휀스 화단 뛰어넘는 아슬아슬 곡예

고양시 거의 모든 도로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차례씩 아찔한 곡예가 벌어지고 있다.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 위를 사람들은 무심히 건넌다. 길가로 주차해 있는 차들 사이에서 도로로 갑자기 뛰쳐 나오는 사람들로 인해 운전자들은 초긴장이다.

교통과 출신의 경찰서장도 신도시 무단횡단을 하는 시민들의 교통의식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무단횡단이 많은 도로의 인도변에는 휀스도 치고 중앙에는 화단도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이를 비웃듯 가볍게 뛰어넘어 길을 건너고 있었다. 고양시 보행자들의 안전 불감증은 자신은 물론 운전자들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 3일 밤 10시 신원동 벽제교 부근에서는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가 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늦은 시각에도 차량통행이 많은 이곳에서 전 모씨(85)는 무심코 도로를 건너다 승용차(티코)에 치어 목숨을 잃었다.

월드컵이 한창인 6월 들어 덕양구에서 발생한 보행자 교통사고만 18건으로 다른 달에 비해 발생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이중 초등학교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는 7건이고 뺑소니 사고도 2건이나 됐다. 일산에서도 한 달에 발생하는 300여건의 교통사고 중 보행자 사고가 5%를 차지해 평균 15건이 발생하고 있다.

고양시 2개 경찰서에서 무단횡단이 특히 심한 곳으로 일산의 주엽역과 마두역 주변, 롯데 백화점 농산물유통센터 등 대형유통센터 주변, 아파트 근린공원 주변, 일산시장 주변, 덕양의 화정역 주변과 LG마트 일대, 원당 주공아파트 일대 등을 꼽았다. 특히 고양시내 모든 초·중·고등학교 앞에서는 방과후 아이들이 도로로 쏟아져 나와 아찔한 순간이 계속되고 있었다. 일산의 B중학교 등 몇몇 학교앞은 왕복 8차선 도로에 중앙 분리대까지 설치했지만 30여 미터 떨어진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바로 앞 버스정류장을 가기 위해 차 사이를 뛰어 다니는 아이들로 위험천만한 모습을 매일 되풀이하고 있었다.

고양경찰서 사고조사계의 강춘호 경장은 “대부분의 보행자 교통사고는 오후 3시 이후에 발생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무단횡단의 대다수가 노약자와 학생들이라고 지적.

경찰로서도 무단횡단을 막기 위한 뚜렷한 대안이 없다. 무단횡단 단속은 보통 차량단속과 함께 하기 때문에 단속 지점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야간 무단횡단을 막기 위해 중앙 화단 위에 휀스를 설치했지만 소용이 없다.

일산경찰서의 윤태현 경사는 “무단횡단은 고양시 전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다”며 “시민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 이상 단속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보행자들만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된다고 항변. 일산 B중학교의 모 교감은 “보행자의 무단횡단은 잘못된 횡단보도 위치와 신호체계에도 원인을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아파트 중앙통로에서 1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횡단보도를 설치하고 차량 통행이 적음에도 신호가 지나치게 긴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주엽과 마두역 등에는 육교나 지하보도가 설치됐지만 무단횡단이 많은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적발된 사람은 범칙금도 다르게 적용된다. 일반 도로에서의 무단횡단을 하다 적발되면 2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하지만 육교 아래나 지하보도 위를 무단횡단하면 3만원이 부과된다. 또한 경찰은 이곳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도 경황에 따라 벌점 중 50%을 감해 부과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무단횡단 문제는 시민의식이 변하지 않는 이상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로 여기고 있는 속에서도 고양교통문화포럼의 강재홍 박사는 “한 의식조사 결과 대부분의 시민들은 지하도나 육교를 이용하기를 꺼린다”며 보행자 편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시청앞과 신촌에서도 지하보도와 함께 지상으로 같이 다닐 수 있도록 도로체계를 정비한 예를 소개했다. 그러나 강 박사는 “막연한 홍보보다 도로주변 주민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라며 다시 한번 시민의식을 강조했다.

<표> 전국 보행자 교통사고 건수(%) (2001년 경찰청 통계자료)
구분 계 무단횡단중 횡단보도횡단중 보도통행중 기타
사망자 3,980 (100) 1,495 (38.4) 289 (7.8) 36 (0.93) 2,035 (50.9)
부상자 76,512 (100) 23,433 (31.64) 6,268 (8.46) 811 (1.09) 43,580 (5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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