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신1동 샘터203동 장애자 할머니

▲ "뼈가 약해 통증이 심하지만 예쁜 수세미를 뜨며 즐거움을 느낀다"는 장애자 할머니

“예쁜 수세미를 뜨개질 했더니 마음이 즐거워서 통증이 달아났어요.”

요즘엔 각종 세제에 표백제, 유연제 등 종류도 많고 쓰는 양도 늘어났다. 그런데 깨끗하게 하려고 사용하는 세제가 오히려 물을 더럽히고 매일매일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친환경, 자연친화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아크릴사’라는 게 있어 관심을 끈다. 이는 ‘아크릴’이라는 사람이 많든 화학섬유이다. 이 화학 섬유가 수질 오염의 주범이던 세제를 몰아내고 있고, 이 실로 예쁜 수세미를 뜨고 있는 장애자(73세) 할머니.

31년 전 뇌동맥, 무릎 관절을 수술하고서 병원에서 회복 중에 있었는데 주변에 있는 지인이 병문안 오며 뜨개질한 수세미를 가지고 왔다. 그 수세미를 보는 순간 옛날 생각이 나서 가르쳐 달라고 했고, 방법을 설명해줬다. 느낌으로 해보았는데 그런대로 모양이 제법 잘 나왔다.

자신감을 얻고서 의사, 간호사, 주변 환자들에게 원피스 모양의 앙증스런 모습을 떠서 마음의 선물을 했다. “수세미를 받는 이들은 너무 예쁘다며 칭찬과 격려를 많이 했다”고 하는 장 할머니. 우울증까지 겹쳤는데 수세미가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아픔을 잊게 됐다.

또한 4년 전에 양쪽 눈에 백내장 수술을 했는데, 신기하리만치 좋아져서 작은 뜨개질의 구멍도 선명하게 보였다. 장 할머니는 서울 마포 아현동이 고향이며, 젊었을 때도 사실 편물을 했다. 기계로 옷을 짰는데 입소문 듣고서 주문량이 많아 쉴틈 없이 했다.

편물은 옷이 안 맞든지 오래되어서 싫증난 옷을 다시 풀어서 짠다. 어쩌면 요즘 같은 불경기에 자원 재활용 차원으로 다시 활용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랫동안 아파오던 갑상선을 돈독한 신앙의 힘으로 완치됐다”고 자랑하는 장 할머니. 최근에 세면장에서 넘어져서 또 고관절에 금이 가서 3주 동안 입원했다. 고관절이라서 오랫동안 앉아 있지 못하지만, 병원에 있으며 신나게 수세미를 떠서 주변 환자들과 기쁨을 나누며 이번에도 아픔을 잊었다.

장 할머니는 “샘터마을 2단지 입주 때부터 임대아파트에 기초수급자로 마음 편히 살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 할머니가 살고 있는 샘터마을 2단지는 한반도 모형의 분수대에서 시원하게 뿜어내는 물줄기가 일찍 찾아온 더위를 씻어주곤 한다.

또한 주민들의 화합과 창의력을 높이라는 뜻을 담고 있고, 옛날에 벼슬을 하면 임금께서 하사해 정승나무라 불렸던 회화나무 공원이 멋지게 조성되어 있다. 이곳엔 푸르름을 노래하는 느티나무도 넉넉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고, 느티나무 그늘 아래는 장 할머니가 앉아 있곤 했다.

병원에 입원하지 않은 때는 늘 이곳에서 이른 여름부터 늦가을 내내, 오후 1시에서 5시까지 2년이 넘도록 소일거리 삼아 수세미를 뜨개질하고 있다. 고관절의 통증으로 두툼한 방석을 깔고서 있고, 딸기, 모자, 원피스 등의 다양한 모양을 뜨고 있는데, 1겹은 1장에 1000원, 2겹은 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공원에 나온 사람들은 이쁘다고 사가는데, 예뻐서 설거지는 못하고 장식용으로 걸어두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느 사이 동네에서는 수세미의 달인으로 불릴 정도로 솜씨가 좋으며, 단체행사 때 기념품으로 제공되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장 할머니는 사실 앉아서 뜨개질 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많은 통증으로 시달려왔고, 지금도 그 통증은 남아 있다. 수세미를 뜨개질하며 그 아픔을 말끔히 잊고, 나날이 즐거움 속에 생활하고 있으니 수세미가 장 할머니께 건강을 선물한 셈이다.

장 할머니가 직접 뜨개질 하는 수세미 전용실은 항균처리 된 고급 아크릴 100%의 털실로 제작돼 세제 없이 오염물을 말끔히 제거한다. 장애자 할머니는 “건강이 더 허락할 때까지 수세미를 계속 뜨겠다”며 소박한 소망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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