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품박물관 건립 준비하는 고양문화원 정재수 부원장

덕양구 내유동 양지바른 언덕 100여 평의 전시장에서 우리 조상들의 손때 묻은 민속품 1만여 점으로 박물관 건립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정재수(74세)고양문화원 부원장. 정 부원장은 “우리 선조들의 삶이 묻어나는 옛것에 대한 관심이 컸었는데, 골동품 수집을 하던 친구의 권유로 15년 전부터 민속품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엔 땅 속에서 나온 30년 된 토분에 묻은 흙을 모르고 씻었던 적도 있었다. 이러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우리 것을 소중히 다루는 마음은 남달랐다. 때로는 중간 수집상과 엿장수 등에게 직접 발품 팔아가며 골동품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하나씩 모을 때마다 보람과 뿌듯함을 느꼈다”며 “우리 선조들과 외국인들이 사용하던 것을 간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지금까지 수집한 민속품들은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 1500점, 크고 작은 괘종시계와 태엽시계 등 시계류 600점, 놋그릇 3000여점, 제기 200점, LP 레코드판 3만장, 징 20여개, 반닫이 20개, 100여년 된 13줄 가야금과 21줄 가야금, 돌로 만든 불상과 동으로 만든 관음보살상, 우리나라 민속주 100여 가지, 목단항아리, 가마솥, 전축 등 종류만도 엄청나다.

수집품 중에는 궁에서 사용하던 용 문양 향로와 말 타고 먼 길 갈 때 말안장에 걸었던 태엽시계 등 귀한 골동품도 있고, 10원, 50원, 100원, 500원 동전이 은행에서 나온 박스 그대로 된 것도 보관하고 있다.

정 부원장이 가장 애착을 가지는 것은 고려 토기의 일종인 항아리이다. 다양한 모양을 간직한 1500여 점의 고려 토기들을 보유하고 있는 정 부원장은 개인 수집가 중 토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는 “고려토기는 고려청자보다 가치는 적지만 일반 백성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했던 생활 토기이며, 그 투박한 모습에 더 정이 간다”고 한다.

한번은 민속품을 수집하던 중 중국의 백화점에서 은으로 된 ‘십이지신상’을 구입한 적 있다. 어느 날, 인사동 골목을 다니다가 우연히 동으로 제작한 특이한 모양의 ‘십이지신상’ 중에서 양을 발견했고, 나머지 열한개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중간 수집상에게 부탁해 몇 년에 걸쳐 열 두 개를 모두 모으기도 했다.

정 부원장이 민속품 수집 외에 사업가로서 열정의 대상이었던 (주)다산판넬은 현재 아들이 운영중이다. 덕분에 정 부원장은 고양문화원 부원장을 맡는것을 비롯해 지역의 여러 단체에서 봉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원로가수 금사향 선생께 한결같은 마음으로 도움의 손길도 주고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후손으로서 다산을 가장 존경한다는 정 부원장은 앞으로 설계하는 박물관을 다산박물관으로 하려는 마음도 두고 있다. 장군 같은 눈썹을 휘날리며 박물관 건립을 꿈꾸는 정 부원장. “건립 부지가 마련되면 후손들에게 선조들의 발자취를 알려주는 박물관을 꼭 건립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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