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달이라 해도 좋겠다. 고양시는 폭죽과 축제, 행사에 풍덩 빠졌다. 굳이 일정을 챙기지 않아도 덕양, 일산동서구 공원과 주요 광장마다 크고 작은 행사가 이어져 그냥 다니기만 해도 어느새 행사 인파가 되어있다. 일산의 호수공원과 종합운동장 주변 아파트에서는 일요일 저녁 팡팡 터지는 불꽃축제를 집에서도 볼 수가 있었다. 8일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막식 행사는 아이돌스타와 유명 연예인들까지 총출동해 일대가 들썩거렸다는 후문이다. 그뿐이랴. 만인의 연인 손연재 선수도 갈라쇼를 킨텍스에서 열어 말춤을 추며 고양시 이름을 알리는데 일조해주었다.

하늘이 저만치 높아진 가을에 외로울 틈을 주지 않는 것같다. 3일 개천절에는 매년 열리는 초등학교 총동문체육대회 행사가 열려 운동장마다 얼굴이 붉어진 어른들의 흥겨운 한마당이 펼쳐졌다. 고양시를 고향을 하는 이들이 1년에 한번 초등학교 ‘동무’들을 만나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즐거워했다. 이날만은 벗겨진 머리도, 주름살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40대 아저씨도 선배들 앞에서 아이가 되고, 60세 어르신들도 1기생 동문들에게 머리를 깊이 숙여 잔을 올린다. 고양신문도 편집회의 때 행사와 체육대회 취재를 나누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매년 백마초등학교에 가게 됐다. 백마초는 올해도 가장 상석에 1기 동문들의 자리를 마련해 후배들이 한번씩 들려 부족한 것은 없는지 살피고, 덕담을 듣는다. 기자가 들이대는 사진기도 반색을 하며 맞아주시니 잠시 동문이라도 된 듯 반갑다. 그런데 올해는 총동문행사장이 예년에 비해 좀 헐렁한 느낌이 든다. 경기가 어렵다보니 협찬도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처음 고양시에서 지역신문 기자로 일을 하면서 낯설었던 질문이 “초등학교 어디 나왔냐”는 것이었다. 보통 대학이나 고교 등 최종 학교를 묻게 마련인데 무슨 까닭인가 했다. 알고보니 고양출신인지를 묻는 것이다. 고양출신이 아니다보니 거기서 대답이 막혀 다음 질문을 이어가기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요즘 스마트폰을 쓰는 이들 사이에서 애니팡이란 게임이 대 유행이다. 10~20대를 겨냥했다는데 오히려 30~40대 직장인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애니팡은 1분짜리 게임 한판을 할 때마다 게임 머니인 ‘하트’가 1개씩 필요하다. 이 하트는 돈을 주고 사거나 지인들에게 선물을 받을 수 있는데 하트는 하루에 일정 개수만 보내고 받을 수 있다.

게임과 인간관계를 접목시킨 것이 한국인들에게 먹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친구가 많거나 네트워크가 풍부한 경우 하트를 풍족하게 쓸 수 있지만 아닌 경우에는 ‘가난’할 수밖에 없다. 고양신문처럼 전 직원이 11명밖에 안되면 애니팡 하트도 모으기 어려울 것같다. 취재원들에게 ‘하트 좀 쏘아달라’ 부탁할 수는 없지 않겠나. 공무원들이나 사내 조직이 큰 경우 근무 시간 틈틈이 하트를 쏘아주는 ‘상부상조’도 많다고. 하트를 받고, 안보내주면 그것도 조직 생활에서 어려움이 될 수도 있겠다. 상태가 좀더 심해지면 ‘근무시간 애니팡 자제하기’ 내부 지침이 돌지 않을까 싶다.

카카오톡에서 만든 카카오스토리도 의외로 40~50대 등 중년층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글과 사진으로 단순화해 쉽게 이용할 수 있고, 공유가 쉽다는 장점 때문인 듯하다. 그래도 업무로만 만나던 단체장이나 공무원, 취재원들의 소소한 개인사를 카카오스토리에서 접하게 되면 반갑다. ‘아들을 군대에 보냈구나’ ‘집에서는 이렇게 따뜻한 분이네’ 하며 미소를 짓기도 한다.

꼭 SNS때문이 아니더라도 관계문화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예전처럼 동단위의 조직이나 소통만으로는 97만이나 되는 고양시민들을 한자리에 모으기 어렵다. 39개동만을 아무리 열심히 돌아도 실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제한돼있다. 행사장에서도 매번 ‘그 분들’을 또 만나게 된다.

작년에도 이런저런 말이 많았던 시민의 날 행사가 올해도 당초 3일에서 20일로 연기됐다.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나눔장터와 체육대회 등으로 열릴 예정이다. 예전 고양군 시절 시작된 시민의 날 행사를 시대변화에 맞게 바꾸어야한다는 목소리는 진즉부터 있었는데 실제 변화는 어려운 모양이다. 구별 나눔장터, 동별로 축제가 여러차례 열렸는데 굳이 시민의 날 행사를 또 해야하는지 의문이다. 고양시민이 모두 모이거나, 기존 행사에 오지 않았던 사람들이 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애니팡 하트를 주고받는 일이 피곤해지면 게임을 삭제하면 되는데 잦은 행사에 쌓인 피로감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올해를 평가하며 내년 봄부터라도 여유와 쉼을 행사와 사업에 중요한 부분으로 넣어주면 좋겠다. 경선에 떨어진 모 후보의 공약 중 ‘저녁이 있는 삶’은 다시 봐도 참 잘 뽑은 카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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