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위한 진혼제 개최

▲ 선공감 김감역 상여·회다지소리 보존회 김우규 회장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제사를 지내며 진혼제축문을 낭독하고 있다.

8일 광복절을 앞두고 광화문 일본대사관 앞에서 1034번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수요집회가 열렸다.

아침부터 30도를 넘는 타는 듯한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광장에 웅장한 상여 행렬이 나타났다. 이 상여 행렬은 고양문화원(원장 방규동)과 선공감 김감역 상여·회다지소리 보존회(회장 김우규)가 주관해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에 의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진혼제를 준비한 것이다.

상여 행렬 앞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기거하는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덕소·양서고등학교 학생 100여명이 색색의 만장을 들었고, 그 뒤를 흰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은 여성 회원들과 상복을 입은 선공감 김감역 상여·회다지소리 보존회 회원들 80여명이 꽃상여를 메고 따랐다.

요령을 잡은 선소리꾼 최장규(들소리 보존회장)씨의 구성진 노래가 체감온도 40도를 웃도는 광장의 뜨거운 열기를 몰아내는 것 같았다. 광화문 광장을 찾은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일본대사관을 향해 출발한 상여 행렬은 예정대로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고개 숙여 인사한 후 경복궁 광화문 앞에서 노제를 지낸 뒤 곧바로 일본대사관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여 행렬은 대사관으로 들어가는 골목 앞에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집회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법상 대사관, 영사관 100m 전후방에서의 시위나 집회를 할 수 없다는 국제법 규정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상여와 만장은 그대로 두고, 제사상만 준비해  ‘일본군 위안부 평화비’ 소녀동상 앞에서 500여 명의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리고 더 많은 경찰들의 ‘호위’를 받아가며 진혼제를 올려야 했다.

조촐하게 전통 제상을 차렸고, 국화꽃을 헌화한 후 잔을 올렸다. 김우규 회장은 “어이가셨나 어이가셨나, 치떨리는 청천의 한을 품고 구천을 헤메이니, 새벽서리 찬바람에 우는 소리 가슴이 메이고 오장이 찢어지는듯 합니다”는 축문을 낭독했다.

“우리나라 234분의 할머니 중 그 억울함을 위로받지 못하고 고인이 되신 172분의 넋을 달래기 위해 진혼제를 올리게 된 것이며, 진혼제를 향토문화재인 상여소리를 통해 풀어내는 것은 처음”이라고 김우규 회장은 말했다.

500여 시민들의 깊은 관심과 CNN 방송국을 포함해 중앙 각 방송국과 신문기자들의 열띤 취재는 이 행사가 갖는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이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70세에 이른 상여꾼들이 억울한 한을 품고 떠도는 영혼들 편히 쉬게 해드리고자 진혼제를 드리려고 이렇게 나섰는데 경찰이 막아서 못 들어간다면 우리들은 너무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며 “대통령도 나와서 얘기해보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민간단체가 국민의 어머니이고 할머니인 이분들께 국민 된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 이러한 행사를 하는데 관계 당국은 관망만 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사는 국가적 차원에서 나서서 해야 할 일이고,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선공감 김감역 상여·회다지소리 보존회는 일본의 진지한 사과와 보상이 있을 때까지 이 행사를 계속 하겠다고 했다.

여름방학 기간이어서인지 1034회 집회에 참가하려고 온 학생들이 많았다. 이 행사를 지켜본 이성균(행신중 1) 학생은 “왜 경찰들이 이런 행사를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한을 풀지 못하고 고인이 된 ‘일본군 피해자 할머님’들의 넋을 위로하고, 20여 년 동안 수요집회를 이어오는 이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주고 싶은 마음으로 뜨거운 햇살아래 땀흘리며 이 행사를 준비한 선공감 김감역 상여·회다지소리 보존회원들. 젊은이들도 힘들어하는 일을 대부분 70세가 넘은 연령에도 불구하고 불볕더위 아래 무거운 상여를 메고 행진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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