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의장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일산동구청에서 만난 시의원들은 대부분 분주해 보였다. 일산동구청 임용규 구청장의 퇴임식이 끝나고 전망좋은 동구청 식당에서 공무원들과 의원들, 아쉬움을 전하는 시민들이 임 구청장과 저녁식사를 나눴다. 상대적으로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여유로워 보였지만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표정부터 여유가 없었다. 다음날 의장선거에 앞서 경선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

오후 7시 경선을 앞두고 일산동구청 의원실에 모인 민주당 의원들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아직 경선룰도 정하지 못했다. 오래 걸릴 것 같으니 새누리당 경선장 먼저 다녀오시라.” 이런 충고를 해주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이미 부의장에 선재길, 문화복지위원회에 이영휘 의원이 결정된 상황에서 환경경제위원장 내정자만 김영식, 김영선 의원 중 결정하면 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우리는 당의 결정에 다들 따르기로 했고, 주어진 자리도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두자리뿐이니 금방 끝날 것”이라며 짐짓 민주당에 대한 ‘염려’를 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장선거의 ‘경선 규칙’이 문제가 되는 것은 후보로 나선 박윤희 의원이 3선으로 가장 다선이지만 김영복, 한상환, 이중구 의원은 모두 박 의원 보다 연장자이기 때문이다. 전체 14표 중 박 의원이 7표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경선 규칙에 대한 득표가 후보 지지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밤을 새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과 달리 생각보다 빨리 후보가 결정됐다. 경선규칙이 투표를 통해 결정됐기 때문이다.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다선 8, 연장자 6표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박윤희 의원을 대세가 기울어보였다. 후보결정 투표는 박윤희 의원 7, 김영복 의원 7표로 동수. 당연히 경선 규칙에 따라 박 의원이 승자가 됐다.

다음날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의장선거에서 박윤희 의원은 압도적인, 적어도 민주당 의원 14명에게는 압도적이 지지를 얻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달랐다. 30명 시의원 중 28명이 투표에 참여해 박윤희 16표, 김영복 9표, 한상환 의원이 2표, 무효표가 1표였다. 

민주당 의원들이 경선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것이다. 경선뒤집기는 상임위원장 선출과정에서도 일어났다. 기획행정위원장에 당초 장제환 의원이 결정됐으나 당일 이중구 의원이 15표를 얻어 기획행정위원장이 됐다. 장제환 의원은 12표를 얻었다.

2년전에도 민주당은 경선과정에 논란이 있었다. 예상과 다른 결과에 대해 ‘약속과 다른’ 표를 찍은 의원을 추측하며 민주당 의원들은 안팎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의장선거를 앞두고 “밀어주면 **조례를 통과해주겠다”거나 “약속하면 밀어주겠다”는 식의 농담반 진담이 들려왔다. 경선에 민주당 다수 의원들이 승복하지 않은 본선 결과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해당행위 아니냐’ ‘도당 차원에서 논의하겠다’는 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른 몇 명의 의원들은 자신의 표를 핸드폰으로 찍어 ‘결백’을 증명하려한다는 웃지 못할 항변도 들린다.

그러고보면 결과에 승복만 못한 것이 아니라 ‘경선 뒤집기’를 시도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니 갈등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렇게 ‘드라마틱’한 시의회 의장선거는 주말내내 지역 여론주도층들의 주 관심사였다. “경선 규칙 때 마음바꾼 사람이 다 바꾼 거야.” “이번 선거에서 제일 이득을 본 사람은 누구라니까.”

선거가 끝나고 책임추궁을 위해 모인 이들이 있다는 근거없는 소문까지 민주당 시의원들이 이래저래 망신을 좀 당하게 됐다. 그런데 밖을 쳐다보니 딱히 고양시만 잘못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남양주시의회가 민주당 경선결과가 뒤집혀  사실상 의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단다. 의정부시의회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원구성을 놓고 합의를 하지 못해 감정섞인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누군가 자조섞인 이야기도 전해주었다. “예로부터 민주주의가 지켜지지 않았고, 중앙이나 전국적으로도 정당정치의 기본이 통하지 않았는데 고양시의회 상황이 유달리 더 문제라고 말할 기준이 없다.”

갑자기 허무하다. 정당과 의회도 민주주의와 약속이 중요하지 않다면 어쩌란 말인가. 속시원히 내릴 줄 알았던 비가 감질나게 온다. 그래도 정성들인 기우제 덕분이라 생각하니 조금더 마음을 모았으면 좋겠다. 다들 답답하실텐데 이제 당분간 지역이건 중앙이건 정치이야기는 ‘삼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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