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마다 여는 메시지가 모두 대선 이야기네요. 아침 신문 배달을 맡아주는 딸이 그럽니다. “엄마 또 정치 이야기네. 재미없어.” 뭐 저도 별 재미가 없네요. 가끔 물어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지역신문에서 어떤 후보를 밀어?” “누가 될 것 같아?” 참 답이 없는 질문이지요. 이럴 때 현답을 주어야하는데 제가 그럴 주제가 되지는 못하네요.
지방선거나 총선과 달리 대선은 고양신문과 같은 풀뿌리 지역신문에서는 크게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고양시에 사셨던 고 김대중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인터뷰를 싣기도 했지요. 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10년 전 대선 때는 서면 인터뷰를 게재하기도 했구요.
이번에는 잘 모르겠네요. 지난주 열린 새누리당 지역사무실 개소식은 생각과 달리 조용하더군요.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야권이나 진보진영에서도 지역 번개와 포럼 등의 작은 모임 중심이라 대선 분위기가 쉽게 읽혀지지 않습니다. “기존 정당이나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이 아니겠냐”, “살기가 너무 힘들어 그런 게 아니겠느냐”고 합니다. 체감경기가 어느 때보다 좋지 않지만 어느 선거 때라고 살기가 좋았을 시기가 있었을까요.
11월 6일로 바짝 다가온 미국 대선을 보니 성별, 계층별 지지도가 어느 때보다 선명하다고 하네요. 현 대통령에 대한 계층별 지지와 거부가 분명한 것인데, 그만큼 후보자들이 자신의 요구와 후보들의 주장을 잘 알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색깔론과 정치공방이 대선보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다음 대통령에게 우리는 무얼 원하는 걸까요. 나의 갈급함을 채워줄 후보는 누구인지 여러분은 잘 알고 계십니까.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주에는 고양파주여성민우회가 주최하는‘아동청소년 성폭력 예방 고양시민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처음 고양시의 2년 성폭력 예방 정책을 평가해달라고 했는데 사실 제가 전문가도 아니고,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고양신문에서 중요하게 다뤘던 성폭력 사례를 예로 들며 피해 여성 지원 시스템과 사전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촉구했습니다. 2년전 지역의 한 유치원에서 버스기사가 보조교사를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대부분의 성추행, 성폭행 사건처럼 합의에 의한 관계인지, 무고와 명예훼손 논란까지 뒤섞여 재판은 1년이 넘게 길어졌습니다. 결국 가해남성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지요.
문제는 당시 다른 보조교사들과 부모들에 의해 아동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으나 피해 부모들이 나서지 않아 그냥 덮고 말았습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혔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26일 토론회에서 제가 관련 문제제기를 했고, 방청석에서도 적극적인 조사를 요구하는 발언이 있었습니다.
지역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디까지일까. 벌써 고양시에서 지역신문 일을 한지 16년 정도가 되네요. 그동안 쉬고, 한눈도 팔았지만 많은 시간들을 고양시에서 보냈습니다. 의미있고, 보람있는 시간들이 많았지만 기억나는 일들은 아쉬움과 후회가 더 크네요.
다른 기자들이 펴낸 책들을 보면서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안 만나주는 취재원을 따라 고급 호텔 옆방에서 그냥 잠만 자고 오기도 하고, 사실 확인을 위해 밤새워 서류를 뒤지고. 물론 고양신문의 기자들이야말로 가까운 거리에서 ‘기사한번 쓰고 빠지는 것’이 아니라 취재원들의 삶을 지켜보며 취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부족함이 많겠지요.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 ‘우리 아이가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는 아빠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났어야 하는데. 조사 과정에서 받은 상처가 너무 크다는 피해여성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도울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는데. 왜 그렇게 게을렀을까요.
너무 우울한 분위기를 전했네요. 편집국장 자리를 내려놓으며 데스크칼럼도 쉽니다. 고양신문은 새로운 내부 재편과 분위기 쇄신을 통해 고양시민들에게 더욱 친밀하고, 의지가 되는 벗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제가 너무 ‘내지르고, 휘두른 것’이 아닌가 그런 반성에 겸손하게 글을 올립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신 분들에게 고마움 전합니다. 어디 가는 것이 아니라 기자라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로 돌아갑니다. 마을과 현장에서 여러분 계속 만나려 합니다. 응원해주십시오.
- 기자명 김진이 편집장
- 입력 2012.11.02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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