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에서 호수공원까지 걸었습니다. 1600명이 함께, 큰 물결을 이루며 걸었습니다. 북한산에서 시작된 고양의 숲길은 오송산을 지나 서삼릉, 성라공원, 대장동, 강촌공원, 호수공원까지 눈부시게 아름답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풍경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수 천 년 나라를 지켜온 북한산성의 역사이야기에서 시작해 세계문화유산 서삼릉에 담긴 조선왕조의 시작과 끝, 마을을 지키는 상징물이었던 백석동 흰돌의 유래까지. 굽이굽이 담긴 사연은 길을 긴 생명체로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고양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는 참가자들의 말이 들릴 때마다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사는 고양을 알게 하고, 관심을 갖게 하고, 조금 더 나아가 사랑하게 만드는 것은 고양신문의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바람누리길 걷기축제는 이 3단계의 과정을 참 쉽게 이루게 해주었습니다. 말과 글로 수없이 반복해도 덤덤해 했던 사람들이 하루 걷기로 마음을 열었습니다. 걷기 전 고양과 걸은 후 고양은 참 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고양은 걸어보면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북한산 숲에서 걷기를 시작하는 것은 북한산이 고양의 시작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어서 입니다. 호수공원까지 걷는 것은 호수공원이 새로운 고양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북한산과 가장 걷고 싶은 호수공원을 동시에 품은 고양에 살고 있다는 것은 참 축복입니다.

아무리 좋은 것을 가졌더라도 느낄 수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의미를 담으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북한산과 호수공원이 우리가 사는 고양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소중하게 품을 수 있다면 고양은 참 살고 싶은 도시가 될 것입니다. 북한산과 호수공원 사이에 이어지는 대장동 논과 밭, 마두동 아파트와 빌딩도 정겹고 귀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고양바람누리길 걷기축제가 생명체처럼 계속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올 가을 걸었던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양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함께 걸어보고 고양의 아름다움을 만끽했으면 합니다. 북한산 좋아하는 유럽인들도, 호수공원 좋아하는 중국인들도 초대할 날을 고대해봅니다.

고양바람누리길 축제는 고양신문이 먼저 준비했지만, 참 많은 분들의 지원과 응원 속에 해를 거듭할수록 즐거운 행사가 되고 있습니다. 좋은 길을 개발해주고 안내해주는 고양들메길 회원들과 이른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자원봉사해주시는 적십자 봉사원들, 작은 사고 한건 없도록 안전을 지켜준 경찰들, 일산복음병원의 앰블런스, 그리고 물품과 경품을 후원해주신 여러 기업인들, 참 고맙습니다. 특히 올해는 고양시자원봉사센터 움직이는 무대 차량 ‘달봉이’가 행사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었습니다.

내년은 고양이란 명칭이 생긴지 600년 되는 해입니다. 고양시와 여러 단체들이 힘을 모아 많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걷기처럼, 잔잔함 감동을 주는 행사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걷기가 다른 행사와 다른 점은 스스로 참여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 입니다. 몸이 움직이고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구경하는 행사보다는 참여하는 행사가 좋고, 듣는 행사보다는 말하는 행사가 좋을 듯합니다. 걷기 행렬 곳곳에서 단풍진 낙엽처럼 예쁘게 떨어졌던 말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빠와 딸이 조근 조근 나누었던 이야기, 백발의 노부부가 노랫말 섞어가며 구수하게 주고받던 이야기,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온전히 평화로운 모습이었습니다.
고양신문도 내년 600년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고양시민들의 감성을 열 수 있는 좋은 행사를 준비하고 싶습니다. 민과 관이 협력하고 단체와 단체가 협력해 함께 만들 수 있는 멋진 600년을 기대해 봅니다.

발행인 이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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