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규정으로 문 여는 대형마트 반사이익

“죄송합니다. 고객님 오늘은 둘째 일요일로 정기휴무일입니다.”
지난달 10일부터 첫 의무휴업에 들어간 백석동 코스트코 일산점 앞에서 한 주부는 안내문구가 못미더워 직원을 통해 휴무를 확인하고서야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마트를 찾은 시민들 상당수가 휴무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해 난감해하는가 하면 차량을 몰고 주차장으로 갔다가 뒤늦게 헛걸음을 한 것을 알고 차를 돌리느라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코스트코 일산점의 관리직원은 “의무휴업 첫날인 지난달 10일 일부러 직원들에게 주차장에 나와 마트 앞에 몰려드는 차량에 일일이 고개를 숙이며 휴무 소식을 알리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동의 대형마트임에도 불구하고 백석동의 이마트는 이날 정상영업을 알리는 안내판이 걸렸다. 대형마트의 일요일 휴무는 매장면적 3000㎡ 이상의 점포에 한해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것이다. 백석동 이마트는 등록 당시 적용 기준에 미달하는 면적이었고 나머지는 임대형식이어서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일요일 휴무제 적용 기준은 현재의 매장면적이 아닌 점포의 등록 당시 매장 면적에 적용을 받는다.  

이처럼 고양시에서 지난달 10일부터 시행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둘째, 넷째 일요일 의무휴무제에 대해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편 등 부작용이 일고 있어 해당 조례가 정착하기까지 당분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고양시 내 휴무대상 업체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홈플러스 테스코, 코스트코 홀세일 등 대형마트 9개 업체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슈퍼, 이마트 에브리데이, 롯데슈퍼, SM마트, 굿모닝마트 등 대규모 점포 33개이다. 이들 42개 대형마트와 준대규모 점포는 둘째, 넷째 일요일 영업을 하지 못하며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이 제한된다.

홍보부족으로 인한 소비자 혼란뿐만 아니라 고용감소 우려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고객들이 몰려드는 일요일에는 근무시간이 반으로 줄어들어 주부 아르바이트 직원은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고양시 내 생계형 근로자들에게는 직격탄일 수도 있다. 주엽점 롯데마트 관계자는 “영업규제 여파로 6월 중 예정했던 만 56세 이상 대상 무기계약직 사원 채용을 연기하는 한편 주말 파트타임 사원들을 고용할 수 없게 됐으며 협력업체 판촉 사원, 보안·주차요원 등도 줄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능곡전통시장

일요일 정기 휴무 등 영업규제가 대형유통업체에 빼앗겼던 고객을 되찾아 곧바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활성화로 이어질지에 대한 기대효과도 미지수다. 대형마트의 일요일 영업이 제한되자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옮기기보다 오히려 휴무 전날인 토요일에 대형마트를 찾거나 혹은 영업하는 다른 대형마트로 물건을 사러 가는 소비경향을 보일 수 있다.

특히 일요일 휴무 적용을 받지 않는 백석동의 이마트, 화정동의 세이브존, 대화동의 농협고양하나로클럽은 오히려 이 조례의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다. 한 소비자는 “대형마트 문이 열리지 않으면 먼 곳을 가더라도 대형마트 찾아가지 불편한 전통시장이나 동네 가게를 찾아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소비자는 “주로 주말에 몰아서 쇼핑을 하는데 다음부터는 일요일보다 하루 전인 토요일 오후에 쇼핑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요일 휴무의 적용을 받는 대형마트는 그들대로 나름의 마케팅 전략을 펼쳐 영업손실을 만회하려하고 있다. 백석동 코스트코 일산점 관계자는 “토요일에 대규모 세일이나 이벤트를 통해 일요일 휴무로 인한 영업손실을 보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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