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환경공학자, 호서대 이기영 교수

노래하는 환경공학자. 대학가요제 출신 교수. 대운하 반대를 노래하는 작곡가. 호서대 이기영(55세·사진) 교수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무궁무진하다. 호서대에서 식품공학을 가르치는 이 교수는 2001년부터 환경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만들고, 직접 부르기도 했다. 몇 곡은 초·중 교과서와 한국 가곡 100곡집 등에 실려 있다. 대운하를 반대하는 ‘한강은 흐른다’는 그의 히트곡. ‘김치 된장 청국장’ ‘지구를 위하여’ 등 표창들은 모두 노래를 통해 환경사랑을 실천한 공을 인정받아 받은 상들. 이기영 교수는 인터뷰 내내 기타를 들고 자신의 곡과 휘파람 연주를 선보였다.

“여기가 제게 태어난 집이에요. 옛날 행주성당 사택 바로 옆에 우리 집이 있었죠. 우리 동네는 정말 아름다웠죠.” 이기영 교수는 예전 행주성당과 자신의 집 사진을 보여줬다. 예전을 회상하는 이 교수의 표정이 촉촉해진다. 그는 행주내동에서 태어나 행주초등학교를 다니다가 5학년때 아현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농사와 고기잡이를 함께 했던 아버지는 아들 둘을 잃고 다시 얻은 어린 이 교수를 유달리 아꼈다. 봄이 되면 황복을 잡아 잘 말려 북을 만들어주었다. 황복으로 만든 북을 치고, 행주나루 어부들이 고기를 잡으며 부는 휘파람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아궁이에 기타를 태운 아버지
“휘파람 소리가 특이해요. 지금도 그 음들이 기억나요.” 그렇게 자라서일까. 이 교수는 중학교에 들어가 친구에게 30원을 주고 줄이 다 끊어진 중고 기타를 샀다. 독학으로 기타를 배워 매일 기타만 쳤다. 그런데 어느날 기타가 사라졌다.

“집에서 난리를 쳤죠. 아버지가 공부안하고 기타만 친다고 아궁이에 넣어 태워버리신 거죠.” 하릴없이 공부를 했고, 보성고등학교에 합격했다.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완고한 아버지 덕분에 아예 음악전공은 생각도 안했다. 이 교수는 고려대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2학년 때는 MBC 대학가요 본선에도 진출했다. 28살에 아내와 함께 독일 베를린으로 떠났다. 독일에서 그는 인생의 스승을 만난다.

독일에서 동양철학을 배우다
“우리가 묵게 된 숙소에 주인인 바그너씨는 독일인 음악가였죠. 유명한 바그너 집안이셨는데 매일 저녁마다 요가를 하고, 동양철학을 공부하셨죠.” 서구문명을 동경하며 떠났던 유학길에서 이 교수는 동양과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게 됐다. 바그너 아저씨에게 그는 장자, 노자, 공자 이야기를 들었다. 2004년 이기영 교수는 바그너 아저씨에게 배웠던 자연철학의 정신을 담아낸 ‘지구가 이상하다’란 책을 펴냈다. “책을 들고 그 집에 갔더니 이미 바그너씨는 돌아가셨죠. 가족들에게 책을 전달하고 돌아왔습니다.”

독일에서 공부를 마치고 미국 텍사스 의대 생리학과 부교수를 지내다가 2005년 한국으로 돌아와 호서대에서 지금까지 식품생물공학과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자연철학과 우리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이 교수는 우리의 삶, 옛 것의 소중함을 찾게 해주는 연구를 주로 했다. 식물의 항산화물질, 특히 들깨의 항산화제의 효능을 연구했다. 어린 시절 지천으로 자라던 천년초의 효능을 연구해 논문을 쓰기도 했다. 연구를 할수록 조상들이 먹던 우리 밥상이 진정한 건강비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행주내동 텃밭에서 자연철학 실천
최근에 펴낸 ‘음식이 몸이다’ ‘밥상머리교육’ 등은 그의 자연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연구는 실천으로 이어진다. 조상 대대로 살던 땅에서 이 교수는 자연농법으로 텃밭을 가꾼다. 그곳에 한옥마루가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어 동네 아이들을 대상으로 밥상머리 교육을 할 생각이다. 어른들도 모아 자연철학, 우리 것을 고민하는 인문학 모임도 계획 중이다.

여느 학자들처럼 책상위에서 할 일이 끝나지 않는다고 여기기에 환경 파괴에 대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왔다. “음악은 힘이 있죠. 노래도 부르고, 글도 썼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정부에서는 사찰도 당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한동안 방송 출연도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다시 방송과 언론에서 다시 그를 불러내고 있다. 그는 메시지를 전할 기회라 여기며 칼럼과 노래, 할 수 있는 모든 재능을 이용해 건강과 자연, 우주를 지켜내려 애쓰고 있다. 이 교수는 최근 자신의 고향인 고양시, 행주나루에서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

천년초 실용화로 사회적기업 준비
천년초의 효능에 대한 자신의 연구를 기반으로 천년초 상품화에 들어갔다. 고양시에서 올해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돼 고양시선인장연구회 등과 함께 지역의 선인장을 알리고, 이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천년초 체험농장, 도시농업학교, 인문학 모임, 학부모회와 함께 하는 밥상머리 환경교육, 노래하는 환경교실 등 그의 머리에서 줄줄이 나오는 계획서가 놀랍기만 하다. 

인터뷰 내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쏟아내면서도 이 교수의 손은 기타를 놓지 않았다. 이기영 교수의 노하우가 고양시에서 어떤 모습으로 실천되고, 지역을 변화시키게 될지 자못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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