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보듬어 안을 만큼
팔이 길었으면 좋겠는데
팔이 몸통 속에 숨어서
나오기를 꺼리니
손짓도 갈고리마저 없이
견디는 날들은 끝도 없는데
매사에 다 끝이 있다 하니
기다려볼 수밖에
한 달 짧으면
한 달 길다 했으니
웃을 수밖에
커다랗게 웃어
몸살로라도 다가가
팔 내밀어 보듬어볼 수밖에


며칠전 서울대학교의 기초과학 및 인문학과 교수들이 정부의 교육 및 지원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발표했다. 그러자 김대중 대통령은 기초과학 및 인문학의 육성을 강조하였고 지원시책을 강구하라고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기초과학자들과 인문학자들은 물론이고 이상을 추구하고 있고 우리들 정신세계의 풍요로움을 제공한다고 자부하는 문예인들 모두가 착잡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두 개의 톱니바퀴가 어긋나 있다는 인상이 짙어서 일 것이다.

고양시는 문화의 도시이자 기초학문의 산실이다. 고양시에는 타지역보다도 훨씬 많은 문예인들과 학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것도 젊은 세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 중 선구자적 위치에 있는 문인으로는 김지하 시인을 들 수 있다. 문학이야말로 모든 시대적 흐름의 지주이자 모체가 되어야한다고 문학의 역할을 크게 강조했던 시인의 고행은 1969년 『詩人』지에 「황톳길」등 5편의 시와 1970년 『사상계』에「오적」이라는 담시를 통하여 절정에 달한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바로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끝이 있다하지만 사랑의 기다림은 시간이 문제시되지 않는다. 그래서 김지하는 7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들 시대의 정신사와 문학사에 사라지지 않는 빛과 향기를 던져 주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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