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에게 맞는 어린이 도서는

어린이는 어른이 되기 위해 애쓰는 불완전한 인격체가 아니다. 그 나이에 즐기는 놀이, 자주 쓰는 말, 관심사, 세상을 보는 눈이 있다. 어른옷을 반으로 줄여서 어린이옷을 만드는 것이 아닌 것처럼 책도 어른에게 맞는 책을 어린이용으로 만들어 읽히지 않는다.

어린이가 나중에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을 미리 읽히기 위해, 줄임본으로 만든 책은 우선 본래의 문학성에서 멀어져 있다. 한 때 시장을 휩쓸던 다이제스트 판 명작동화나 어린이가 이해하기 어려운 책을 '편집부'란 이름으로 1/3, 심지어 10/1로 줄인 책은 어린이에게 맞지 않는 책이다. 요즘에는 그 대표적인 책인 '피노키오'나 '빨강머리 앤' 등이 원작번역으로 나오고 있다. 다이제스트판으로 읽고 원작으로 읽어보면 그 차이를 잘 알 수 있다.

■ 어린이가 이해하고 즐거워하는 책
어린이는 어른이 통제하지만 않는다면 하루종일 떠들고 놀고도 다음날 또 그렇게 놀 수 있는 존재이다. 항상 즐겁고 신난다.
어린이의 그런 생활을 그린 책은 어린이가 보고 잘 이해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책이다.
"노마야, 나와 놀아"
"그으래, 잠깐만 기다려."
노마 집 들창 밖에 똘똘이가 노마를 기다리고 섰습니다. 기다려도 노마는 아니 나 오고 방안에서 노마가 흥흥거리는 소리만 납니다.
"흥흥, 난 실 고만 붙잡을 테야. 암만 감아두 끝이 없는 걸 뭐."
"실 감다 고만두면 어떡하니? 잠깐만 참아라. 그럼 내 귤 세 개 사 줄게."
"난 그까짓 귤 싫어. 세 개두 싫어. 네 개두 싫어. 열 개,백개두 싫어. 암만 감아두 끝이 없는 걸. 흥흥...."
( <너하고 안놀아> '암만 감아두'/현덕 글/창작과 비평사)

■ 어린이 현실을 반영한 책
동화는 어른이 어린이에게 주는 책이어서, 어린이 삶을 진지하게 관찰하고 고민하지 않는 작가의 작품에 살아있는 어린이가 등장하기 어렵다.
어린이는 나오지만, 들러리로 나오고 어른이 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책은 어린이가 좋아하지 않는다.
요즘 어린이를 키우는 어머니, 어린이를 가르치는 교사 작가가 쓴 책 가운데는 어린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여 마음을 끄는 책이 많다.
재미마주 학급문고 시리즈 : <짜장,짬뽕,탕수육> / 김영주 글 외.
<초대받은 아이들 > (황선미)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 (임정자)

■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각시켜 주는 책
어른의 욕심으로 요즘 어린이들은 자연에서 멀어졌다. 자연과 더불어 살수 없다보니 자연의 고귀함을 간접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
사람다운 고귀한 감정을 어린이마음에 불어넣는 책, 동,식물의 생명과 온 세상의 생명을 중시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책, 그 생명 속에 신비로움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을 골라주자.

불빛에 송아지가 잠이 깼습니다.
"엄마 저거 뭐야?"
"이 집 수근이가 네가 보고 싶어 등불을 들고 나온 거야."
"왜 내가 보고 싶어?"
"수근이도 네가 난 걸 반가워한단다. 새로 난다는 건 반가운 일이란다."
수근이는 젖을 빠는 송아지에게 등불을 비춰보다가
"야! 우리 송아지 참 예쁘다." 하고 중얼거리며 들어갔습니다.
('갓난 송아지 '/이원수 )
머피와 두칠이 / 김우경
장님 강아지 / 손창섭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 이상권
우정의 거미줄 / E. B. 화이트
나의 산에서 / 진 C. 조지

■ 현실을 떠나 자유로움과 모험을 주는 책
어린이에게도 현실은 구속이다. 학교, 가정,사회가 그렇게 다가올 때가 있다. 어린이의 독립성, 어린이다움을 함께 생각하게 하는 책을 읽으며 스스로 그 속에 빠져 모험을 떠나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내 이름은 비삐 롱스타킹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깡통소년 /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사자왕 형제의 모험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끝없는 이야기 / 미하엘 엔데

■ 성장의 고민을 함께 해주는 책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봄바람 /박상률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바스콘셀로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로버트 뉴턴 팩

■ 겨레의 역사와 정신이 담긴 책
1920년대 어린이문화운동시기를 비롯하여, 분단과 전쟁과 이념적 냉전시기,
경제개발시기에 어린이는 어떻게 살았나, 겨레의 정신은 어떻게 훼손되고 보존되어 왔는지를 문학작품을 통해 인식할수 있다. 근대역사와 인물전기보다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겨레아동문학 선집 /보리
몽실언니, 사과나무밭 달님, 점득이네 / 권정생
알게 뭐야 / 이현주
남북 어린이가 즐겨읽는 창작동화 / 사계절

■ 지식책은 어린이에게 맞게
어린이를 위한 지식(수학,과학,환경,역사)책은 어린이가 이해하기 쉽게 단순화하고 풀어쓸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단순화해도 정확한 지식을 전달해야 하며 왜곡해서는 안 된다.

거미도 곤충인가요?/이성실 옮김
개구리야 다시 노래를 불러보렴 /실비 지라르데

■ 좋은 작가의 책 읽어보기
갈래별, 주제별로 책을 좋은 책 소개받고 고르지만, 많은 책 가운데서 좋은책을 고르는 일은 항상 어렵다. 그래서 좋은 책 고르기는 독서지도의 처음이며 끝이라고도 한다.
좋은책에 대한 지식이 머리에 있지만, 고르기 어려울때는 먼저 좋은 글을 쓴 작가의 작품을 먼저 읽어보는 것이 좋다. 우리창작동화에서는 어린이도서연구회가 권하는 12작가의 작품, 외국동화에서도 좋은 책을 쓴 작가로 알려진 분의 작품을 읽으면서 좋은 책의 감을 잡아본다. 책을 읽어가다보면 좋은 책의 느낌이 가슴으로 다가올때가 있다.

방정환, 마해송,이원수, 이주홍,현덕, 이오덕,권정생,박상규, 이현주,윤기현
임길택,윤태규,서정오의 대표작품
미하엘 엔데, 아스트리트 린드그렌, 필리파 피어스, 하이타니 겐지로, 윌리엄 스타이크,미야자와 겐지의 대표작품

■ 좋은 책 잣대는 몸으로 겪어야
도서관 분류에 따른 문학(그림책, 옛이야기, 국내동화, 외국동화)뿐 아니라 역사,과학,예술 등의 책을 고르는 잣대를 늘 염두에 두고 공부하고 몸으로 겪어보는 것(읽고 토론하기)이 좋은 책을 고르는 지름길이다.

학교도서관, 공공도서관 어린이실, 가정의 책꽂이에 좋은 책을 다 꽂았다하더라도 어린이가 독서를 즐겁게 하려면 좀 더 노력할 일이 있다.

좋은 책을 읽어주고, 좋은 책과 더불어 놀 수 있어야 한다. 옛이야기 들려주기나 책 읽어주기를 자주 해서 듣는 독서의 즐거움을 마음껏 느끼게 해주면, 스스로 책읽기에 대한 욕구가 생긴다. 이야기를 듣고 떠오르는 느낌을 자유롭게 그림으로 그려 본다든가 책 속의 주인공이나 한 장면을 찰흙으로 만들기, 즉흥극으로 표현해보기 등은 어린이에게 책과 관련한 추억을 갖게 한다.
<유현욱 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