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뭐 배웠지?” “미디어요. 고기 먹는 거요.” 9월부터 무원초등학교에서 토요방과후 수업으로 어린이기자교육 강의를 맡게 됐다. 8월 진행했던 고양신문 어린이기자단 교육이 소문이 잘 난 덕분이 아닌가 하고 마음대로 생각해본다. 9월부터 12월까지 15번의 강의라 미디어에 대한 이해부터 긴 호흡으로 갈 수 있어 좋다. 첫 시간에는 미디어에 대해 짧은 영상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에게 미디어나 매체란 단어는 친숙하지 않다. 그래서 레스토랑 스테이크를 예로 든다. “얘들아. ‘스테이크 어떻게 해드릴까요’하면 뭐라고 하지. 그렇지.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미디엄이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너무 바삭하지도 않은 적당한 중간. 그게 미디엄이지.” 그렇게 소통의 매개이자, 중간자로서 미디어를 설명하면 아이들은 스테이크를 생각해내서인지 제법 집중을 잘한다. 

지난주 두 번째 시간에는 영화 트루먼쇼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코미디 배우로 알려진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쇼는 방송국이 고아인 주인공을 입양해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그 일상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는 내용이다. 스스로 평범한 소시민인 줄 아는 짐 캐리는 사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기 프로의 주인공. 장자의 호접몽처럼 가상과 현실이 뒤죽박죽되는 세상. 주인공은 가상의 세계, 세트장을 탈출한다. 그러나 이후 그의 삶은 행복할까. 미디어는 항상 진실을 말할까. 명쾌해 보이는 모든 현상에 감추어진 이면이 있다면. 트루먼쇼는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이해나 세상을 뒤집어볼 줄 아는 기자의 눈을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영화다. 수업에 앞서 학생들과 함께 같은 경험을 나누면 과정 중 예를 들기도 좋다. 앞으로의 수업에서 기자정신이나 기사쓰기의 예로 트루먼쇼는 종종 사용될 것이다.

올해가 독서의 해라던가. 같은 책, 한권 읽고 소감 나누기가 인기다. 원주시에 이어 청주시도 ‘한도시 한 책읽기’사업을 진행해 제법 자리를 잡았고, 송파구청은 공무원과 시민들이 릴레이 책읽기를 한다고. 같은 책읽기는 미국 시애틀도서관 사서 낸시 펄이 ‘시애틀 시민들이 모두 같은 책을 읽으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사서 한명의 제안으로 시카고 주민들은 같은 책을 읽고 토론했고, 영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 확산됐다. 이 움직임이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원주, 순천, 서울, 청주 등에서 시 사업으로 진행하게 된 것. 청주시는 1차 도서선정위원회에서 후보 도서를 선정하고, 이를 다시 시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시민 참여를 이끌어냈다. 자신이 추천한 도서가 선정된 시민들은 색다른 감동을 느꼈다고 전한다.

같은 경험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은 행복한 공동체의 기본이라 여겨진다. 작년 고양시는 주민자치와 참여도시를 주제로 주민자치위원들과 관심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주민자치 아카데미를 열어 241명이 수료했다. 올해도 기초부터 역량강화, 심화 등 3개의 과정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지난주부터는 5, 6급 고양시청 간부공무원 주민자치교육이 진행됐다. 공무원들도 바쁘지만 지역에서 일을 하는 주민자치위원과 주민들은 항상 분주하다. 오라는 곳도 많고, 개인사에 소속 단체도 챙겨야하니 하루종일 강의에 워크샵까지 꼬박 들어야하는 교육이 달가울리 없다. 공무원들은 어떤가. 9월이면 한창 내년 예산을 세우고, 계획을 잡아야하는 달이다. 지역과 단체, 산하기관마다 이런저런 사업으로 의논하자며 약속이 줄을 이었을텐데 이틀동안 자치교육한다고 앉아있으면 답답한 마음일 수도 있다.

그런데 안에서는 잘 모르는데 사실 고양시가 밖에서 좀 유명하다. 고양시는 주민자치 분야로 올해 경기도 주민자치센터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 전국 주민자치박람회에서는 송포동 백석2동이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외부에 자치와 관련해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이들을 만나면 ‘아 고양시’한다. 덕분에 타 지역 사례 취재 섭외가 쉽다. 안에서 이런저런 지적질을 해도 밖에 나가면 ‘우리 고양, 우리 동네’ 칭찬에 입이 쩍 벌어지는 건 모두가 경험했을 터.

재작년인가 고양신문에서도 도서관에 ‘책한권 읽기’를 제안한 적이 있었다. 당시 담당자로부터 “100권도 아니고 고작 1권이냐”는 답을 들었다. 1권에는 공유의 의미가 담겨있다. 이런  경험을 기왕이면 결제권을 가지신 분들부터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내년에는 고양시도 ‘같은 책읽기’가 좀더 크고 구체적인 무엇으로 그려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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