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도자 일산지구 이병기 회장

▲ "가정의 화목을 함께 만들어갈 마음 예쁜 며느리를 맞이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는 이병기 회장

“가족의 사랑을 먹고 농작물이 튼실하게 자랍니다.”

한국농촌지도자 고양시연합회 일산지구 이병기(54세) 회장과  고양시 4-H연합회 이재광(25세) 사무국장은 부자지간이다. 함께 지역 활동을 할 뿐만 아니라 농사 또한 잘 짓는 것으로 입소문 났다. 게다가 가족의 화목과 우애가 있어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병기 회장은 ‘나뭇잎이 물 위에 떠 있는 형상의 마을’로 불렸던 ‘주엽리 줴비 돌방구지’ 마을에서 태어났다. 호수공원 자연습지 부근의 산자락이었던 그곳의 정겨운 마을 이름은 신도시 개발로 이제 사라졌다.  
1990년 당시 장맛비로 한강 둑이 터져서 이 회장의 집은 지은지 30년 만에 용마루까지 잠기는 일을 겪었다. 지금은 장항1동 멱절길 들머리에 아담한 집을 짓고 살고 있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야생화가 이뻐서 심게 됐다”고 하는 이 회장의 집에는 핑크색 꽃이 피는 프록스, 청보라색의 벌개미취, 매발톱, 꽃무릇, 초롱꽃 등 화단과 울타리에서 야생화가 봄부터 가을까지 피어난다. 뿐만 아니라 마당엔 콘크리트를 바르고 그 위에 와인빛깔로 색을 입혔다. 이 회장의 집은 마치 한 폭의 전원 속 갤러리 같았다. 고성농촌지도자와 교류할 때 선물로 받은 대봉감, 1994년 산림조합에 가입할 때 받은 백송, 차례상에 올릴 단감, 대추, 사과, 배 나무들이 집 주위를 넉넉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땅에 심어져서 자라고 있던 2m가량의 배나무는 이번 태풍으로 열매가 모두 떨어졌지만 신기하게도 꽃을 두송이 피워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참깨, 들깨, 가지, 고추, 땅콩 등을 재배하고, 벼농사를 2만평 짓는데, 일부는 학교 급식용으로 들어간다. 김장용 배추밭에는 구산동에서 소를 키우는 피영익씨의 우분을 풍부하게 넣었다. 곡물건조기, 농산물건조기, 고추방아 및 이앙기, 퇴비살포기, 트랙터, 올 여름에 아들인 재광씨 것으로 구입한 콤바인 등이 기계보관창고와 다목적실에 질서정연하게 비치돼 있다. 공구전용 캐비넷에는 기계마다 필요한 공구들이 제자리를 잡고 있었다. 각종 농기구와 생활 비품들이 깔끔하게 정돈된 것에 농업과 삶에 대한 섬세한 애정을 느낄 수 있어 기자는 감동을 받았다.

이병기 회장은 “아버지가 땅만 구입하면 도망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농촌을 살려보자는 큰 뜻을 품고서 1987년에 고향땅에 정착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서울에 살았던 아내 안춘이(51세)씨를 직장 다닐 때 만났다. 틈만 나면 행주산성 아래 기계화되고 있는 농업 현장을 보여주고 이해시키며 결혼에 골인했다. 신혼여행지인 제주도 콘도에서 숙박하며 밥을 직접 해먹는 등 알뜰한 여행을 했다고.

학창시절 4-H활동을 했던 이 회장은 아들인 재광씨에게 이 일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4-H활동으로 집안일을 소홀히 할 때 마찰도 생기지만 그럴수록 이상하게도 더 아버지와 가까워진다”는 재광씨는 건축을 전공하다가 농업에 뜻을 두게 돼 아버지와 함께 농기계 기술에 대한 공부도 열성이다. 재광씨는 “4-H활동은 자신감을 길러준다. 언젠가는 내 이름을 딴 기능성 벼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복학 준비 중인 재익(23세) 씨는 외식조리학과가 전공으로 유능한 셰프가 되는 것이 꿈이다. 오피스텔에 혼자 있는 이경식(87세) 할아버지를 위해 진지를 정성껏 마련해주고 있다.

이병기 회장은 “농업을 이해하고 잘 따라주는 아들이 있어 든든하며, 앞으로 벼농사를 10만 평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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