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호의 세상만사

필자의 작은 밭엔 아이들 주먹 보단 조금 큰 두꺼비 한 마리가 산다. 지난 오월 처음 발견한 곳은 열무와 배추 씨를 뿌려 가꾸는 채소밭이었다.

아침에 물뿌리개로 물을 주니 ‘나 여기 있소!’하는 것처럼 느긋하게 고개를 내밀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러더니 아침저녁으로 물을 줄 때 고개를 내밀었다. 그런데 열무와 배추를 솎아 먹으며 배추와 무가 성글어 지자 가끔 보이지 않는 때도 생겼다.

‘이 녀석이 어디로 갔지?’ 궁금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윗집 아저씨네 수도 호스 분사기를 통해 물을 주었더니 급한 물줄기가 싫었는지 엉금엉금 기어 밭 곁 작은 둔덕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둔덕엔 아직 덜 큰 밤나무 두어 그루가 있고 잡초가 우거져 있는데 그곳으로 올라가는 거였다. 그래서 어쩌다 보이지 않는 날이면 ‘둔덕에 있는 것이겠지’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로인해 두꺼비가 머무는 채소밭엔 나도 모르게 다른 곳보다 물을 듬뿍 주게 되었다. 그러다 열무와 배추를 다 뽑아내게 되었다. 크지는 않고 점점 세어져서 부득이 뽑아 지인들에게도 나눠주고 김치담구기 위해서였다. 그랬더니 그 뒤로는 바로 옆 상추씨 뿌려 가꾸는 상추밭에서 두꺼비가 움직였다. 거기가 제 집이니 함부로 건들지 말라는 것처럼 물을 주면 시위하는 것처럼 느릿느릿 움직였다. 그런데 상추도 뽑아 먹다 보니 점점 성글어 졌다. 그러자 상추밭에 두꺼비가 이삼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어디 다른 데로 갔나보다’ 생각했다. 그러다 다른 쪽에 열무와 배추씨를 뿌려 가꾸는 채소밭에 물을 주는데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아, 이 녀석이 이곳 그늘이 더 좋아서 자리를 이쪽으로 옮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얼마 후 다시 열무와 배추를 다 뽑아내어 지인들과 나눠먹게 되었다. 두꺼비를 생각하면 채소밭에 물만 주고 늙어서 꽃이 피더라도 열무와 배추를 키우고 싶었지만 지난번에 나눠 줄 때 빠진 사람들이 있어 나눠주기 위해 큰 결심을 하고 뽑았던 것이다. 그러자 두꺼비는 다시 상추밭으로 자리를 옮겨 지냈다. 두꺼비 녀석이 자신을 위해 물을 준다는 생각을 조금은 하는지 내가 등을 살살 쓰다듬어도 잘 달아나지 않았다. 가뭄이 끝난 이후 비가 자주 오는 요즘은 주로 둔덕의 잡초 속에서 지내는 것 같다.

 두꺼비를 보다가 순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주역’을 보면 그 때 그 곳에서 가장 알맞게 사는 것을 순리라 한다. 그런데 두꺼비가 제 스스로 맞는 환경을 찾아 자리를 옮겨 다니는 것을 보면 이미 순리의 이치를 터득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순리적 측면만 보면 두꺼비만한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때로 순리에 맞지 않는 언행을 밥 먹듯이 하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정신적 지도자들의 말에 의하면 사람이 순리에 맞지 않게 행동하며 살게 되는 것은 욕심이 개입함으로서 타고난 천연적인 능력인 영성이 작아진 때문이라 한다.

이 말대로라면 두꺼비는 늘 사심 없이 움직이기에 타고난 영성이 다 발휘되어 순리에 맞게 사는데, 인간은 사욕을 채우기 위해 움직이다 보니 타고난 영성을 다 발휘하지 못하게 되어 순리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며 사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여름 두꺼비를 보며 순리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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