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제 몽트레 오케스트라 한부령 단장

연주회장으로는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장소, 고양시 문예회관에 난데없이 클래식 선율이 흘러나왔다. 장소는 중요치 않았다. 수준급 연주자 14명의 빼어난 음악은 시민들의 가슴을 적셔주며 열대야를 잊게하기에 충분했다.  음악회를 이끈 한부령(40세 사진) 뮤제몽트레 챔버오케스트라 단장을 연주회 당일인 11일 만났다.

한 단장은 20대 때 이곳 문예회관에서 연주를 했었다. 20년 가까이 세월이 흘러 챔버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다시 이곳을 찾은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최고의 기량으로 모인 단원들입니다. 고양시민들과 호흡하는 연주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날 연주회는 고양시민들에게 악단을 알리는 신고식 성격이 짙다. 서울 마포가 고향인 한 단장은 화정동 달빛마을로 이사해 고양시민이 된 지도 3년째 된다.

악단의 이름인 ‘뮤제 몽트레’는 프랑스어로 ‘음악을 보여주다’라는 뜻이다. 클래식 연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재즈나 드라마OST는 물론 트로트처럼 친숙한 곡도 연주한다. 실제로 이날 연주회에서 귀에 익은 피아졸라 ‘리베르탱고’ 등 재즈곡 3곡도 연주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주제곡을 앙코르곡으로 연주했다.

한 단장은 세종대학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헝가리 부다페스트 리스트 음악원 마스터 클래스 과정을 수료,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음악원 석사 연주자과정으로는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림스키 코르사코프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우크라이나 출신 세르게이 악장을 비롯, 단원들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연주자들로 구성됐다고 한 단장은 전했다.

음악을 시작한 계기가 재미있다. “8세 때 일본 만화에서 주인공이 바이올린 연주자였는데 그 연주 모습이 너무 예뻤어요. 아버지를 졸라 종로에 가서 바이올린을 먼저 구입했어요.” 동네에는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학원이 없었다. 한 단장은 FM라디오를 통해 바이올린 음악을 들으며 혼자 꿈을 키웠다고.

이번 연주회 포스터를 혼자 붙이러 다닐 만큼 한 단장은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팜플렛의 사진도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다. 더운 여름날 포스터를 붙이러 다니면서 생각한 것이 있었다. ‘시민과 청소년들이 부담없이 찾을 수 있도록 연주회의 거품을 빼자.’ 한 단장은 실력만 인정된다면 고양시 청소년에게 무료협연의 기회도 줄 생각이다. 공부하느라 지친 청소년들에게는 클래식 곡 해설, 곡에 숨겨진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다.

아람누리나 어울림누리 같은 전문 연주회장이 아니라 문예회관에서 연주회를 할까 궁금했다. “고양문화재단은 문턱이 높아 보여요 아람누리나 어울림누리에서 무료공연을 하고 싶었지만 연주회 신청도 어려웠어요. 비싼 대관료를 지불해야만 가능한 일이었어요”라며 섭섭한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현재 서울 팝스오케스트라 악장이기도 한 세르게이와는 10년지기다. 한 단장이 2002년 서울 팝스오케스트라에 단원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이어진 인연이 여기까지 왔다. “세르게이와 함께 연주를 하는 것은 너무 영광이에요. 배울 점도 많은데다 편곡 등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세르게이 악장이 다른 곳에서는 고액의 보수를 받지만 뮤제몽테르 오케스트라에서는 무보수로 악장을 맡아주었다. 다른 단원들도 마찬가지.  “시민들이 있는 곳이라면 고양시 어디라도 달려갈 수 있어요.” 단원들의 진심에 보답하고 싶다는 한부령 단장에게 따듯한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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