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텃밭 가장자리에 밤고구마를 심었다. 심고 싶은 것이 많아 심을 자리가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집사람이 고구마 노래를 부르는 통에 심었었다. 고구마 이랑 길이가 5?6m에 불과하니 화초재배 수준이었다. 그러나 가을에 캐보니 굼벵이가 맛보아 놓은 것이 태반이었지만 한 줄기에 서너 개씩 주먹만 한 고구마가 열려 있어 수확의 기쁨이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자신감이 생겨 더 많이 심어볼 요량으로 지인들에게 부탁하여 고구마 심을 밭을 수소문해 구했다. 마침 견달산 옆 마을에 사시는 지인께서 자그마한 텃밭을 소개해 주었다. 원래는 집 곁에 딸린 텃밭인데 주인이 집을 비워 놓고 서울에 살고 있어 텃밭이 묵어 있다 했다. 그 사이 마을 사람들이 가져다 버린 허접한 쓰레기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는 밭이었다.

 올 봄 지인의 도움을 받아 쓰레기를 정리하고 삽으로 파서 고구마 이랑을 만드는데 한나절이 걸렸다. 비닐 등의 쓰레기를 치우는 데는 견달마을 아주머니 두 분이 자원봉사까지 해주셨다. 수확이 얼마나 날지는 모르지만 우선 마을이 깨끗해져서 좋으시다고들 하였다.

 5월 둘째 주 주말에 일산시장 종묘상에서 호박고구마 순을 사다가 심었다. 고구마 순을 심는데 지나가던 아주머니 한 분이 보시고, “원래 고구마 밑이 들지 않는 밭이에요. 고구마 순이나 따 잡수세요.” 하시곤 가시는 거였다. 기분이 좋은 정보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 다음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 하였다. 봄 가뭄이 들어 다른 집 고구마 밭엔 고구마 순이 죽어가는 데도 우리 고구마 순은 씩씩 하게 잘 살았고, 또한 고구마 순도 번창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고충은 고구마 밭에 모기가 많아 고구마 순을 따다 먹을 때마다 고역을 치렀던 점이다.

 10월 셋째 주 주말에 고구마를 캤다. 밑이 들지 않는 다는 동네 아주머니의 말이 확인 되었다. 어린이 주먹만 한 것도 큰 축에 끼었다. 거의가 크다 만 상태이고 더러는 고구마 순이 나오고 있는 것들도 있었다. 그러나 농사지은 것이라 실처럼 가는 고구마 까지도 박스에 담으니 2박스가 되었다. 고구마 캐는 걸 지켜보러 나오셨던 지인의 아버님께서 이렇게 소출이 적은 걸 본 것은 처음이라 하셨다. 수확이 넉넉하면 지인들에게도 나눠 주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집에 돌아와서 고구마를 쪘는데 고구마 맛이 심심한 것이었다. 옆집 아저씨가 농사를 지었다고 한 바가지 준 호박고구는 꿀처럼 달아 비교가 되었다.

 그 뒤 고구마 밑이 들지 않은 원인을 찾은 결과 나무 숲 곁이라 일조량이 적은 점, 고구마 줄기를 뒤집어 주지 않은 점 등 등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다 좋은 말을 해준 고구마 줄기가 나쁜 말을 해준 고구마 줄기보다 더 무성히 잘 큰다는 포항축구팀이 한 실험 결과 소식을 접하곤 한 가지 원인을 더 추가하게 되었다. 고구마가 저리 밑이 들지 않은 것은 내가 사랑으로 돌보아 주지 못한 점도 분명 한 요인이었다는 생각에서다.

 행복한 사회와 행복한 국가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짜 사랑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진정한 사랑이다. 사랑은 한낱 고구마에게도 삶의 원동력이 되는데 사람에겐 더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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