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지역사회의 골칫거리 하나는 해결될 것 같다. 세 후보 모두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기초의원들이 대선후보 선거운동에 동원되고 있지만, 다음 대선에서는 양상이 달라질 것 같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기초의원들이 중앙당이나 지구당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2006년 지방선거부터 시행되었다. 기초의원 후보자들에게 소속정당 공표를 금지한 과거의 선거법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된 제도이다. 그러나 2006년과 2010년 두 차례의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의 문제점이 명백해졌다. 지역의 현안을 합리적으로 처리할 지역일꾼을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중앙정당의 대리전” 심지어는 “대선의 전초전”으로 변질되었다. 지역행정과 정치가 중앙정치에 더욱 예속되며 지방자치 본래의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단체장, 교육감 등의 선거가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소위 정당만을 보고 투표하는 “묻지마 투표” 현상이 나타났다. 지방선거 후보자에 관한 정책과 정보를 제공하는 지역 미어가 부실한 상태에서, 유권자들이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은 정당공천 여부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특정정당이 특정지역의 권력을 독과점하는 지역권력 토착화현상이 가중되었다. 기초의회와 기초단체장을 동일정당 후보들이 싹쓸이하면서 지역권력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지방자치의 근간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물론 기초의회 정당공천제가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국가에서는 정당조직을 통해 지역의 민의가 수렴되고, 지역과 중앙의 권력자에게 전달되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당원중심의 민주화된 조직으로서 정당은 권력의 개인화나 소수집중을 예방하는 기능도 발휘한다. 정당공천제는 정당을 통해서 후보자들을 1차적으로 심사해주기 때문에 유권자들로 하여금 선택의 기회비용을 줄여주기도 한다. 오랫동안 정당정치가 뿌리내리고 정당민주주의가 확립된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선거제도이다. 영국이나 프랑스의 경우, 지구당의 당원투표나 투명한 공천제도 보장을 통해 큰 무리없이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정당들은 보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정당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정당은 정책이나 이데올로기 경쟁보다는 소수 정치인들의 당리당략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고, 당내 파벌 간 혹은 상대 정당 간 극심한 대립과 반목으로 범국민적 정치불신의 근원이 되고 있다.

정당이 부실하고 비민주적인 상황에서 시행되는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미끼로 금품을 수수하거나,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원 확보수단으로 악용되는 경향을 보인다.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은 경선방식이나 공천심사위원회 방식 등 형식적인 절차는 갖추었지만, 실질적으로는 해당 지역구 의원의 입김과 영향력이 공천의 기준이 되고 있다. 2010년 경북지역 기초의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정당공천에 미치는 영향으로 지역 국회의원과의 친분이 32.3%인 반면, 개인적 역량은 6.2%, 지역발전 기여도는 3.1%에 불과했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의 폐해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공감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온 사안이다. 2006년 지방선거 직후에는 “기초자치단체장 및 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여야 국회의원 모임”이 창립되었고, 2009년에는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국민운동 전국본부”가 전국 각지의 기초의원, 단체장, 국회의원 등 300여명이 참여해 결성됐다. 그러나 누구도 아주 적극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는 않았다. 이제 대선공약으로까지 등장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가 반드시 약속한대로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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