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포랄베르거 나흐리히텐'

‘포랄베르거 나흐니히텐(VN)’의 성공요인은 지역성 강화와 지역사회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주민의 신뢰를 얻은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전체 지면의 80%가 지역뉴스
VN 편집국장 크리스티안 오르트너는 “독자들은 자기 주변에 관련된 일들을 가장 관심 있어 한다”고 말하며, 지역의 짧은 토막기사도 매우 중요하게 취급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실제로 유치원 시설이 어떻게 변화됐고 교통시설이 어떻게 변경됐는지 등 세세한 지역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세히 보도한다.
VN은 전체 뉴스의 80%를 지역에 관련된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VN의 오르트너 편집장은 신문에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싣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로 매년 고교 졸업생들의 얼굴을 싣기도 하고 매일 세상을 떠난 지역 사람들의 얼굴 사진과 함께 부고 기사를 싣고 있다.

VN에서는 당신이 헐리웃 스타
VN의 지면구성은 총 섹션 4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섹션1의 1면은 지역기사가 실린다. 하단에 국제기사, 2-3면의 국내외 정치기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기사로 채워지고 있다. 스포츠면은 별도의 섹션기사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의 축구, 스키 등 행사 소식과 순위도 보도하고 있다. 특히 섹션3면에는 사람기사가 많이 실리는데 오르트너 편집국장은 “지역사람도 헐리웃 스타처럼 중요하게 생각하고 보도한다”고 말했다.
경제기사 또한 지역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다. 지역 내 회사들 동향에서부터 관광산업, 회사소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제기사를 싣고 있다.

지역사회 문제 적극 참여
VN 편집국장 크리스티안 오르트너는 이 신문사의 편집방향 내지 경영 철학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우리는 100% 포랄베르그 지역 전 시민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를 돌보아주기 위한 이념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그는 또 VN은 늘 시민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며 시민들이 VN이 어떤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토론하고 기사화하는 지를 느낄 수 있도록 다가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추상적인 정치적 이슈를 전달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주목 받는 것이 10년 정도 운영하고 있는 비르거 포름이라는 시민포럼이다. 이 시민포럼은 포털사이트의 한 채널로 운영되는데, 현재 17개 토론 그룹이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 토론 그룹은 포랄베르그 지역 96개 소 지방행정단위(우리의 읍·면·동같은 행정단위)별로 구성된다. 운영은 우선 시민들에게 이름과 주소, 정확한 개인신상 정보를 받아 참여 신청을 받은 후 참여한 개인들의 관심사를 신청받아 진행된다. 예를 들어, 한 지역에서 횡단보도 표시를 해야 하는지의 필요성을 테마로 설정하면, 여기에 다른 사람들이 의견을 올리며 토론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포럼에서 논의되고 있는 99%의 내용들이 이 지역의 실질적인 문제들이고 각 지역의 행정단위 책임자들도 포럼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해결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렇게 96개의 작은 도시들이 다양한 주제를 놓고 포럼을 벌이며, VN 편집장이나 기자들은 이를 기사화하기도 하며 적극 결합한다. 이런 시민 포럼의 효과는 전체 시민의 정치의식을 고양시키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오프 토론의 징검다리 역할도
가끔 시민이 참여하는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도 한다. 한 사례로 60만 유로가 소요되는 한 행사가 있는데, 이 행사에 이러한 돈이 소요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찬반의견을 묻는 경우도 있다. 시민포럼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새로운 한 사람이 테마를 설정해 신청을 했을 때 그 다음에 어떤 테마가 시민포럼에 등록되었는지 신문을 통해 정치인, 시민들에게 알려줘 지속적인 참여와 관심을 고취시켜 나간다는 점이다.
또한 VN은 시민포럼 이외에도 종종 어떤 사안에 대해 실질적인 토론회를 열기도 한다. 정치인도 섭외를 하고 일반시민도 섭외해 중립적인 위치에서 현안을 풀어나가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오르트너 편집국장은 “이러한 포럼 등을 통해 저희가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경제적인 수익 창출이 아닌, 시민의 정치의식을 고양시키는 것”이라면서 시민들이 문제가 생겨서 구청에 가서 항변해도 바뀌는 게 없는 현실이지만, 이런 문제가 신문사를 통해 공론화되면서 실질적인 변화를 느끼게 하는 것이 신문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오스트리아의 작은 포랄베르그라는 인구 38만 명의 작은 도시에서 성공한 지역신문의 성공 비결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신문 역시 지역성을 강화하고, 지역 현안에 대해 언론이 지역 공론장의 역할을 충실히 해 지역 시민과 독자의 신뢰를 얻었다. 많은 언론 매체가 난립하고 있는 우리나라나 우리 지역의 언론 현실 속에서 결국은 원칙에 충실한 언론만이 독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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