삼송택지개발로 인구가 6000여 명으로 줄었고, 원흥보금자리주택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3000여 명으로 줄었다. 내년부터 입주가 시작되면 주민수가 늘어나겠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사 나간 주민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주민 수는 적지만 주민자치위원은 총 28명. 열정과 참여율만은 최고라고 자부한다. “하겠다는 분들이 더 있지만 자리가 부족하다”고.

정정복 위원장을 비롯해 흥도동 주민자치위원들은 지난해 불우이웃돕기 사업에 치중했다. 1톤 트럭 한 가득 배추 300포기를 김장담궈서 생활보호대상자와 차상위 계층과 경로당에 나눠주었다. 흥도동 인구는 적지만 의외로 도움이 필요한 가정이 많기 때문에 불우이웃돕기사업은 의미가 크다. “흥도동은 다들 서로 터놓고 살기 때문에 누가 어렵게 사는지 잘 안다”고. 그래서 작은 도움이라도 꼭 필요한 곳으로 전해질 수 있다.  

7년째 봄가을로 해오는 ‘염색봉사’는 농촌마을 흥도동의 특색 있는 봉사활동이다. 주민자치기금에서 비용을 출연해 염색약을 준비하고 각 통 부녀회장들이 직접 염색을 한다. “1년에 2번, 추석 전과 설날 되기 보름 전쯤에 생활보호 대상자 중에서 원하는 분들에게 해드린다”며 염색 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봉사하는 사람들이 더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올해 경로잔치 때 420~430여 분이 참석하셔서 대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전 주민이 3000여 명밖에 안 되는 곳에서 경로잔치에 400여 명이 참석했다니 놀랄 일이다. 보금자리 주택 때문에 주변 지역에 나가 살게 된 주민들이 경로잔치에 가면 정들었던 이웃들을 만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많이 참석했다는 것이다. 마음이 뜨끈해지니, 수구초심(首丘初心)이다.

개발되지 않는 지역의 주민들 숙원사업은 뭐니뭐니해도 도시기반 시설 특히 도로 확·포장에 대한 것이다. 도로가 좁고 차는 많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라서 마주 오는 차가 있으면 비켜설 공간이 있는 곳에서 기다려야 한다. 농번기이니 트렉터나 경운기라도 지나가면 대책없이 속도를 줄여 운행하며 인내심을 시험한다. 앞으로 보금자리주택에 입주가 시작되어 차량이 늘어나면 그 불편함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또한 대중교통 확충도 필요하다. 한 시간에 한 대씩 마을 버스가 다니고 있다. 그나마 버스회사가 망해 지난 8일 동안은 다니지도 않았다. 거리로는 원당역, 화정역까지 10분이지만 교통수단없이 걸어서 가면 3~40분이 걸린다. 한 동네였던 곳이 개발된다고 들썩거릴 때 상대적 소외감을 안 느낄래야 안 느낄 수 없다. 

흥도동 주민들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가장 큰 숙원사업은 그린벨트 해제일 것이다. “이젠 그린벨트를 풀어줄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정정복 위원장. 위원장뿐만 아니라 그린벨트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좌우명 같은 거 별로 없다며 “남 속이고 거짓말하는 게 어렵다”고. 그래서 “나무와 같이 일하는 것이 취향에 맞는 것 같다”는 정정복 위원장. 현장 인부의 역할로 조경사업에 발을 들여놓은 후 10여 년만인 1996년 독립해 대원조경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운치 있고 근사한 소나무를 만들어낸다.

36년 전 군대 제대 후 마을 반장을 보면서 시작된 봉사가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흥도4통 통장과 흥도동 주민자치위원장으로 그는 천천히 자라고, 서서히 변하는 나무처럼 자신을 애써 드러내지 않으며 지역을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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