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춘곤증이라는 게 있습니다. 추운 겨울을 지내고 봄이 돌아왔는데도 기운을 잘 차리지 못하고 입맛도 없으면서 나른한 증상을 말하는데, 이와 별도로 더운 여름철을 보내고 가을이 돌아왔는데도 소화가 안 되고 기운도 없으면서 무기력한 증상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특별한 검사상의 문제가 없으면서도 불쾌한 증상을 보일 때 우리는 이를 秋(추)困(곤)증이라고 하며 계절을 탄다고도 합니다. 사계절이 분명한 이제는 조금은 혼돈스럽지만 계절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때 계절앓이를 종종 경험하곤 합니다. 특히 겨울이나 여름이 끝날 때 많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계절이 바뀔 때 적응하지 못하는 약도 나와 있는 걸 보면 컨디션의 저하차원이 아닌 병증의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계절이 바뀔 때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사나 한의사에게 먼저 상담이 필요하겠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라면 고들빼기 음식을 권해보기도 합니다. 무릇 음식이란 기운의 편성이 적은 까닭에 효과와 부작용이 적겠지만 藥(약)補(보)不(불)如(여)食(식)補(보)란 말처럼 제대로 음식을 섭취하면 좋은 효과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고들빼기는 국화과 식물로서 우리나라에 자생하며 씀바귀라고도 불리기도 하지만 약간의 차이를 나타냅니다. 하지만 효능의 측면에서는 대동소이하리라는 생각입니다. 둘 다 나물로 애용하기도 하지만 특히 고들빼기는 김치로 담아먹기도 하는데 그 맛이 아리하고 써서 苦(고)菜(채)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고들빼기는 성질이 차서 각종 스트레스로 인한 염증 즉 장염, 이질, 두통 , 치통 등에 좋은 효과를 보이며 특히 위장성 질환으로 음식을 소화하지 못할 때 특효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더운 여름이 지나 인체가 허약한 틈을 타서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경우나 위장병을 앓고 있을 때 음식섭취에 애로사항이 있는 경우 고들빼기 음식은 소화를 용이하게 해주어 근심을 덜어주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항암작용도 보고되고 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기도 합니다. 그밖에도 비타민이 많이 함유되어 간질환이나 피로질환에도 좋은 효과도 보고되고 있다고 합니다.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어서 김치로 담가먹기도 하고 어느 지역에서는 고들빼기 축제가 열리기도 하더군요. 한의약적으로 더운 여름철을 지내면서 사람의 기운이 상대적으로 위로 올라와 있다가 가을, 겨울로 접어들면서 기운이 아래로 내려와야 하는데 내려오지 못하면 가을철에 다발하는 여러 질환에 노출되고 맙니다. 이럴 때에도 고들빼기 음식이 좋은 효과를 나타냅니다.

한마디로 가을철에 들어서면서 즐겨 먹는 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하겠습니다. 해독효과도 있으며 각종 염증성 질환이나 위장질환에 좋은 효과를 발휘하며 노인이나 어린아이까지 두루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필자가 좋아하는 음식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만 고향에 계신 어머니의 정성이 함께 있어서 더욱 좋기도 합니다. 추석 전후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가을철에 빼놓을 수 없는 음식으로 감히 추천해 봅니다.

  원래는 봄나물로 애용하기도 했지만 필자는 가을철 음식으로 추천해 봅니다. 생으로 즙처럼 만들어 종기나 악창에도 쓰기도 하며 주로 다려먹거나 음식으로 먹기도 합니다. 토끼가 좋아하는 풀이 토끼풀뿐만 아니라 씀바귀라고도 전해져 오는데 그만큼 씀바귀가 동물들에게도 귀중한 건강식품이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지요? 더위와 태풍으로 지친 우리네 몸과 마음의 안녕과 건강을 찾는데 고들빼기만한 음식이 또 어디 있겠으며, 우리나라의 산하에 지천에 널린 자생식품을 사랑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단법인 경기도한의사회 정경진 회장 (정경진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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