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없었던 시절에는 어떻게 연애를 했을까?” 저녁식사를 함께하던 학생들에게 필자가 던진 질문이다. 스마트폰을 손에 달고 살고, 사랑하는 사람과는 24시간 “카톡”을 해대는 디지털 시대 젊은이들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바람 피우기는 훨씬 쉬웠겠네요.” 한 남학생의 답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한 한국사회, 그 중에도 정도가 가장 심한 분야가 디지털 미디어 분야이다. 아직 10년된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적지 않아도, TV나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 디지털 전자통신 기기들은 대부분 최신제품들을 사용한다. 요즘 잘 나가는 갤럭시3S나 아이폰5도 제품 수명이 2~3년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끈질기게 버텨왔던 아날로그 TV가 올해 연말 디지털 TV전환이 완료되면 마침내 그 수명을 다하게 된다. 올해 8월 울산지역을 시작으로, 12월 말 수도권을 마지막으로 아날로그 TV의 송신이 중단된다. 아날로그 TV 수신가정에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바꾸어주는 안테나와 컨버터가 지원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여름 기준으로 지붕에 알루미늄 안테나를 달고 아날로그 TV를 수신하는 가정은 국내 전체 TV수신 가정의 1.7%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위성방송이나 유선방송을 시청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전송 방식은 19세기 후반에 개발된 후 100년이 넘게 라디오, TV, 전화 등에서 사용되어온 음성과 영상의 전송 방식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들어 아날로그보다 훨씬 효율성이 높은 디지털 전송방식이 개발되었다. 아날로그 방식보다 훨씬 적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면서도 아날로그 보다 양질의 음성과 영상을 전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송방식의 보급으로 주파수 대역이 모자라 제한을 받던 방송과 통신 분야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다. 방송채널의 숫자가 수백개로 늘었고, 디지털 신호를 사용하는 휴대용 무선전화가 일반화되었다.

과거 아날로그 방식 TV 방송만 가능하던 시절, 방송국의 숫자는 3~4개에 불과했다. 채널 번호는 5번, 7번, 9번, 11번 등 한자리 건너 사용했다. 중간번호는 채널간의 충돌을 막기위해 비워두어야 했다. 당시 TV 수상기는 로타리 채널 흑백 TV였다. 화면의 크기는 19인치가 최대였고, 화면은 흑백이고, 채널은 손으로 돌리는 TV였다. 화면 속 사람의 얼굴이 2~3개로 보이기 일쑤였고, 비행기나 헬리콥터가 지나가면 TV화면이 요동을 치곤 했다. 알루미늄 안테나를 지붕 위에 달아야하는 아날로그 TV들은 난시청 해소를 위한 유선방송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디지털 전송방식이 개발되고, LCD패널이나 LED패널을 사용하는 디지털 TV수상기가 보급되면서, TV방송국은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을 동시에 사용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송출해왔다. 아날로그 수상기를 보유한 가정들의 TV수신권을 보장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아날로그 TV는 완전히 사라지고, 기존에 사용하던 주파수는 휴대전화용을 전환될 예정이다.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디지털로의 전환은 편리함이나 세련됨 보다는 혼란스러움을 의미한다. 스마트폰으로 생활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IT시대가 되었지만, 말 그대로 전화(電話) 기능만 사용하는 아날로그 세대들이 적지 않다.

TV에 수백개의 채널이 있지만 3~4개의 채널로 충분한 사람들이 많다. TV리모콘에 왜 그렇게 많은 기능들이 들어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아날로그 세대들은 디지털 세대보다 더 재미있게 살았고, 더 뜨겁게 연애를 했었다. 모두 빈틈없고 영악해진 디지털시대에 살지만, 허술하면서도 사람냄새가 났던 아날로그 시대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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