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은 행사가 ‘대박’ 많은 주말이었다. 가야할 곳, 오라는 곳도 많았지만 일요일부터 4박6일로 예정된 기획취재 출장을 핑계로 이번 주말은 제끼기로 했다. 생각하니 미리 연락을 하지 못한 곳도 있어 돌아와 양해를 구하는 전화라도 해야할 것같다.

고양시는 최성 시장을 맞아 가장 큰 변화가 ‘북적거림’인 것같다. 여름 중에서도 폭염으로 더운 몇주, 겨울 한달여를 제외하고는 주말마다 정말 많은 행사가 열린다. 전국체전이 열리던 작년 가을은 특별히 많은 행사가 곳곳에서 열렸다. 행사 현장마다 땀을 흘리며 준비하고, 진행하는 공무원, 유관기관 단체 관계자들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떤 곳은 밀려드는 인파로 더운 땀을 흘렸고, 어떤 행사장은 준비부족에 찾는 사람들이 없어 썰렁한 행사장을 바라보며 식은 땀을 닦아내기도 했다.

회사에서나 개인으로도 일은 ‘대박’ 몰려야 사람이 성장하고, 보람도 크다. 지역신문이라는 자타공인 ‘열악한 직장’에서 결핍에 가까울 정도의 상황을 이겨내며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깡’과 임기응변이 없으면 안된다. 될성 부른 인재들도 그런 상황을 거듭해가며 발굴되고, 길러진다. 실제 작년 장애인체전처럼 큰 행사를 치러내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놀라워했다. 공무원들의 노고도 컸지만 자원봉사로 나선 시민, 고양시종합자원봉사센터, 새마을회 등 중간지원조직과 단체들의 헌신은 실로 대단했다. 안에서 이런저런 비판도 많지만 밖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고양시가 여러 면에서 ‘잘나가고 있다’는 자부심도 갖게 된다. 안될 것같고, 무리해보이기도 하지만 밀어붙여 어느 순간 결승점에 서서 자신과 서로를 대견하게 바라보는 스포츠인들처럼 사실 일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사람들도 성장한다.

그러고보면 최성 시장도 그런 소신이 아닐까. 누군가 만들어준 자리가 아니라 한계단씩 꼭 밟고 올라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으며 고양시장이 됐고, 이후 역동적인 행보는 많은 이들의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항상 좋은 이유로 주목받는 것만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냥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여간 대충 하기보다는 더 이상 뛸 수 없을 때까지 전력을 다하는 것이 좋고, 시간나면 동네 사람들 모여서 수다라도 떠는 것이 낫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좋은 공원, 사랑방 지어두고 놀리면 뭐하나. 고양시처럼 다양하고 멋진 공공장소가 많은 도시는 드물 것이다. 예전이라면 연말이나 신년에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시립합창단의 멋진 이벤트를 동네에서도 볼 수 있게 됐으니 문화도시 고양이라는 실감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수고’가 반복되면서 하는 이나, 보는 시민들에게 피로감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올해도 10월 장애인체전과 장애인학생체전 등 의미있는 행사와 시민의 날 행사 등 굵직한 행사가 예정돼있다. 가을은 행사의 계절이니 각 단체별로 예정된 행사가 줄줄이다. 거기에 각 동별로 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주말 동네마다 지글지글 부침개에 흥겨운 노랫가락, 막걸리가 푸짐하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무대 위 풍경이 다르지 않다. 사회를 보는 이도, 공연팀도, 공연무대까지도.

예산이 내려오고, 행사는 하라는데 동네들이 준비가 안되다보니 비슷한 기획사에 맡겨서 생긴 현상이란다. 시립합창단 순회공연도 하는데 좋은 기획사, 공연팀 공연을 동마다 돌아가며 보는게 뭐 문제이기야 하겠나. 그렇지만 이번 동별 행사에는 마을축제라 이름 붙이거나, 동별 자치행사로 홍보하면 안될 것이다. 누군가 일을 주도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과 하향식 자치는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주 칼럼은 네덜란드 델프트시에서 쓰게 됐다. 우리 일정의 안내를 맡은 전문가는 지역현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네덜란드의 갈등조정 사례를 배우러 왔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네덜란드는 정부차원에서 현안에 대해 시민, 정부, 관련 기관을 중재하는 기관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갈등조정의 비법은 정말 별게 아니란다. 모두가 동의할 때까지 토론하고, 합의가 안되면 안한다는 것이란다.
“한국 공무원들은 어떻게 시민들을 설득하는지 비법을 알려 달라하고, 네덜란드 관계자들은 합의할 때까지 기다리라 하는데 서로 이해를 못해 통역하는 입장에서 너무 답답했다.”

고양시는 이미 여러모로 잘하고 있다. 누군가의 무언가에 대한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둘지만 않는다면 지금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양시는 충분히 자랑스러운 도시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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