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자치공동체, 3억 예산 차등 지원

▲ 자치공동체 워크샵에 참석한 마을주체들
마을만들기. 고양시는 작년까지 꽃박람회 대비 꽃길가꾸기 사업을 39개동 중에서 35개가 했다. 똑같이 나누어 500만원씩 지원했다. 많지 않은 예산인만큼 같은 액수를 나누는 것이 나중에 ‘뒷말’도 걱정없고, 집행하는 입장에서도 편리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사업들에 ‘마을가꾸기’ ‘마을만들기’란 이름을 붙이는 것은 맞지 않는다. 주민자치위원회나 몇몇 직능단체 관계자, 공무원들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시 사업의 연장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오히려 옳다.

좀 늦었지만 고양시도 올해부터는 마을공동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해보려 노력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3억원 예산이 책정됐다. 3월 2일부터 12일까지 마을단위, 동·권역별 공모 결과 40여건이 접수됐다. 마을단위는 사업비 1억원, 동·권역별은 2억원 내에서 평가, 심의 순으로 차등 지원하기로 했다.

20개 자치공동체 사업 선정
마을사업으로는 햇빛마을 19단지 ‘해피썬빌 19공동체’사업, 행주동 ‘행주나루 참게축제’, 백석2동 ‘아싸 신나는 토요일’, 동권역별은 행신3동 ‘동네를 굴려라(동네극장 카페), 행신2동 ‘우리가 만드는 우리 지역명소’, 정발산동 ‘꿈나무도서관 설치운영’ 등의 사업이 선정됐다. 

고양시 주민자치과 서광진 주민자치팀장은 “제출된 사업계획서와 사업취지 등을 고려해 예산을 차등배정했다. 선정된 마을과 주체에 마을사업 전문 코디네이터를 연결해 사업계획단계부터 방향을 잡고 가도록 돕고 있다”며 “솔직히 공무원들도 함께 공부하고, 밤늦게까지 고민하며 사업을 추진하는데 무언가 만들어지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을 사업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선정된 20개 사업에는 최소 230만원부터 최고 5000만원까지 예산이 차등 지급된다. 고려대 사이버대학교 오수길 교수, 덕성여대 사회교육연구소 최경애 교수 등 6명의 전문 코디들이 몇 개의 지역을 나누어 맡아 직접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다. 예산만 던져주고 사업끝나면 결과와 영수증만 훑어보던 예전 마을사업과는 분명 다른 차원의 사업방식이다.

“청소년들에게 자기도네 가장 큰 문제를 조사하게 시키면 좋겠다. 마을지도 그리기, 청소녀 유해시설 조사 프로그램으로 변경하면 좋겠다.” “신구갈등이 있는 지역인데 의사소통법, 마을비전, 지역비전 세우기로 계획을 변경하면 좋겠다.” “주민자치위원 몇 명만이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주민참여 방안이 필요하다.”

전문 코디 6명 방향 계획부터 함께
20개 사업에 대한 코디들의 지적은 매우 날카롭고 직접적이다.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히 지적하고 방향을 틀어주기도 한다. 주엽1동, 대덕동, 일산3동의 코디를 맡고 있는 최경애 교수는 “주엽1동은 10년 전부터 전문가 파견을 요청해왔다고 들었다. 덕분에 코디의 조언을 반겨준다”며 “맡고 있는 3개동이 서로 조언을 할 수 있는 별도의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거의 매일처럼 해당 동을 방문해 수시로 주민들과 교류를 하고 있었다.

지난달 28일 시정연수원에서 열린 자치공동체 워크샵에는 선정된 사업주체들이 모두 참석했다. 첫 인사는 담당인 시청 주민자치과 서광진 팀장이 열었지만 다음 사회는 풍산동 주민자치위원회의 이백래 소장이 맡았다. 직접 사회를 보고, 진행발언도 자유롭게 하며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코디네이터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예산 1000만원을 지원받아 ‘입주민이 함께 가꾸는 단지가꾸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풍산동 주민자치위원회가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하기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주엽1동의 황희숙 주민자치위원회 부위원장이 주엽1동 사례를 들어 조언을 했다. 

수원, 안산처럼 마을만들기 지원센터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고양시 주민자치과 주민자치팀 서광진 팀장과 정광태 주무관과 6명의 코디 등의 노력이 짧은 시간이지만 조금씩 형태를 드러내고 있다. 서광진 팀장 등 단 두명에게 자치공동체사업, 공동체민관지원센터설립, 자치공동체사업 코디네이팅이라는 어마어마한 사업이 부여돼있다.

일회성 소모성 행사 여전히 많다
우려의 눈초리도 많다. 현장에서는 “우리만 교육받으면 뭐하냐. 작년에 교육받은 내용대로 사업계획서 썼더니 안된다더라”며 변화없는 행정을 지적한다. 거꾸로 대부분 사업계획서들이 예전 일회성 사업이나 행사위주여서 ‘자치공동체사업을 통해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그 참여 속에서 자치 구심체와 공동체 기틀을 마련’한다는 기본 취지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르기는 어려운 법.

코디를 맡고 있는 김범수 고양지역사회연구소 소장은 “마을공동체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사례를 만들어가며 지역 역량이 성장하고, 내년에는 조금더 발전된 형태의 자치공동체, 마을 사업이 가능하지 않겠냐”며 “고양시에서도 마을만들기 조례 제정이나 마을지원센터 구성이 서둘러 추진되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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