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동 ‘철수야 나무 심자’ 홍옥란 선생

▲ “야생화 꽃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열어가겠다”고 하는 홍옥란 선생

아파트가 제공하는 편리함, 그 속에는 삭막함이 숨어있다. 그 삭막함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전원주택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며 야생화를 보급시키는 홍옥란(46세) 선생. “자연이 무척이나 그리웠다”는 홍 선생.

2002년 성석동 자연부락에 틀을 마련해 전원주택을 아담하게 지었다. 건축업자는 마당에 듬성듬성 잔디를 심었고, 목련나무 한 그루, 철쭉 50그루만 심었다. 홍 선생은 “웃자란 잔디를 정성스럽게 매만져주며 야생화들을 조금씩 심어나가는데 2년이 걸렸다”고 했다.

이토록 정성을 들여 가꾸어놓은 전원주택은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이라는 노랫말처럼 아름답게 탄생됐다. 전원주택은 주변의 지인들과 아이들 친구들에게 초록의 기쁨을 선사했고, 여름이면 잔디마당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가능케 했다. 또한 바비큐 파티를 하게 하고 밤하늘의 별을 세며 풀벌레 소리에 젖어 밤을 하얗게 지새우게 했다.

그러나 처음엔 집만 덩그러니 마을 중간에 있고, 주변이 온통 논이었다. 어느 날 배드민턴을 치던 홍 선생의 초등학교 1년생 조카가 모내기한 논에 빠져 일주일동안 진흙냄새를 풍기는 곤욕을 치렀다. 그 조카는 세월이 지나도 여름날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이 전원주택에서는 도심에서는 듣지 못하는 개구리, 맹꽁이 소리를 자장가로 듣을 수 있다. 자동세탁기에서 탈수돼 빨래 속에서 팔딱 뛰어나온 청개구리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 적도 있다. 또한 몇 년 전부터 꽃을 좋아하는 이웃사촌과 나란히 살며 주변의 골프장 건립으로 쏟아져 나온 나무들을 함께 얻어 와서 심곤 했다.

봄이면 노루귀, 처녀치마, 깽깽이풀, 여름엔 금낭화, 분홍달맞이, 은방울꽃, 금꿩의 다리, 가을은 추명국, 범부채, 벌개미취, 해국, 감국 등 400여 개의 화분과 마당에서 500여 종의 야생화들이 피고 지고 있다.

“눈꽃이 소복소복 쌓이는 겨울엔 소나무, 반송, 주목나무의 가지마다 자연이 피워내는 눈꽃에 푹 빠져서 한겨울의 추위도 잊고 지낸다”고 하는 홍 선생. 늦가을이면 밖에 있던 화분들이 베란다와 현관으로 들어와서 겨울 내내 작은 식물원의 운치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무심코 버려지던 전복과 소라 껍데기에서 앙증맞은 콩자개를 키워낸 것도 홍 선생의 솜씨다. 그녀는 이미 20대 초반에 꽃꽂이 사범증을 취득했다. 꽃집을 운영하며 교회와 은행에 솜씨를 발휘했고,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말린꽃으로 작품을 만드는 압화 및 닥종이 인형도 수강했다.

최근에는 고양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농촌체험지도자 과정을 수료 후 배다골 테마파크, 파주 쇠꼴마을 등에서 농촌체험지도자로 활동한 적 있다. 지난해는 농협대 조경가든대학 수료 후 ‘푸르미회’에서 활동 중이며, 이번 꽃박람회 때 일본 ‘오픈가든 선플라워 미야자키’와 교류행사를 했다.

올해 농협대 조경가든 토요반에 또 입학해 심층적으로 조경에 관해 지식과 정보를 쌓았고, 조경가든 종합반 1학기 수료생들과 이번 9월에 안면도 자연휴양림과 천리포수목원에서 체험학습을 실시했다.

다양한 조경관련 프로그램을 부지런히 이수한 홍 선생. “모든 이들이 편안하게 꽃을 심고 가꾸자는 뜻을 담고 있다”며, ‘철수야 나무 심자’로 사업자 등록증을 올해 봄에 내고서 본격적으로 야생화 생태조경을 특색 있게 펼치고 있다.

이번 ‘2012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수원에서 열렸다. 홍 선생이 활동하고 있는 농협대 조경가든팀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회원들의 솜씨로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자연부락의 낯설음도 꽃으로 소통한 홍 선생. “찾아가는 체험학습 프로그램 운영을 준비 중이며, 야생화 꽃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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