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사태를 다룬 르포르타주 책인 ‘의자놀이’를 보면서 분노와 안타까움, 그리고 부끄러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분노는 국가의 공권력이 극한까지 내몰린 국민들에게 그토록 가혹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참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본 진압 동영상은 마치 광주민중항쟁때 광주시민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공수부대의 모습을 그대로 연상시켰다.

이제 더 이상 이 땅에서 광주와 용산과 쌍용자동차에서 일어난 것처럼 국민에 대한 국가공권력의 야만적인 폭력이 재발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또 하나의 분노는 이 모든 사태의 책임자인 쌍용자동차 경영진을 향할 수밖에 없다.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찾아볼 수 없는 그들에게서 인간에 대한 회의와 절망을 느낀 이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사 쪽의 2646명 정리해고 계획을 막겠다고 벌인 77일간의 옥쇄파업, 나아진 경영 실적에도 전혀 지켜지지 않아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노사합의문, 그리고 그 고통으로 인한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22명의 희생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의 희생이 나오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연대해야 한다. 그것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예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내내 많이 부끄러웠다. 그토록 엄청난 일이 일어났었는데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무관심했던 내 자신이. 의자놀이를 쓴 공지영 작가는 책에서 용산참사에 대한 국민적 무관심이 쌍용차 사태를 가져왔다고 고발한다. 용산참사를 일으킨 컨테이너 진압을 쌍용차 파업 진압때 아무런 거리낌없이 사용한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말한다.

의자놀이 프로젝트는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이 겪고 있는 고통에 가슴 아파하며 그 눈물을 씻어주려는 이들의 마음이 모아져 진행되는 연대와 희망의 상징이다. 의자놀이는 출판사상 유례가 없는 재능기부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원고료를 받지 않으면 일기도 잘 못쓴다고 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이 글을 쓰고 시인, 사진작가, 칼럼니스트 등 많은 이들이 재능을 기부하여 만들어졌다. 여기에 책을 출간한 휴머니스트 출판사도 책의 판매수익금 전부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에게 기부하기로 했다. 또한 몇몇 서점들도 수익금을 기부하기로 했다. 출판사에 따르면 책 한 권당 최소한 4200원 이상이 기부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기부 형식과 책 내용에 대한 공분과 연대가 상승작용을 하여 의자놀이는 출간되자마자 큰 바람을 일으켜 현재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자리를 잡고 있다.

파업 노동자들은 전기가 끊긴 도장공장 안에서 비상발전기를 자동차용 페인트가 굳지 않는 데 썼다고 한다. 희망버스가 연대의 힘으로 김진숙을 85호 크레인에서 무사히 내려오게 한 것처럼, 의자놀이가 그 순하디순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일터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의자놀이는 사람 수보다 적은 의자를 놓고 돌다 의자를 먼저 차지하는 사람만 살아남는 놀이이다. 작가는 정리해고를 노동자들끼리 생존을 걸고 싸우는 잔혹한 의자놀이에 비유했다. 삭막한 ‘의자놀이’가 아닌 ‘함께 살자’는 마음이 모아질 때 우리 사회가 그래도 살만해지고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의자놀이를 향한 사회적 연대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취지로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고양시민 후원 행사를 열려고 한다. 의자놀이 판매 촉진을 위한 북콘서트가 서울에서 열리기도 하지만 이러한 취지의 행사들이 지역 단위에서 활발하게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뜻에 공감하는 고양시민들이 마음을 모아 소박한 행사를 준비했다. 22일(토) 오후 3시 동녘교회(행신동 903-2768 www.dongnyuk.org)에서 열리는 행사에 고양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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