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주 첫날 7세대만이 입주해 썰렁한 분위기의 삼송지구

“은행으로부터 대출승인도 받지 못하고, 현대산업개발 측으로부터 열쇠도 받지 못하고 있다. 아침에 몰고 온 트럭에 실린 짐이 비를 맞고 있다. 늑장을 부리는 은행과 사업자에게 짐을 부려놓고 싶다.”

잔금을 지불하기 위해 빨리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은행의 늑장 대출 승인과 건설사의 서비스 부족을 토로하는 입주자 김모씨가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다른 입주자들도 이사 왔는데도 불구하고 전기시설이 완비되지 않는 등 사업자인 현대산업개발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2만2000여세대 6만여명이 새롭게 정착하는 삼송지구 입주 첫날인 지난달 29일은 한산했다. 첫 입주 단지인 현대아이파크에 계획입주세대는 610세대 중 분양된 세대는 450여 세대. 당초 8월 7일에서 9월 26일까지로 50일 입주기간이 연장이 된 상황이어서 입주 첫날부터 서둘러 입주할 계획이었던 세대수는 고작 7세대였다. 이날 오후 4시까지 실제로 이사온 입주자는 5세대.

짐을 실은 몇몇 트럭이 아파트 사이로 이동하고 있었지만 계획세대수 2만2000여세대를 고려하면 입주 첫날의 이사 움직임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의 입주지원센터가 아파트 공터 곳곳에 걸어놓은 ‘아이파크 입주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만 입주자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비에 젖고 있었다. 입주지원센터 앞에는 ‘덕양구 원신동 주민센터에서는 주민 여러분들의 전입신고 편의를 위해 현대 아이파크 관리사무실 내 입주자 독서실에 임시 원신동 주민센터를 운영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도 있었다. 
 
대신 현대 아아파크 8블록을 조금만 벗어나면 주위에는 레미콘 트럭이 수없이 오가고 불도저가 굉음을 내고 있었다. 보육시설과 도서관이 들어설 부지에는 이를 알리는 푯말만 세웠을 뿐 착공은 이뤄지지 못했다. 올해 3월 개교 한다던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이제 막 착공을 한 상태였다.

상가는 물론 도로시설도 완전히 완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입주한 주민들은 살던 집이 일찍 팔리거나 높은 중도금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입주를 미룰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12월 서울 잠실 집이 팔리면서 잠시 은평뉴타운에 월세로 주거하다가 삼송지구 806동 14층에 입주한 김정선씨는 “아이들이 다 컸으니까 학교 걱정은 하지 않는데 쇼핑을 하러 은평뉴타운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입주 시기에 기반시설이 이 정도로 없을 줄을 몰랐는데 입주한 이상 이 공사판에서 오늘부터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802동으로 입주한 또 다른 입주자는 “보통 4%대의 중도금 이자를 무는데 삼송 아이파크의 경우 이보다 높은 6.2%의 중도금 이자에다 살던 집의 월세를 무는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빨리 잔금을 치르고 입주를 서둘렀다”고 말했다.

한편 353세대 중 절반 남짓 분양된, 9블록의 호반베르디움 계약자들은 7월초 입주를 앞둔 지난달 29일 고양시청 앞에서 기반시설 지연에 따른 보상비 요구와 외벽 뿜칠 시공 중단을 요구하며 집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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