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산동 유진사과농장 성연호 대표

▲ “사과를 고양땅에서 재배할 수 있는 것은 가족들의 힘이다”며 성연호 대표 가족들은 함박웃음을 쏟아냈다.

“도전 정신으로 고양땅에서 사과를 재배합니다.”

대표적인 온대과일인 사과의 주산지가 한반도 온난화의 영향으로 바뀌고 있다. 대구에서 북상해 파주, 포천 등으로 농작물 지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우리 고양땅에서도 성연호(49세) 대표가 야심차게 도전해 사과재배 첫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성 대표는 한국공업표준협회를 1993년에 몸이 안 좋아 퇴직한 후 고향인 덕양구 관산동에 정착했다. 건강이 회복되자 지역 봉사에 12년 동안 마음을 쏟았고, 현재 벽제농협 감사로 있다.

2008년 농협대학 최고농업경영자 과정 과수과를 졸업했고, 동료들이 재배하는 사과에 관심을 뒀다. 2년 동안 고양의 기후조건을 분석하고 사과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전국의 사과단지를 발로 뛰었다. 사과재배의 1인자라고 하는 청주의 모씨는 만나주지 않아서 별 소득없이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농협대 과수과 선배들과 동료들의 농장을 직접 체험하면서 마음 속에 품어 왔던 꿈 한자락을 펼치기로 결심했다.

드디어 2010년에 청주에서 올라온 2년생 사과묘목 후지와 자홍을 심게 됐다. 할아버지가 벼농사를 짓던 공릉천 인근 농경지를 매립해 1600평에 500주를 심었다. 논이던 곳을 밭으로 매립할 무렵에는 고양시에서 개발지로 편입됐던 산의 흙을 25톤 차량으로 무려 300대를 넣었다. 성 대표는 “산의 흙이라서 잔돌과 암반 조각들이 무수히 많이 나왔고 뚝방길을 따라 돌들을 모아두었는데 오히려 단단한 뚝이 만들어졌다”고 매립할 때를 회상했다.

그가 된다고 하는 확신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 용기를 낸 사과농장.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그 대신 우분, 돈분, 계분을 혼합한 발효퇴비를 겨울에 살포했다. 또한 한겨울의 추위와 병충해 예방차원으로 지상에서 70㎝ 올라간 사과나무 밑둥에 흰색 페인트칠을 하고, 신문지로 정성껏 감쌌다. 무엇보다도 공릉천 둑이 든든한 바람막이 역할을 해내며 무사히 추운 겨울의 찬바람을 견디게 했다.

대부분의 관수가 땅 속에 있는 반면, 이곳은 사과재배 선배들의 자문을 구해 지상에서 50㎝ 올라와서 설치했다. 행여나 관수 구멍이 막히면 바로 수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농장 한켠엔 내년 400평을 더 조성하기 위해 이미 준비를 마쳤고, 나무 마다 30개 이상의 빨간 추도 매달았다. 꽃눈을 봄에 받기 위함이다. 성 대표는 “사과 농장엔 해야 할 일이 많지만 모든 것을 가족들이 하고 있다”고 했다.

아내인 박재숙씨, 단국대 3년 동물자원학과 외동딸 유진씨, 대진대 1년 화학과 큰아들 강식씨, 성사고 3년 둘째아들 영식씨가 틈 날 때마다 사과나무 가지치기 및 노끈으로 가지를 묶는 등 온통 사과농장에 정성을 쏟고 있다. 최근에 전기누전으로 사과농장 관리소가 안타깝게도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가족들이 단합해 극복했다.

특히 외동딸 유진씨는 1995년 작고한 증조할아버지 성기윤 옹의 의술을 닮은 영향으로 사람과 비슷한 동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성기윤 옹은 70년간 침술의 대가였으며, 전국에서 모여든 환자들을 치료했다. 관절염, 위장병, 각종 난치병 등에 동침(銅針)으로 막힌 경혈과 혈맥을 뚫어주는 능력이 뛰어났고, 가난한 이들을 무료로 치료했다. 때론 사례금으로 받는 것은 모아서 도움이 필요한 고아원, 양로원 등에 기꺼이 마음을 보탰다.

“침 하나로 난치병을 치료했고 늘 가난한 이들의 마음을 헤아렸던 할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하는 성 대표. 그토록 할아버지가 아끼던 땅에 새로운 인생을 준 사과를 재배하며 가족애가 더 끈끈하게 연결됐다. 올 가을 사과 첫 수확을 앞둔 성연호 대표 “가족들의 땀방울과 정성으로 재배한 사과를 자신 있게 맛보일 예정이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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