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개 협동조합, 700만명 조합원 그물망 연대

 

▲ 핀란드 헬싱키 시내
사고팔 물건도 갖지 못할 만큼 가난했던 핀란드. 스웨덴과 러시아에 연이어 오랜 식민지로 지내며 대다수 국민들은 돼지, 가축과 같은 공간에서 살았던 나라. 그러나 최근 경제 강국이자 복지국가로 전 세계의 부러움을 받는 나라가 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이것을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 개념으로 설명하는 이들도 있다. 사회적 경제를 통해 그들이 만든 공공복지의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핀란드에서는 한사람이 여러 협동조합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한 협동조합당 조합수를 합하면 500만명 인구보다 더 많다고. 협동조합에서 만들어지는 식료품은 시장점유율 50%, 은행은 3분의 1이 넘는다니 경제 사회 공공복지 등 대부분의 분야가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협동조합은 서로의 요구를 나누는 방식으로 전국적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1902년 중앙협동조합 은행이 만들어졌다. 1904년에는 소매업을 다루기 시작했고, 낙농업, 농기계나 씨앗 등을 파는 협동조합도 생겼다.  

500만 인구, 700만 조합원
핀란드는 농부가 많지 않지만 농부 1명이 4.1개의 협동조합에 가입돼있다. 협동조합 운동이 농업 분야에서 활발하게 일어났다. 2011년 통계로 협동조합 445만명 이상이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중 반인 227만명이 소비자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에도 145만여명이 가입돼있다. 축협은 78% 시장 점유율, 유제품은 97%, 소비자협동조합 45%, 신협 40%의 시장점유유율. 신협과 보험협동조합에 가입된 사람은 140만명. 협동조합의 나라라는 말이 이해된다. 

생산자협동조합은 농부들이 자신의 물건을 안전하게 팔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핀란드농업은 가족중심으로 대기업 방식이 아니다. 협동조합을 통해 소농이 보호받고 있는데 우리의 농협과 비교가 되는 측면이기도 하다.

생활 전분야 협동조합 그물망
S그룹이라 불리는 거대한 소비자협동조합에는 31개의 지역 협동조합이 멤버로 가입돼있다. 식료품만 가입된 것이 아니라 큰 호텔이나 그 멤버들도 가입돼있다. 큰 주유소들도 가입돼있다. 계열사, 식료품 등 소매업, 백화점 등 물건을 파는 곳, 자동차회사들도 있다. 농업분야, 호텔과 레스토랑 소유주도 가맹점 형태로 여기에 소속돼있다. 1980년대에 조합원 카드가 만들어졌다. 그룹에 가입돼있는 모든 상점에서 사용하고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국민들의 모든 일상이 협동조합과 연결된다. 

1990년대부터 새로운 움직임들이 시작됐다. 왜 새로운 협동조합이 필요한가. 핀란드에도 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쳤기 때문이다. 실업율이 20%까지 치솟았다. 협동조합 연합체 펠레르보의 페에릭씨는 “지자체들은 복지부분을 일정 부분 국민에게 돌리게 됐다. 교육을 다 해결할 수 없으니 학부모들에게 협동조합을 만들라고 요구했다”며 전통적인 협동조합이 변화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도 변화를 지원하게 됐다. 실업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했다. 노동자협동조합을 만들고, 집짓는 기술자들이 주거협동조합을 만들었다. 2010년 노동자협동조합 855개. 사회 건강 복지 협동조합은 92개가 생겼다.

▲ 핀란드 헬싱키 시내
식수공급 협동조합 1039개

식수공급 협동조합 1039개가장 많은 협동조합은 물, 식수를 공급하는 협동조합이다. 1039개나 됐다. 정부에서 다 관리하기 어려운 부분을 협동조합을 통해 민간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여기서 외곽으로 20㎞나가면 집들이 드문드문 있다. 그래서 수도협동조합들은 그렇게 떨어져있는 가구들의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학교에 있는 동안 학생들이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한다. 학생들이 자기가 만든 협동조합에 일을 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기업을 어떻게 운영하는지를 경험할 수도 있다. 이런 아이디어들이 핀란드에서 사용됐는데 여러 대학에 전파되기도 했다.  

 

EU가입 이후 복지지원도 제동
2011년에는 사회적 기업 마크를 주기 시작됐다. 핀란드 산업협회에서는 사회적 경제 활동을 인증하고,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 많은 사회적 기업을 끌어안게 되고, 많은 분야를 포괄할 수 있게 됐다. 

이 마크를 얻기 위해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사회적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해야 하고, 두 번째는 투명성, 신뢰성이 있어야 하고, 세 번째는 이윤을 분배해야 하는 조건이다. 이것이 필수조건이고 여기에 다시 세가지가 더 고려된다. 고객에게 이웃공동체와 관계를 맺도록 하는지, 근로자들의 복지가 존중되는지, 환경훼손을 최소화한 운영을 하고 있는지.  

“삼성과 같은 기업을 본다면 외부에서 사람들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협동조합은 조합원 안에서 이사회를 선출하는 경우가 많다. 노키아의 경우 이사를 뽑을 때 인도나 미국에서 유능한 사람을 선출하는 경우가 많지만 협동조합은 조합원 중에서 사람을 선출하기 때문에 교육이 꼭 필요하다.”

펠레르보 페에릭씨의 이야기다. 유럽연합가입과 세계적 경제위기속에 핀란드의 협동조합도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다. 실업율 역시 8%대까지 낮아지기는 했지만 ‘완전고용’을 외치던 핀란드에서는 여전히 해결과제이다. 경쟁과 자립은 스웨덴과 핀란드 사회적 기업에서도 자주 듣게 된 단어다. 그러나 생존과 함께 협동조합의 원칙을 거듭 강조하는 모습을 통해 국가의 경쟁력을 만들어낸 전통있는 공동체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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