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에서 제2의 도가니 사건.’ 지난주 국립한국경진학교 학부모들은 서울 정부중앙청사를 찾아 교사에 의한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마이크를 잡고, 구호를 외치며 끝내 눈물을 참아내지 못한 학부모들의 모습은 방송과 신문을 통해 보도됐다. 한 언론사에서는 제2의 도가니 사건이라 제목을 달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고양신문에서 가장 먼저 제보를 받았다. 올해 초 경진학교 인턴 교사가 학내 폭력 사건을 접하고 적절한 조처를 요구했으나 여의치 않자 한달여간 일지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특정 교사의 장애학생에 대한 폭력 상황을 접할 때마다 적은 것이다. 인턴교사는 일지를 학부모회에 전달했고, 학부모들은 뒤늦게 학교에 대책을 건의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조사를 요구해 인권위가 조사를 진행 중이었다. 경진학교는 해당 교사에 대해 3개월 정직 징계를 내렸고, 당시 교장은 은퇴를 한 상태였다.

장애학교,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국립학교에서 교사에 의한 장애학생 폭행이라니. 그러나 처음부터 취재는 난항에 부딪혔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이 ‘공개를 해도 좋을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보도가 시급해보였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인권위와 학교 측, CCTV설치 지원 등에 적극 나선 유은혜 국회의원실 등 대부분의 취재가 끝났지만 학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기사화 시기를 계속 연기했다. 학부모들의 결정을 기다리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아이를 학교에 맡긴 부모, 그것도 장애인 부모들에게 학교, 교사들은 분명 ‘갑’일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었다. 한없는 약자인 장애인 학생들과 부모들.

망설이던 부모들이 공개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폭력을 휘둘렀다고 지목된  교사가 3개월 정직 처분 이후 11월에 경진학교로 돌아온다는 소식이었다. 일반 학교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립 장애인학교가 많지 않아 다른 학교로 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란다. 또한 이미 정직이라는 처분을 받았기에 추가 제재를 하기도 어렵다. 

초등학생을 발로 차고, 머리를 때리고. 비닐봉지로 손을 묶고, 여학생의 머리를 바닥에 찧게 하는 등 경진학교에서 벌어진 폭력은 다시 들어도 가슴이 떨린다. 그런 일을 당한 부모의 마음이 어떠할지.

그런데 이러한 폭력이 이미 몇 년전부터 있어왔고, 수차례 민원을 넣고, 문제제기를 했으나 별다른 해결책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도 인턴교사가 문제제기를 했으나 시정이 되지 않아 내부고발 형식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현재 해당 인턴교사도 심리적인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경진학교가 어떤 곳인가. 고양시 일산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정발산 자락 옆 마두동 암센타 옆에 위치한 국립 정서장애아 교육기관이다. 1997년 9월 1일 문을 열고, 유치부부터 초등, 중고등까지 30여개 학급에서 정서장애아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국내 최초로 정상 유아와 장애유아를 통합 교육하고, 일반 학교와의 교류도 활발하게 추진해왔다. 여러 가지 면에서 국내 최초, 최고인 교육기관이다.

입학 희망자가 많아 자체 진단평가위원을 두고, 장애 정도 등을 고려해 입학 학생을 선발한다. 가족의 준비 정도, 교육 조건 등을 고려하는 가족상담도 진행된다. 종합해서 결정하게 된다. 고양시와 서울 서북부 권역으로 입학자격을 제한해 경진학교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지역으로 이사를 왔다는 부모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 

이번 일을 지켜보며 느끼는 불편함은 단지 폭력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아니다. 장애학생과 그 부모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을 지켜주어야 할 교육 현장이 또다른 권력으로 군림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지역사회가 나서주어야할 것이다. 전액 국비, 우리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 경진학교가 계속 우리 지역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일이 필요하겠다.

지난호(1096호)에 새 편집장 모집공고가 나간 이후 “짤렸냐”는 질문을 여러차례 받았다. 미리 설명을 드리고 공고를 냈어야 하는데 송구스런 마음이다. 너무 오래 고여 있었다는 안팎의 지적도 있었고, 신문사의 새로운 도전을 위해 고양신문사의 신설 부서인 ‘마을미디어사업팀’으로 부서를 옮기게 됐음을 알려드린다. 앞으로 데스크가 아닌 기자, 마을사업 담당자로서 가벼운 마음으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게 됐다. 많은 격려와 변함없는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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