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만 효자동 주민자치위원장

‘효자’라는 말이 낯설어진 시대다. 그래서일까, ‘효자동’이라는 지명은 듣기만 해도 좋다. 호랑이도 알아보고 도와주었다는 효자 박태성의 묘가 있어 지명이 되었다는 효자동. 10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창릉천을 사이에 두고 은평뉴타운지역과 경계하고 있으며 지축보금자리주택지구에 선정되어 8600여 가구가 들어올 예정이다.

혹시 효자 박태성과 종친일까? 효자동 토박이 박성만 주민자치위원장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가 얼굴 가득하다. 그는 “올해부터 북한산 산신제를 다시 지내려고 준비 중”이라며 북한산 산신제가 효자동 주민들간의 구심점이 되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20여 년 전 박은동씨가 돌아가시면서 지내지 못했다는 산신제를 조종철 산신제 추진위원장을 선출해 다시 준비하고 있다.

북한산 산신제는 지축리와 북한산 의상봉, 육모정 등 세곳에서 시행되어 왔다가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지축리 산신제가 폐지됐고, 북한산의 두곳도 이주문제가 생기면서 진행되지 못했다.

지축리와 의상봉에서는 무녀를 초빙해서 지냈고, 육모정은 마을 사람들이 제관이 되어 늦은 밤에 음식을 지게에 지고 올라가서 지냈다. “옛날에는 산신제를 위해 음식을 준비해서 갖다 놓고 제를 지내고 내려오면 호랑이가 갖다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올 10월 경에 날을 잡아 육모정에서 산신제를 지낼 때는 많은 주민들이 모일 수 있도록 오전 10시에 지낼 계획이라고 한다.

효자동 주민자치위원회의 주요 사업 중에는 3자녀 가정의 신생아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있다. 미역과 북어 등의 조촐한 선물이지만 앞으로 3자녀를 출산하는 가정에는 지속적으로 축하선물을 전달할 계획이다. 출산을 장려하면서 몇 십만원씩 주는 곳도 있다지만 자녀 많이 낳았다고 돈이 오가는 그런 모습 역시 억지스럽다. 오히려 이웃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이런 소박한 선물에 더 마음이 간다.  

효자동에서는 어느 동에서나 실시하고 있는 문화센터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박성만 위원장은 “재개발이 되면 달라질 것”이라며 주민 수가 많아져서 다양한 문화강좌도 열고,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는 각종 행사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효자동에도 그린벨트지구와 군부대가 많다. 박성만 위원장은 “56사단에 새로 온 사단장님이 주민과 대화와 협조를 잘해준다”고 흐뭇해했다. 56사단 장병들과 주민자치위원들이 협조해 창릉천 변을 청소하기도 하고 조기축구도 함께 한다. 7월에는 사단 내 운동장에서 군 장병들과 축구시합도 계획되어 있다고. “지금은 생각할 수도 없지만 옛날에는 창릉천 물을 떠다 먹을 정도로 맑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효자동 주민들은 심각한 창릉천 물 오염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 효자동은 창릉천의 상류지역에 해당한다. 그런데 장마가 지면 상류쪽 군부대, 민가 등에서 오폐수가 쏟아져 내려온다고. 효자동 주민들은 오폐수가 따로 나갈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효자동 주민들에게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주말이면 등산객들 차량을 도로변 양쪽으로 주차해 차선이 좁아져 교통이 혼잡해진다는 것이다. “예비군 훈련장이라도 주차장으로 사용하면 어떻겠냐는 건의를 수차례 했지만 시에서는 묵묵부답”이라고 한다.

또한 국토해양부에서 작은 토지에 축구장을 만들어놨지만 그뿐이었다. 축구를 하기에는 규모도 작고, 그래서 운동장 주변에 운동기구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해도 무응답, 축구를 하기엔 좁으니 베드민턴이라도 칠 수 있게 해달라고 해도 무응답. 자연부락을 외면하는 것 같아 답답하고 섭섭할 따름이라고 한다. 

사기막(沙器幕)골에서 태어난 박성만 위원장. 공무원, 유명 구두회사 영업사원, 봉제공장 운영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그는 2002년부터 조경사업을 하고 있다. “아둥바둥 싸우기보다는 즐기며 살고 싶다”는 그는 재개발 선포 후 주민들이 사분오열됐다며 “힘들지만 효자동 발전을 위해 서로 협조하고 노력해보자”고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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